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험 연극의 선구자 김현탁은 폴란드의 연극연출가이자 이론가인 예지 그로토프스키와
유사한 예술적 지향점을 공유하면서도 독창적인 작업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대 장치, 조명,
분장, 의상 등 부차적 요소를 절제하고 연극의 본질에 집중하는 김현탁의 접근법은
그로토프스키의 '가난한 연극'과 비견되지만, 그는 이를 현대적 맥락에서 위치시킴으로써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다. 김현탁 연극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텍스트와 공연의 관계를
정립하는 방식에 있다. 그는 기존 희곡이나 텍스트를 공연을 위한 '재료'로 활용하여 심층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변환한다.
<천기누설 킹교인>에서 『오이디푸스 왕』의 핵심 주제만을 추출하고, <걸리버스>에서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설정만을 차용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원작의 문학적 내러티브는
해체되지만, 텍스트의 본질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배우의 신체성과 현존에 대한
강조도 김현탁 연출의 중요한 특징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 로먼 역의 배우가 공연시간

내내 러닝머신을 달리는 장면이나 <걸리버스2>에서 커튼콜이 끝난 후까지도 이어지는 배우의
응원동작은 관객에게 강렬한 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그로토프스키의 '성스러운 배우'가 극단적인 신체 훈련을 통해 자아를 비우는 것과 달리,
김현탁의 '생동하는 배우'는 반복적이고 고단한 신체 행위를 통해 관객과 감각을 공유한다.
더불어 김현탁은 관객을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공연의 의미를 완성하는 능동적 참여자로
위치시킨다. <바이 사이클>에서 관객들이 자전거 페달을 직접 돌려 공연장의 조명을 밝히는
장치는 공동체의 책임과 존재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포스트드라마적 형식 속에서도 희곡의
문학성을 고수하는 김현탁의 연극은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내고 배우와 관객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연극 예술만의 현재성을 복원함으로써, 한국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2022년 59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걸리버스]
2014년 51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자전거, Bye-Cycle]
2013년 50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혈맥]
2011년 48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세일즈맨의 죽음]
2011년 PAF 연극연출상 [하녀들], [메디아 온 미디어]
2007년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 N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