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버려지고 웹툰작가로 성공한 주인공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연쇄살인마가 되는 과정을
1부와2부로 나누어서 심도있게 풀어낸 잘만들어진 연극입니다.위안부 문제와 그문제를 아직까지 사과하지 않는 일본 그런 일본이 좋다고 하면서 찬양하는 무리들 조상이 친일을 해서 잘사는 우리나라 몇몇기득권의 삐뚤어진 생각 등등 이연극이 아주잘 꼬집었다고 생각됩니다..

<핏대만 세우다 본질을 흐리다>

- 공연일시 : 2018년 10월 7일 일요일 오후 3시
- 공연장 :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3관
- 출연 : 원종철(강준), 정성호(스즈키), 권남희(에이코), 김준삼(강한구), 박찬국(김형사), 김진영(오해식), 문창완(서형사), 송지나(소녀)

웹툰 작가 강준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현장에는 그의 인기 연재작인 ''이혈''의 타다 남은 원고가 남아 있다. 두 명의 형사는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여성 프로파일러와 함께 주인공의 잔혹한 연쇄살인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웹툰 이혈을 단서로 강준의 죽음의 이유를 추적하는데...

매끈한 추리 스릴러 장르의 내용이 무대 위에 구현될 것이라 기대했다. 동종 장르의 한국영화의 전형처럼 시작하는 엉성한 도입부를 보면서도 ''흐음 역시나 추리 수사물, 강준이 왜 죽은건가 궁금한 걸''하며 애초의 기대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가 웹툰 이혈의 내용으로 속으로 들어가면서 극은 급안드로메다행, 강준이 ''나의 웹툰은 폭력적이고 부조리하다라고 외치는데 이 연극 또한 그 웹툰 만큼이나 부조리하다.

매우 단순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 전개가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 버린다. 꼬마아이가 목욕탕 냉온탕 오가듯 현실과 초현실을 첨벙첨벙 뛰어 넘어 다닌다. 오글거릴 정도의 직접적인 대사로 인물과 상황을 설명할때는 언제고, 갑자기 주인공이 맥락없는 관념적인 대사를 격렬하게 쳐댄다.

이게 머람, 당황스러울 정도로 괴이한 과잉의 에너지(?)에 지쳐간다.
극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너무도 뻔해서 너무도 잘 알겠는데 그런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건 무엇인지...
더하여 소녀를 상대로 한 일본 제국군의 잔인한 폭력의 직접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는 그 자체로 불편하고 불쾌했다. 분노가 정당하다고 그 분노를 일으키기 위해 소녀를 수단으로 삼는 것이 윤리적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핏대 세우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외치는 것에 설득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조리있게 이야기할 때 그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선동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덧> 그래서 도대체 21세기 살인자의 정의가 무어냐? ㅡㅡa

무슨 내용인지도 알겠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느낄 수 있었는데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비극의 연대기를 2시간 동안 봐야 하는데 시작부터 강하게 울부짖으니까 후반부로 갈수록 배우도 힘이 딸리고, 보는 관객도 버거워지고요. 이 작품도 여러번 공연되는 작품인데 다음 공연때에는 좀 더 관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유연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동양아트센터 지하층 3관에서 공연하는 <이혈:21세기 살인자>를 보고 왔어요.

2014년의 이맘때 본 적 있었던 연극이고, 블로그에 감상을 써놨던게 있어서 보고 오는 길인데 4년만에 감상 포인트가 많이 달라졌다는게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사실 뭔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났지만 그때는 호가 넘치는 마음이었던거 같은데 이번엔 제법 불호에 가까웠어요.

이야기는 스릴러물의 구조를 착실히 따라갑니다. 만화가 강준의 자살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만화속 자신의 이야기들, 그리고 의도와 목적이 일관된 살인을 연쇄적으로 저지른 가상의 강준과 그들을 향한 분노를 스스로 죽어버림으로써 끊어버린 실제 강준의 대비. 명료한 이야기 틀이죠.
제가 불호로 돌아선 포인트는 강준의 가족사에 얽힌 비극에 있습니다.
전반부에 강준이 드러내는 일본에 대한 적대감은 위안부 문제를 가리킵니다. 역사인식이 아주 낮은 일인미디어 bj부터 일제의 만행을 덮고자 하는 정치인까지가 그 타겟이었죠. 하지만 위안부인 할머니가 낳은 일본군인의 아이였던 강준의 아버지가 모든 걸 알고 난 후, 복수심에 그 일본군의 딸을 강간하게 되면서 ‘악행을 저지른 이들의 죄’라는 쟁점은 ‘시대가 만들어낸 가해자 겸 피해자의 되물림’의 도구로 기능하게 됩니다.
이렇게 비극을 위한 비극이 되어버린 순간 극은 관객에게서 아주 멀어지죠.
주인공의 비극성을 드러내는 장면들의 연출에 몹시 힘이 들어가있어서, 잠깐 등장하는 조연들의 시간엔 극의 톤이 일정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trivia:
2014년의 기록(이 블로그 어딘가에 있어��ㅋ)을 보면 어린 에이코와 어린 할머니 배우가 같았으며, 일본인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보단 약자로써의 여성이라는 동일성에 좀더 무게를 뒀다는 연출의도가 있었다고 해요.
호불호는 관객의 몫^_~!

다소 무겁고 불편할 수 있었던 소재를 흥미로운 설정과 잘 결합시켜 재밌게,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잘 풀어낸 공연이었습니다!! 공연기간이 짧아 아쉽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