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쇼노트 대표
작성일2008.08.14 조회수5676
마케팅 총책임자 작품을 선택하고 만들 때 어떤 작품을, 어느 극장에서, 어떤 배우와 스텝들과 만드는가를 결정하는 과정이 그 작품 마케팅의 70% 이상을 결정하고, 승패의 70% 이상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과정이 작품이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를 좌지우지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프로듀서는 작품의 마케팅 총책임자, 판매 총책임자 정도 될 거 같아요. 기업의 부사장들이 마케팅본부의 본부장인 경우가 많은 것처럼 말입니다. 이와 함께 회계나 법률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하죠. 
스포츠의학 인턴에서 공연기획자로 대학 때 스포츠의학을 전공 하고 지금의 아산병원에서 2년 정도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어느 날 병원 과장님이 저에게 ‘오늘 대학 강의를 가다 너무 가기 싫어서 취소하고 떡볶이 먹고 영화를 봤다’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너무 즐겁게 말입니다. 그 정도 직급이면 상당히 성공했지만 쳇바퀴 돌아가는 삶을 사는 거였죠. 내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저렇게 살겠구나,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만뒀죠(웃음).
그 당시 ‘제리맥과이어’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그 영화를 보고 스포츠가 멋있다라는 생각을 했었요. 그래서 국내 최초의 스포츠 에이전시에 들어갔죠. 거기서 안정환을 이탈리아 리그에 보내기도 하는 등 재미있게 일했어요. 제가 속한 팀에 공연팀도 함께 일을 했는데 공연쪽 일도 조금씩 하다 보니 이것도 재미있는 거에요. 게다가 이 일은 재미있고, 잘 할 수도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공연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2005년에 쇼노트를 세웠고요. 
두 작품을 꼽고 싶습니다. <맨오브라만차>와 <코러스라인>이에요. 90년 초반에 봤는데 그 두 뮤지컬이 나에게 준 문화적인 감동은 굉장히 컸어요. 지금도 그때의 짜릿한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회사적으로 보면 <헤드윅>이 정말 중요합니다. <벽을 뚫는 남자>도 그렇고요. 이 두 뮤지컬은 회사의 정체성을 설정해주는 작품이에요. ‘나 이렇게 할 테니까 당신들은 봐’, 이런 작품이 아니라 작품 속에 이유와 깊이가 있거든요.
헤드윅 성공 이후…. <헤드윅>은 영화로 처음 접했어요. 뮤지컬이 있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됐죠. 형식적으로 굉장히 독특하고 강하고, 재미와 감동이 있더군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성공은 예감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공을 이뤘습니다. 조승우라는 인기 배우 한 명만 부각됐다면 아마 그렇지는 않았겠죠. 오만석, 김다현 등은 그 즈음 유명한 배우는 아니었던 이들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성공했습니다. 만들어 나가는 과정 하나하나도 상상 이상으로 순조로웠고요.
첫 작품의 성공 기념으로 전 배우와 스탭,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괌으로 여행을 갔죠. 서른 명 넘게 갔는데, 무언가를 잘 마무리하고 축하를 한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그때 깨달았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최고라는 수식어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작품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맛을 가진 작품에 끌립니다. 외국 음식 중에도 먹어본 적이 없어도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듯이, 새롭지만 우리에게 잘 맞는 작품을 항상 찾고 있어요. 두번째는 드라마를 살핍니다. 관객들에게 쇼잉하지 않아도, 춤으로 음악으로 어필하지 않아도 뭔가 통할 수 있는 작품 말입니다. 음악도 물론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는 진실성이에요. 마케팅을 할 때 항상 ‘최고’라는 수식어를 쓰지 않습니까. 그 말이 거짓이 아닌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내가 뽑아낸 홍보 문구가 거짓이 아닌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젊은 감각으로 아우르기 아직은 젊다 보니 크리에이티브와 배우들을 코디네이팅하기가 수월한 점은 있습니다. 그 사람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할 때 기본적으로 생각이 크게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게 좀 더 쉽지요. 제 작업 모드는 좋은 사람과 일하지 않고, 천재와 일한다 거든요. 그가 인간성은 나쁠지라도. 우리나라에는 천재가 별로 없지만 천재와 일하고 싶어요. 하지만 각각의 분야의 천재들이 모여도, 잘 조합되지 않으면 이상한 작품이 나와 버리죠. 그래서 모든 부문들을 조합하는데 힘을 씁니다.
다른 프로듀서보다 경험이 적다는 것. 그게 강점도 되고, 약점도 되는 거 같네요. 생각이 고착화가 안됐기 때문에 모험심이 강한데, 그게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전 작품 준비 기간을 급하지 않게 가려고 노력을 합니다.
브로드웨이 작품 중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거짓말, 진실성에 대해 너무 완벽하게 이야기 하는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라이선스 작업을 했고 내년에는 선보일까 합니다. 이 작품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어느 누구하고도 라이선스를 가져오기 위해 경합을 해 본적이 없어요. 신기하게도 내가 관심을 가질 때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군요(웃음) 
쇼노트 작품이라 불리고 싶다 창작뮤지컬이라고들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사실 한국에서 창작이라는 말을 쓰는 게 거슬립니다. 왜냐하면 <헤드윅>도 원작자들이 ‘창작’을 한 작품이니까요. 외국에서는 디즈니 뮤지컬, 웨버 뮤지컬 등이라고 칭하거든요. 목표가 있다면 한국 사람들이, 혹은 전세계 사람들이 창작뮤지컬이라고 부르지 않고 쇼노트 뮤지컬이라고 부르는 거에요. 이름을 건 작품으로 불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많아요. 문화적으로도 그렇죠. 좋은 극장에서 유명한 배우가 하는 작품은 좋은 작품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렸으면 합니다. 뮤지컬 시장이 커졌지만 성숙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관객이 배우에 의해, 혹은 광고만에 의해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이거든요. 대학로에서 하는 조그만 작품들이 제가 하는 작품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들도 많습니다. 다양성을 받아들였으면 해요.
뮤지컬만 보는 게 아니라 콘서트도 보고, 연극, 전시 등도 고루고루 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모든 걸 종합한 게 뮤지컬이니 더 잘 즐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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