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게 아가씨>는 김재목 제작자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담배가게 아가씨> 공연은 사실 대학로에서는 이미 유명한 공연이다.

일단 2012년에 <담배가게 아가씨>를 보았을 때 누군지 모르지만 어떤 천재적인 제작자가 송창식씨의 노래에서 참 많은 것을 착안했구나! 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난다.

음악을 사랑하여 각 국립공연장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나는 주로 큰 극장의 오페라를 즐겨보는 편이다.

가을이 되면 국립극단들은 준비한 오페라 정기공연들을 빼곡이 채우기 때문에

극단이 벌여놓은 오페라 레퍼토리를 주워먹기 위해, 티켓을 들고 금토일 저녁에는 클래식 동호회 회원들과 각 극장을 전전하며 품평에 밤을 보낸다.

“처음의 시작은 이것이다. 운명은 우연이 만들어낸 것이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시작할 때 잭 휴스턴이 읊조리는 말이다.

평범하던 일상에서 클래식 모임의 몇몇 마음 맞는 사람들이 대학로를 다시 찾은 것은 특별한 결심이 아닌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8월, <연극은 시대의 정신이다> 라고 씌여진 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항상 사진 찍는 자리에서 몇 걸음 넘어선 티켓 부스에서 점심을 먹고 <담배가게 아가씨>공연을 본 것은 티켓값이 주머니에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본 <담배가게 아가씨>는 예전 공연과 조금 달라져있었다. 빠르고 좀더 경쾌하게, 대중적이지 않은 것은 진정성도 없다는 것을 제작자가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있었다.

대사는 좀 더 간결해졌고, 상징은 더 함의적이었으며,

현실과 이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콘텐츠의 자유로움을 이 공연을 택한 관객들에게

여과없이 나누어주고 있었다.

주는 사람이 부드럽게 주니

받는 사람도 세련되고 모나지 않은 희로애락의 감정들을 보며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현우와 유나와의 사랑을 공감하기 쉬워졌다.

유나는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사회적 외톨이, 장애인 등 오롯이 들으면 소외된 이웃을 보여준다.

한편 평범한 현우는 아무리 뜨거운 여름날이지만 그래도 저녁이면 숨돌릴 시원한 바람이 있는 것처럼 유나에게 나무가 되어주고자 한다.

그러한 큰 테마 속에서 관객들의 일상에 기분좋은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싶은 바람처럼

그들이 부르는 넥스트 지현수씨의 곡들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감미로운 말들로 고백하는 프로포즈가 아닌,

오래된 선술집에 나란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고백 같은 느낌 그자체랄까.

(담배가게 아가씨의 유나 아버지와 현우가 술을 마시는 장면)

마치 재즈트리오의 소편성으로 악기 소리 하나하나가 모든 감정을 그 자체로 최대한 끌어올리는 듯한 각 편성, 연출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담배가게 아가씨>의 최강 꽃미남, 명곡을 만드는 매력적 보이스,

배우 최.동.호

<담배가게 아가씨>에서 최배우를 본 느낌은 그랬다. 참 예쁘게 생긴 남자로구나.

공연 중반을 넘어서면서 서서히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 저사람 <화랑>에서 나왔던 그 어린 사람...이구나.

유오가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슬퍼할 때 그 곁에 있던 오르세 미술관의 오랜 소장품같은

꽃미남 배우.

최배우는 공연산업의 분위기와도 맞물리고 공연산업이 외국작품에 너무 많은 라이센스료를 지불하고 비판받고 있던 창작뮤지컬 공연투자가 붐을 이루던 2010년, <화랑>이란 작품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서정적이고 박력있는 보이스는 영웅적 분위기가 격앙되어 있는 <화랑>이라는 작품의 특성으로 인식되어서 어쩐지 배우가 이야기로 되살려내는 섬세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최배우를 <담배가게 아가씨>에서 만나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최배우는 이제 배우가 뭔지 알겠다는 듯이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매회 마치면서 보여준다.

이제 그는 <화랑>이나 <노인과 바다>에서의 풋풋함은 없지만 자신감 넘치게 주변을 통제하고 어떤 것도 운에 맡기지 않으려는 태도를 노래에서 보여준다.

인간에게 있는 감성을 찾아내어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것이 배우의 소명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듯한 진솔한 목소리이다.

단순히 잔잔하고 슬픈 느낌, 안타깝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끝을 맺거나

높은 옥타브와 내지르는 발성으로 일반인과 차별되려 하지 않고

한소절 한소절 적절하게 맺고 끊고 감정의 가감 없이 어우러져 반석 위에 놓인 듯한

매력적인 보이스로 노래를 부른다.

특히 최배우의 공연 마지막 “내가 있다”는 프리시니엄 스테이지에서는 듣기 아까운

카페트의 먼지처럼 누워있던 감성의 물결을 모두 세워놓을 것이다.

가을날, 대학로에 간다는 친구들에게 <담배가게 아가씨> 공연을, 최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자신있게 권한다.

좋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순수하게 때묻지 않은 외모에

시린겨울 따뜻한 모닥불과도 같고

더운 여름날 청량한 숲속 바람과 계곡물같은 그의 보이스로 힐링받고 오라고...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낸 최배우의 폭포처럼 멋진 노래, 지금 이 순간.

http://blog.daum.net/hmawh/186

사적 취향? No. 대학로의 움츠리고 있는 용! <담배가게 아가씨>

<담배가게 아가씨>와 최동호, 그 황홀한 궁합과 성찬 앞에

요란한 투자와 오케스트라, 대극장 아니어도

우리 대학로 공연이 뼈와 살을 튼튼하게 붙이는 일을 계속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인간적인 방향으로 한발짝 돌려놓는데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더 많은 관객이 손에 잡히는 스토리, 관객 친화적 해석을 추구하는 <담배가게 아가씨>와 스파크가 일어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