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옥(주)크레디아 대표
작성일2008.09.08 조회수6077
많은 접점에서 관객과 즐거움을. 공연기획자에 대한 정의는 불가능합니다. 두 가지로 나눠본다면 전도적인 기획자가 있어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현실에서 거센 저항을 만났을 때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죠. 그것도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가 관심 없었던 고음악, 종교음악, 현대음악도 전파가 되니까. 그것이 자기 소신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전 보다 많은 접점에서 관객들과 기쁨을 나누고 즐거움을 향유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연 기획자는 항상 호기심을 갖고 관객들을 더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방법과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방법은 마케팅이고, 사람은 아티스트겠죠.
회사 내 제 직함은 CEO인데 결국 모든 일에 관여하지만 관심 분야는 마케팅 적인 부분입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 실험적인 정신, 이미 알고 있는데 행하지 못했던 것들이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다 하고 있는 것을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는 것을 가능하면 먼저 시도해 보고자 하죠. 
재미도, 발전가능성도 있겠다. 제가 자랐던 6,70년대부터 80년대는 유신, 12.6, 광주항쟁 등 정치적으로 혼란기였고, 전쟁 후 부모님 세대였기 때문에 교육열은 높았습니다. 가난하지만 내일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할 수 있죠. 감수성이 예민하던 중고등학교 시절,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것이 라디오가 전부였어요. 일본 중고 잡지 등에서나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 황인용씨나 김세원씨가 진행하는 FM프로그램, TBC 에서 하는 실비 바르땅(Sylvie Vartan), 폴 모리아(Paul Mauriat) 같은 공연들을 굉장히 관심 있게 보았죠. 또 지금 세종문화회관 자리에 있던 서울시민회관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던지 몇몇 대형공연들을 보면서, ‘저쪽 일은 앞으로 발전가능성도 있고, 참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죠.
당시에는 언론사 위주의 내한공연이 대부분이라서 중앙일보에 입사, 90년도부터 사업국에서 근무하며 해외 초청공연, 볼쇼이 발레단 등의 공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고 넓은 범위 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 한 부분에서 오랜시간 전문적으로 갈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결심으로 1994년에 독립, 크레디아를 만들었습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과 디토. 리처드 오닐을 만난 것은 행운이죠. 연주자 스스로가 너무나 노력하고 성공에 대한 집념이 강하기 때문에 그 정도 연주자라면 우리가 투자해도 아깝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쇼비즈니스로서 관객과 소통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데 용재 역시 그걸 잘 아는 연주자입니다. 너무나 실력이 뛰어나고 인간적인 매력이 겸비되었기 때문에 매년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디토는 20대 평소 클래식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여성 관객들을 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 공연입니다. 클래식 프로그램의 질과 내용은 훼손되지 않으면서 영화적 마케팅 기법, 조기 마케팅 실현 등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새롭게 했죠. 1차 타깃이 확실했고 위 아래로 확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디토가 리처드 오닐로부터 시작됐다면, 이제 디토 페스티벌이 되어야 하거든요. 내년 6월에 주말 4회로 디토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입니다.
유키 구라모토. 음반사에 다니는 동료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름없는 연주자였고, 공연에 대해 반신반의도 했지만, 1998년 음반사와 공동으로 프로모션 해서 이대 후문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시크릿 콘서트’를 열었어요. 수녀님, 군인 등 전국에서 수천통의 신청 엽서가 왔고, 추첨을 통해 100명을 초대해 공연을 했는데 현장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후 99년도부터 내한공연을 시작해서 올해까지 10년간 매년 한국 10개 도시에서 공연을 하고 매년 매진 되요. 따로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연주자 본인도 행복하겠지만, 우리도, 관객도 모두가 행복한 공연입니다.
지성이면 감천,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 제가 30대 중반일 때, 네덜란드 상무관에서 좋은 첼리스트라고 소개를 해 주시더군요. 당시 신생 기획사였는데 이런 제의가 고맙기도 하고, 항공비 보조 등도 해 주시겠다고 해서 추진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 이 사람이 너무나 에너지가 많고 생각도 많은 거예요. 당시 국내 고음악이 생소할 때 인데, 김포공항에 첼로 3대를 갖고 나타났습니다. 완전 바로크 첼로 한대, 모던 첼로 한대, 또 하나는 중간 첼로. 양의 창자를 이용해서 만든 줄이 거트현인데 이것을 사용한 이 세대의 첼로 기사가 매우 많이 났어요. 기획자도 중요하지만 연주자의 노력, 그리고 이들의 궁합도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매 2년마다 한국을 찾고 있고, 상당히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함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도 재미있어 합니다. 
음반이나 글로벌 한 마케팅 트렌드와 밀접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경제환경, 문화환경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음악과 뮤지컬은 조금 다르겠지만, 음악 부분에 있어서는 첫 번째가 실력이고 두 번째가 인간적인 매력, 백그라운드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거나,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욱 눈여겨 봅니다. 올해 두다멜과 베네주엘라 오케스트라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이슈인 것은 누구나 섭외를 하고 싶죠. 모든 면에서 완벽하더라도 지명도가 낮다는 이유로 시장 저항에 부딪혀서 실력있는 연주자가 여기서는 좀 아쉽게 결과가 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Creative & Credible.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절에 약하거든요. 그런데 외국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중하고 시간 끄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닙니다. Just say No 하면 불쾌해 하지 않을 것을, yes, yes, yes, no 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봤어요.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깜짝 놀라죠, 공연을 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마지막에 안하다고 하니까요. 크레디아 초기에는 대기업 언론사 등과 경쟁인데 규모 면에서 도저히 경쟁이 안되죠. 그래서 신속성, 정확하고 빠른 것을 추구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번역하고 결제 받으며 일주일 걸릴 일을 우리는 즉각적으로 보내고 yes와 no를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죠. Yes인 것은 무조건 하고요. 이제는 새로운 기획사가 생겨도 우리에게 먼저 물어봐 줄 정도가 되었으니 우선적인 옵션을 가질 수 있다는 상당한 장점이 있는 것이죠. 
다양한 시도. 회계지표, 수익에만 목적을 두었다면 짧게 승부가 끝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을 즐기고 그것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더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20대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한 디토가 있다면, 중장년층 지성관객과 클래식 애호가들을 염두에 둔 백건우 선생 연주회, 그리고 매년 발굴하는 신인 연주자들, 리빙 클래식 등의 관객개발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공연이라는 것은 문화의 가치고 사람의 가치이기 때문에 사람의 가치를 얼마나 평가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 되죠.
기본이 10년. 오랜 인연 포스코 센터 음악회도 10년 넘게 해 오고 있고, 호암아트홀 위탁 운영도 7년째고요, 장영주와의 인연은 99년도부터, 백건우 선생과도 98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오래 간다는 것이 정서가 되었죠. 한번에 튀기 보다는 거북이 같이 방향을 정하고 그쪽으로 꾸준히 가는 인내심과 같은 것이 있죠.
고토 류. 해외로 나가 전체적인 동향을 많이 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남동생 고토 류가 현재 일본에서 어마어마하게 인기가 있는데 왜 그런지 생각해 보고 있어요. 그리고 대관령 국제 음악제에 갔다왔는데 역시 5년의 시간만큼 대단히 좋더라고요. 
Made in Korea. 클래식 뿐 아니라 뮤지컬에도 발을 두고 있고, 나중에 더 많은 장르를 할 수 있겠지만, Made in 크레디아 쪽에 더욱 관심을 가집니다. 앙상블 디토 같은 프로젝트나, 리처드 오닐이 나왔으면 이제 스테판 제키 같은, 이러한 방식의 Made in Korea가 되어서 글로벌 하게 확장될 수 있는 방면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약 30여 명의 신인들을 발굴했는데 단순히 데뷔 시켜주는 리사이틀이 아니라 시리즈로 만들고, 그것이 더 큰 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뮤지컬 역시 기존에 있는 20여 개 제작사 중 우리가 21번째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고, 이 세상에 같이 생각해 보거나 남겨볼 작품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죠.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이렇게 많은 지출을 하며 공연장까지 와 주신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직장을 다니시거나 학생 분들에게 3만원, 5만원, 7만원 티켓을 계속 낼 수 밖에 없는 우리도 참 딱하지만요. 특히 저변이 확대되는 모습에 대해서는 더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드릴 뿐입니다. 우리 나름대로도 과도기라고 생각하지만, 티켓이 아닌 다른 것에서도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찾아야 하는 것은 제 몫입니다. 굉장히 정확하고 무서운 눈으로 계속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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