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17
러닝타임 110분
연극 「 하카나 」
: 운명을 걸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랑
요즘 도깨비 열품에 힘입어 내용은 살짝 빗나가지만 도깨비 캐릭터도 등장하는
연극 하카나에 대한 관심이 갔습니다.
무엇보다 모든걸 내건 사랑 이야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여심을 흔들리게 하는 요소 중 하나란
생각에 그런 부제인 연극 하카나에 대한 기대가 되었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다들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요. ㅎㅎㅎ)
연극 하카나는 일본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요코우치켄스케의 하카나를 원작으로,
2008년 일본 대극장 메이지좌에서 일본 원조 아이돌인 모닝구 무스메 멤버인
후지모토 미키의 연극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모닝구 무스메 저도 한창 좋아했던 그룹이었는데 이렇게 이름으로라도 다시 들으니 반갑네요.^^
아울러, 극단 시월은 예전에 참 깊이있게 본 연극 [동화의 관]도 대표작중으로 손꼽기에
이번엔 어떤 내용을 선보일지 궁금했습니다.
공연장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고 보니,
배우와의 포토타임이 없는 공연이었어요.
커튼콜에는 사진촬영이 가능하다지만, 전 공연볼때마다 늘 전원 OFF를 해놓기 때문에
어차피 찍지 못하는 구나 하고 마음 접었답니다.
저도 인증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 감동있게 본 공연이나 영화가 끝나갈 무렵 여기저기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면서
비쳐지는 불빛들로 하여금 좀전까지 몰입했던 감정들이 방해받는 것 같아서 싫더라고요.ㅎㅎ
티켓과 카탈로그 입니다.
공연에 관한 이야기는 이어 나오지만, 참 재밌게 본 터라 프로그램북도 구매했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레드컬러에 하카나의 꽃잎 이미지가 여운을 갖게 하네요.
주 등장인 :
노름의 여신 사이코히메(의역하자면, 최고의 여인!?),
사이코히메의 사랑을 받는 노름꾼 스즈지로(의역하자면, 방울을 울리다),
스즈지로의 여자 하카나(의역하자면, 덧없다)
줄거리 :
공연이 시작하면서 도깨비 중 하나인 청귀가 등장합니다.
이 청귀는 공연 전반의 해설을 도맡아 하며 제3자가 되기도 하고, 무대에서 지나가는 도깨비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공연을 이어가지요.
본론으로 들어가,
노름의 여신 사이코히메의 사랑을 받는 노름꾼 스즈지로는,
어김없이 사이코히메가 흔드는 방울 소리로 매 노름판에서 이기며 승승장구 하지요.
어느날 인간행세를 하며 노름판에 끼어든 도깨비와의 한판 승부에서 이겨 그에 대한 대가로
가슴은 빵빵!?, 엉덩이 잘록, 밤(?)기술도 익히고, 얼굴은 착한(?) 그야말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최고의 절세미녀를
요구하고, 도깨비는 흩어져 있는 시체 조각들의 부분들을 모아 몸은 절세미녀지만 영혼은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 순수
그 자체의 '하카나'를 만들어 줍니다.
마치 우리나라 단군신화에 내려오는 곰이 마늘을 먹어 삼칠일을 견디면 여자가 된것처럼,
100일 동안 밤에 안아서는(19금) 안된다고 전하며, 이를 어길시 물거품이 된다고 경고 해줍니다.
(인어공주각.... -ㅅ-)
스즈지로는 너무나 천진한 하카나로 인해 곤욕스러워하지만 점차 그녀에게 빠져들고,
스즈지로에게 사랑 받고 싶은 그저 순진무구한 하카나는 어느날 절에서 내려온 스님을 따라 인간이 되기 위한
수행을 자처 합니다.
어느샌가 하카나를 맘 속 깊이 사랑하게 된 스즈지로,
그런 스즈지로에게 분노하는 사이코히메는 스즈지로가 참여하는 노름에서 매번 방울을 울리지 않는답니다.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할만큼 어마어마 하다지요.~)
스즈지로가 노름에서 지는 것을 목격하는 주변 사람들은 여자에게 빠져 노름끗발을 잃게 되었다며 수군댑니다.
해설하는 청귀의 말론 끗발을 잃지 않기 위해 가족을 몰살하고 노름판으로 돌아갈 정도라고 하네요.
(허!! 여자가 어때서!! 정말 뭐만하면 '개' 또는 '여자'를 같다붙이지.. 쯔읏~~)
아이같기만 하던 하나카가 하산해서 스즈지로앞에 나타나고,
참한 여인이 되어 나타난 하나카를 보며 마음 속 깊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을 깨달은 스즈지로는
그녀와의 행복을 꿈꾸는데 그때 잃어버린 사이코히메의 방울소리가 들려옵니다.
(뱀의 혓바닥처럼 스즈지로를 노름판으로 유혹하는 여자의 질투, 무섭다 너~ 사이코히메 -_-)
다시 끗발을 찾았다고 생각한 스즈지로는 한번 더 노름판에 섭니다.
하지만 방울 소리는 울리지 않고,
좌절하는 스즈지로에게 다시 들려오는 방울 소리...
스즈지로는 이번엔 성공할 수 있다 확신하며 광기에 사로잡힌채 그만 하나카를 겁니다.
그러나 방울 소리는 울리지 않고,
하나카는 곧장 사창가로 끌려가 창녀가 됩니다.
다만, 인간이 되기 위해 100일을 채워야 하기에 잠자리는 하지 않고
오로지 그녀만의 타고난(태어날때 기능 탑재한) 비법으로 남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사창가는 문전성시를 이루지요.
100일이 되기 전날, 도깨비의 간사함으로 잠자리를 하게 될 위험 상황에서
스즈지로는 지난날을 반성하며 사랑하는 하나카를 위해
도깨비에게 그녀를 구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도깨비는 스즈지로가 지면 도깨비가 되는 조건으로 노름 한판을 조건 제시합니다.
다시 노름하는 것이 옳지 않은거라 여겼지만,
오로지 하나카를 위해 다시 한번 노름판에 오르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하나카는 스즈지로 없는 삶을 택하지 않겠다며,
100일째 되는 날 스즈지로와 잠자리로 물이 될 줄 알았던 하카나는
물이 아닌 꽃이 된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꽃잎들....
결국 승부의 결과대로 스즈지로는 도깨비가 되고,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과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지 않기를
간절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해설가 청귀는 하카나의 이름을 외치며 눈물에 젖는데..
청귀의 과거가 스즈지로였다.
(어쩐지 청귀 스즈지로의 마음이 애절하게 더 다가오네요..)
하나카는 그녀 이름처럼 덧없는 삶을 살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스즈지로를 만나고
스즈지로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한 것은 오로지 그녀였기에 그녀 삶 자체는 참 의미있었다 할 수 있겠어요.
스즈지로 역시 불운한 삶때문에 노름에 집착하였지만 결국 하나카로 인해
그 마무리는 인간답게 끝을 맺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주변에도 노름에 미쳐 정말 소중한 것을 아끼지 않고,
집착하는 분들 더러 보았습죠.
그놈의 한방이 뭔지..에효..
초반의 스즈지로를 보면서 인간의 탐욕은 정말 끝이 없고,
마치 마약처럼 환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땀과 노력으로 얻은 것에 보람과 뿌듯함이 보상으로 얻어지는거겠죠.
쉽게 얻어진다면 당연하다듯이 여겨질테니까요.!
도깨비의 농간에 놀아난 스즈지로였지만,
늘 가진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던 그가 하나카로 인해 변화하는 과정을 보며
결국 기승전결은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 어떤 욕망과 탐욕, 비난, 죄 도 사랑앞에서는 이를 넘지 못하네요.
도깨비의 표현도 감칠나게 잘 표현한 것 같고,
열연을 펼친 주연 배우분들을 포함한 등장 배우와 스텝분들에 노고에
좋은 공연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 Today Casting
공연장 : 혜화역 1번 출구 (동양예술극장 3관)
# 좌석배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