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노년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극이나 부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연극들이 제법 많아진 것 같다.특히 TV를 통해 잘 알려진 대형 연기자를 내세운 것이 주를 이루고, 가보면 모두 그나이 즈음의 관객들이 대부분이다.나도 칠십대라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 무죽 페스티벌의 연극들 중 시놉시스를 보고 뜻밖의 가족극 같아서 호기심으로 보게 되었는데 거의 횡재한 기분이다. 일제의 강제징용에 끌려 간 남편을 젖먹이 아들과 함께 하염없이 기다리며 매일 마중 나가던 아내, 장성한 아들 내외가 엄마의 시골집에서 장례를 치루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부부간의 갈등,외로움,고통을 사랑으로 치유하는 과정들이 감동적이다. 시종일관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재치와 기막힌 대사로 극의 재미를 더하고, 2인극이라는 느낌을 거의 의식 못한채 극장을 나서게 만든 두분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와 연출의 힘이 참 놀랍다.내 또래 관객은 우리부부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중년 이하인데,뒷자리의 남자고등학생이 계속 웃고 훌쩍여서 재미있기도....6월4일까지라니 아쉽다.문밖에 나서면서 젊은 부부가 친구들이랑 한번 더 봤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한다. 이경성,이은미 두 배우님과의 한시간반, 아름다운 연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