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간혹 두 사람의 엇갈린 주장 가운데서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중재자의 위치에 서곤 하는데, 어제는 이러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우리가 예전에 싱가포르 여행 때 갔던 공원 이름이 뭐였지?” 이때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는 장소는 우리 집 거실, 나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요구하는 두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다. 단지 두 사람보다 기억력이 조금 낫다는 이유로, 이 두 사람은 가끔씩 나에게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누구의 기억이 사실과 들어맞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동일한 사건과 사실을 놓고서도 두 사람의 기억이 이렇듯 달라 내가 종종 판결을 내려야 하는 까닭은, 저마다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의 저장소는 24시간 편집이 이루어지는 편집실과 같아서 기억은 저장되기 전, 저마다의 주관성이 개입되어 편집된다. 기억이란 따라서 사실에 기반 하면서도 때로는 사실과 정 반대에 위치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내포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집안 거실에서 솔로몬의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은 단지 판단을 요하는 대상이 나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나와 관련된 사실에 있어서라면, 나는 솔로몬커녕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일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나 연극 <블랙버드>의 ‘레이’와 ‘우나’와 같이,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뒤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하는 거대한 사건 앞에서, 기억이란 체험자마다 다르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간혹 두 사람의 엇갈린 주장 가운데서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중재자의 위치에 서곤 하는데, 어제는 이러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우리가 예전에 싱가포르 여행 때 갔던 공원 이름이 뭐였지?” 이때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는 장소는 우리 집 거실, 나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요구하는 두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다. 단지 두 사람보다 기억력이 조금 낫다는 이유로, 이 두 사람은 가끔씩 나에게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누구의 기억이 사실과 들어맞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동일한 사건과 사실을 놓고서도 두 사람의 기억이 이렇듯 달라 내가 종종 판결을 내려야 하는 까닭은, 저마다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의 저장소는 24시간 편집이 이루어지는 편집실과 같아서 기억은 저장되기 전, 저마다의 주관성이 개입되어 편집된다. 기억이란 따라서 사실에 기반 하면서도 때로는 사실과 정 반대에 위치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내포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집안 거실에서 솔로몬의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은 단지 판단을 요하는 대상이 나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나와 관련된 사실에 있어서라면, 나는 솔로몬커녕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일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나 연극 <블랙버드>의 ‘레이’와 ‘우나’와 같이,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뒤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하는 거대한 사건 앞에서, 기억이란 체험자마다 다르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