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를 규정하는 가장 큰 부분중에 하나는 자식과 조부모의 존재다. 아빠와 엄마를 보며 기쁨 슬픔 공감 불안을 느끼는 자식들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며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의 모습은 다름이 없을 것이다. 노래를 부르는 아빠로 인해 소외된 엄마의 모습은 의식조차 없다. 아빠의 노래로 소외된 할머니의 한은 엄마의 비명으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며 엄마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어진다. 아빠를 옹호하는 딸들에 대한 화살일 수 있을 것이다. 연극 마지작 장면까지 엄마는 자식들이 모두 사라지는 가운데 혼자 남게 되고 조명은 꺼진다. 엄마가 걸레를 드는 현실주의자라면 아빠는 마이크를 부여잡은 이상주의자다.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이 좋은 부부의 모습은 한 장면도 없다. 엄마의 소외는 결국 진정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자식의 탓으로 돌려보아도 될 것 같다. 자식들 사이의 갈등이 결국 부모의 관계로 인한 것은 아닌 것인지 생각해 보자. 이상만 쫓는 자식들, 걸레를 모르는 자식들이 어떻게 좋은 가정을 꾸리게 될 수 있으며 할머니의 고단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한명의 딸로서 엄마가 좀더 행복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극이 탄생할 수 있었음 한다. 좋은 연극이었지만, 이런 내용이 한국과는 정말 다르다는 생각으로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