또 한편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히트작이 무대로 옮겨졌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은 가족관객들을 공략하며 지난 12월 14일 공식 개막한 뮤지컬 <슈렉>(Shrek, the Musical)이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잔뜩 위축된 브로드웨이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히트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뮤지컬 <슈렉>(Shrek, the Musical)은 지난 2001년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한 드림웍스社(DreamWorks Animation SKG)의 애니메이션 <슈렉>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와 1990년 발간된 윌리엄 스테이그(William Steig)의 원작 소설 <슈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뮤지컬 슈렉은 <캐롤라인, 오어 체인지>(Caroline, or Change), <쏘롤리 모던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 등을 작곡했던 제이니 테소리(Jeanine Tesori)가 음악을 맡았고, 연극 <레빗 홀>(Rabbit Hole)로 2007년 퓰리쳐상을 수상한 데이빗 린지-어베어(David Lindsay-Abaire)가 각본을 담당했다. <에비뉴 큐>(Avenue Q)의 감독 제이슨 무어(Jason Moore)가 연출한 이 작품은 2008년 여름 시애틀에서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지난 11월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Broadway Theatre)에서 프리뷰를 시작, 12월 14일 공식 개막했다.

무대위로 옮겨진 동화 속 캐릭터

뮤지컬 <슈렉>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널리 알려진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갈 수 있었던 자신만의 안식처인 늪지대(swamp)를 동화 속 캐릭터들로부터 되찾기 위해 파콰드 영주를 찾아 나서는 초록색 괴물의 슈렉 역할은 <나쁜 녀석들>(Dirty Rotten Scoundrels), <타이타닉>(Titanic) 등에서 공연했던 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스(Brian d'Arcy James)가 맡았다. 슈렉과 사랑에 빠지는 그리 공주답지 않은 공주 피오나 역에는 <쏘롤리 모던 밀리>, <드라우지 샤퍼론>(Drowsy Chaperone), <영 프랑켄슈타인>(Young Frankenstein) 등에서 열연했던 셔턴 포스터(Sutton Foster)가 맡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두 주인공들 보다도 단연 파콰드 영주 역의 크리스토퍼 시이버(Christopher Sieber)이다. 전작인 스팸어랏(Spamalot)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단신의 파콰드 역할을 시종일관 무릎을 꿇은 채 연기하면서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한다. 슈렉의 늪지대에 버려진 동화 속 주인공들의 리더 격인 피노키오는 <에비뉴 큐>의 존 타타글리아(John Tartaglia)가, 늪지대를 되찾기 위해 파콰드 영주대신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떠나는 슈렉의 여정에 동참하는 동키 역은 데니엘 브리커(Daniel Breaker)가 연기한다.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을 무대로 옮긴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반면,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해야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특히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기반하는 경우 무한한 상상력으로 표현되었던 캐릭터들을 실제 배우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연기해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슈렉>의 경우은 이 부분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보여진다. 표정과 행동의 디테일을 살리는 면에서 애니메이션 보다 캐릭터의 특성이 부각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특히, 주인공 슈렉의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에 비해 다소 약하게 표현된 느낌이 있지만, 이는 에니메이션과 공연의 장르적 특성에서 오는 한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뮤지컬 <슈렉>은 무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볼거리들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관객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특히, 무릎을 꿇어 키를 낮춘 단신의 파콰드가 앙상블 멤버들과 군무를 추는 장면이나 여러명의 배우를 이용해 거대한 용을 연출한 장면들에서는 무대적 상상력이 잘 발휘되었다.

강점이 되지 못한 춤과 음악

제이니 테소리의 음악은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무난하다. 극중 어린 피오나와 10대의 피오나, 그리고 성인 피오나가 파트를 나누어 함께 부르는 “I Know It’s Today”나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Big Bright Beautiful World” 등은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도 흥얼거리게 될만큼 인상적이다. 하지만 두세곡을 제외하고는 그리 기억될만한 넘버가 없다는 점에서 음악이 이 작품의 강점으로 부각되기에는 충분치 않다. 네러티브 안에 녹아들지 못하면서, 캐릭터 자체에만 치중한 춤과 노래도 종종 눈에 띈다. 특히, 2막 첫부분에서 피오나가 부르는 “Morning Person”은 셔턴 포스터의 매력이 마음껏 발산되기는 하지만, 과연 그녀의 탭댄스가 이 부분에서 반드시 필요했었나하는 의문이 든다. 중간중간 다른 브로드웨이 쇼를 패러디한 부분도 눈에 띄는데 <위키드>, <라이온 킹>, <렌트> 등을 코믹 요소로 활용한 아이디어는 비록 작품 자체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제작진의 재치가 한껏 발휘된 부분이라고 하겠다.

뮤지컬 <슈렉>은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와 함께 2008-2009 시즌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 작품이다. 무려 $25million (약 33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슈렉>은 특히 드림웍스가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한 첫 브로드웨이 작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들이 제2의 디즈니로 공연시장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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