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연 시장은 아이돌 그룹, 뮤지션 할 것 없이 `노래하는 가수면 누구나' 무대에 오를 만큼 활황의 연속이었다. 음원으로 시작해 해외 무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아이돌 그룹들은 국내 대형 공연장을 안방처럼 드나들었고, 오랫동안 관록과 인기를 쌓아온 실력파 뮤지션 역시 공연을 주요 승부수로 내세우며 대중과 소통했다. 내한공연의 비수기로 불리는 1월과 12월까지도 느닷없이 인기 해외 뮤지션들이 잇따라 몰려들어 한국 공연 시장의 위상을 입증했다. 한국의 공연 시장이 절정을 맞은 풍년의 해가 2012년이었다.

◆ `아이돌 스타의 대형 공연장 `점령'
아시아 등 세계 주요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 비스트는 2월 1만석이 넘는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쳐 한류 스타의 입지를 다졌다. 이미지가 아닌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운 이들은 해외 공연의 경험을 살려 비교적 능숙한 무대를 이끌었다. 삼촌팬들이 열광하는 아이유는 6월 3000석이 넘는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첫 콘서트를 열어 막강한 인기를 과시했다. 첫 콘서트여서 어설픈 흔적들이 조금씩 배어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신인 답지 않은 무대로 관객을 즐겁게 달궜다. 아이돌그룹의 `대세'로 떠오른 인피니트와 B1A4 역시 3000석이 넘는 관객을 수용하는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각각 열정의 무대를 펼쳤다. 방송과 음원으로 승부하며 `속살 감추기'에 바빴던 아이돌 그룹들은 이제 무대라는 실전을 통해 자신의 진짜 실력을 과시하는 형태로 정면 승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관중이 모인 해외 무대를 숱하게 거치며 닦아온 노하우를 국내 무대에서도 선보이고 있다는 게 공연관계자 측의 설명이다. `대형공연장=뮤지션'이라는 공식은 2012년 완전히 깨졌고, 앞으로 대형 공연장의 주인공은 아이돌 그룹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잇단 공연 나들이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공연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방송을 등에 업고 경연 기간 큰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솔로로 등장하고나선 주목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었기 때문. 하지만 2012년의 그들은 달랐다. 우선 버스커 버스커라는 오디션 출신 신인그룹이 낸 첫 음반이 각종 음원 차트와 오프라인 음반 매장에서 1위를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무대 출연의 기회도 잦아졌다. 버스커 버스커는 3000석에 이르는 올림픽홀 무대를 비롯해 각종 페스티벌의 단골 손님으로 등장했다. 무대에선 여전히 아마추어 같은 실력이 선보이기도 했으나, 많은 히트곡 덕택에 그들은 무대를 여러 차례 오르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톱밴드 2'나 `슈퍼스타K 4' 출연진의 대형 콘서트도 줄줄이 이어졌다. 이들의 무대는 단순히 몇 곡을 부르고 끝나는 수준이 아닌, 무대를 어떻게 구성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밑그림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무대의 또다른 각축전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