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이자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와 그가 이끄는 극단 청년단은 이제는 일본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대 일본 연극의 대표주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들과 그의 독특한 스타일은 한국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개 되어 국내 연극인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국내의 몇몇 국제연극제 초청공연을 통해 소개되었던 일본의 현대연극들은 대개가 과격하고 극단적인 내용과 현란한 스타일을 보여주었었다. 그것은 1960년대 말 이후 20여 년 동안 일본의 연극계를 풍미했었던 경향이었다. 그러나 90년대에 이르러 일본의 연극계에는 일상이나 인간의 내면을 강조하는 새로운 경향이 출현하였는데 그 경향을 가리키는 말인 이른바 ‘조용한 연극’이란 용어는 이미 국내 연극계에도 낯익은 말이 되어있다. 그 ‘조용한 연극’을 선도하며 90년대 이후 일본 연극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연극 작가가 바로 히라타 오리자이다.
히라타 오리자는 대학 시절 창단한 극단 청년단에서 희곡을 쓰고 연출하면서 일본인들의 일상을 극사실적으로 무대로 옮겨놓는 듯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일상 구어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대화가 그대로 무대언어로 쓰인다든가 관객에게 등을 돌리고 대사를 말한다든가 두세 무리의 등장인물들이 동시에 저마다의 대화를 나눈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의 연극은 기존의 리얼리즘 연극의 규칙과 금기들을 간단히 넘어선다. 극작술 면에서도 인위적인 구성을 철저히 피하며 하나의 주제의식에 초점이 맞추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일상과 허위의식, 고독한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그의 연극은 점차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넓혀나가게 된다. 그리고 1994년에 발표한 <도쿄노트>로 일본 최고 권위의 희곡상인 기시다쿠니오 희곡상을 수상한 이래 히라타 오리자와 청년단의 연극은 일본 현대 연극의 대표주자로 확고한 명성을 얻게 된다. 그리고 진취적인 해외공연 및 교류활동을 통해 <도쿄노트>가 5개국어로 번역되고 뉴욕타임즈와 르몽드에 그의 특집기사가 실리는 등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의 새로운 현대연극으로 각광받고 있다.
히라타 오리자는 일본 연극계에서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연극인으로 통한다. 그를 만난 한국의 연극인들은 통역이 필요 없을 수준인 그의 한국어 실력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는 대학시절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서울에서 공부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운 바 있고 한일관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그의 출세작인 <서울 시민>은 일제강점기 경성에 살고있는 일본인 가족을 그린 작품으로 1993년 서울과 부산에서 청년단에 의해 공연된 바 있다. 그리고 대표작 <도쿄노트>는 1999년 예술의전당 초청공연으로 역시 청년단에 의해 공연되었다. 2002년에는 히라타 오리자와 김명화의 공동대본, 히라타 오리자와 이병훈의 공동연출로 평범한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만남을 그린 <강 건너 저편에>가 서울과 도쿄에서 상연되어 일본에서는 아사히무대예술상 그랑프리를 수상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일본 내의 지명도에 비한다면 히라타 오리자와 청년단은 몇 차례의 한국공연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극인과 관객들에게 더디게 알려져왔던 셈이다. 그러나 2003년 봄 극단 파크가 <도쿄노트>를 번안한 <서울노트>를 상연한 이후 국내 극단에 의한 히라타 오리자 작품의 상연이 연달아 이루어지며 그 탁월한 작품성이 입증되고 있다.

극단 청년단 대표

수상경력
1995년 '도쿄노트'로 기시다 쿠니오상 희곡상 수상
1998년 'Cape of Moon'(마사타카 마츠다 작) 연출, 요미우리 연극상 연출가상 수상
2002년 'Attacking Ueno Zoo for the Fourth Time'로 요미우리 연극상 연출가상 수상
2002년 'Arts as the Basis of a Nation'으로 AICT(국제연극평론가협회) 비평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