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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낭만신사들 [ MIK 앙상블 ]

작성일2009.09.14 조회수1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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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 도착하는 날은 연습을 어떻게 할까?”
“앵콜 곡으로는 슈만 내림악장으로? 아니면 브람스 퀸텟은 어떨까?”
“브람스 보다는 드보르작이 어때? 람바디 람바디 람밤밤~.”


약속시간에 10분 늦을 것 같다며 미리 연락을 해 오고도 다들 제 시간에 자리한 이들이, 모이자 마자 콘서트 이야기로 분주하다. 둘 씩은 가능해도 모두 다 함께 자리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다는 MIK 앙상블 멤버들이기에, 이날에도 아직 미국에 머물러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을 제외하고 세 사람만 함께했다. 소문난 젠틀맨 셋이 모인 오늘의 대화가 분명 다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은 예능을 넘나들었던 유쾌한 대화로 단번에 깨졌으나, 이야기 끝에는 언제나 담백하고도 감미로운 음표가 빠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함께 했다는 것은

클래식 실내악 그룹 ‘MIK 앙상블’이 2003년 1월 첫 공식 연주를 선보인 이후 7번째 가을을 맞고 있다. “벌써 그렇게 됐냐?”며 그들 조차 훌쩍 지나간 시간에 놀라는 것은, 이들이 2007년을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연주회와 앨범을 통해 관객과 만나오고 있기 때문이며, 이들로 인해 실내악에 다가오는 대중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여유롭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부각이 잘 안 돼서 그렇지 굉장히 많이들 실내악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각자의 색이 강하게 있는 젊은 사람들이 솔로이스트로 활동하면서, 본의 아니게 나이도 비슷한 남자 네 사람이 모여 실내악의 묘미를 더 잘 살리고자 한다니 다른 사람들 보다 시선이 집중됐던 것 같아요.”(송영훈)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김정원,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으로 구성된 MIK 앙상블은, 이들은 지극히 싫어하는 민망한 수식어라 했지만 ‘원조 클래식 꽃미남’ 멤버들과, 감탄을 자아내는 뛰어난 연주로 대중들에게 클래식과 실내악의 맛을 더욱 친근히 선사한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MIK로는 7년 째지만, 알고 지낸 지는 20년이 훨씬 넘어요. 수빈이는 조금 늦게 만났지만, 저희 셋은 예원학교 선후배이기도 하고요. 국내에서 음악하는 세계가 그렇게 넓지는 않아서 이미 초등학교 때 서로의 명성을 듣고 아는 사이였죠. 나이로 보면 서열이 있지만 서로 너무 편한 사람들이라 같이 아이디어 내고 조율하는 게 자연스러워요”(김정원)

영롱하게 빛나는 별은 가까이에 있는 빛을 삼킬 수도 있는 법. 하지만 이들은 “실내악이라는 것 자체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들을 수 있는 귀와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이 필수 요건이라 입을 모은다.

"훌륭한 음악가라면 표현에 굉장히 유연해요. 받아들이는 폭이 넓기 때문에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잘 할 수 있는 거죠. 다들 그 폭이 넓어서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가 된다면 서로 원하는 것을 맞추게 되더라고요.”(김상진)

“올해부터는 저와 정원이, 그리고 수빈이가 같은 학교(경희대)에 몸 담게 돼서 물리적으로라도 함께 있을 시간이 많이 확보가 됐어요. 참 다행이죠. 상진이 형(연세대)만 이제 이쪽으로 오면 돼. 우리는 뭐든 나누니까 월급을 1/4씩 모으면 내년에 올 거야?(웃음)”(송영훈)







은하수는 빛나는 별이 모여서

“국내 최초 비올라 솔리스트로 활동한 아버지와 함께 국내 독보적인 비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진을 맏형으로, 최근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의 진행자로도 친숙한 첼리스트 송영훈,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특별출연 했으며 매년 <김정원과 친구들>을 비롯 전국 투어 공연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그리고 에이버리 피셔 그랜트 상 수상,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등 각자가 우뚝 서는 네 남자들이 모인 것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각자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인 성향도 넓어지고 경험도 점점 많아지잖아요. 실내악을 할 때 그런 각자의 세계와 경험을 저마다 가지고 와요. 이들을 취합하고 공감하며 사람들에게 연주로서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것, 그런 것이 MIK 앙상블이 가장 내세울 만한 것 아닐까요? 세월을 통한 각자의 이야기를 한대 묶어 관중들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요.”(송영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피아졸라 트리뷰트를 부제로 한 탱고 연주를 깊이 있게 선보이고 있는 송영훈과 올 10월부터 전국 투어 공연을 이어갈 김정원, 여기에 스스로를 ‘애가 둘 있는 생계형 음악가’라 말하지만 일년의 반을 연주회로 할애하는 김상진의 수첩에는 솔로이스트로 일년의 스케줄이 미리 빼곡히 자리해 있다.

“재즈하는 사람 중에서 피아노, 색소폰 하는 사람은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다니지만 드럼하고 베이스 치는 사람은 수첩만 가지고 다닌대요. 왜냐면 잘 하는 드러머와 베이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좀 잘 하는 사람은 자기가 나서서 연주를 기획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전화가 먼저 오니까 그날 된다, 안 된다만 이야기 하면 충분히 바쁘거든요.”(김상진)
“그러니까 한마디로 우리 나라에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거에요, 자기가.”(김정원)(일동 폭소)

“각자 추구해 가는 영역이 있는 것이죠. 2, 3년의 계획을 미리 생각해 두지만, 저는 그 나라에서 다른 연주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곤 해요. 음악가로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 이런 게 있구나’ 하는 거죠.”(송영훈)


연주, 그리고 또 다른 사명

청소년 음악회 진행,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해설자, 그리고 음악 캠프와 수 많은 렉쳐(연주에 해설이 곁들여진 공연) 콘서트를 이끌어 가는 그들에겐 ‘음악 연주’ 말고도 또 다른 연주자로서의 사명이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는 듯 하다.

"음악가의 일생에도 성장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잠자는 시간 외에 거의 연습에만 시간을 쓰거든요. 그래서 보통 사람들의 삶과 비교했을 때 경험의 양이 정말 적어요. 저도 예외가 아니었고, 10대 때는 연습하는데 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죠. 그렇게 연습한 것을 무대 위에 서서 선보이는 시기가 또 있고요. 저도 작년, 재작년, 올해, 제 일생에 있어서 처음 하는 일들을 경험하고 있어요. 청소년 음악회에서 피아노 없이 마이크만 잡고 해설자로 서는 것도 처음이에요. 너무 떨리죠. 그런데 이제 내가 내 나이에서 그냥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쪽에 해야 하는 또 다른 일들이 주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20대 때 인터뷰 할 땐 절대 학생들 가르칠 마음이 없고, 끝까지 연주자로 남겠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했는데, 지금 학교에 몸 담게 되는 것도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 같고요. 각자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숙해 가면서 단순한 스타성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그룹으로 MIK앙상블도 성장해 나가는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해요.”(김정원)

무엇보다 모든 활동의 목적은 클래식 알리기에 있다는 송영훈의 강조가 이어진다.
“ ‘베토멘 바이러스’ 같은 드라마도 있었고, 최근 클래식이 주목 받고 있는데 저희가 지금 활동의 전성기를 맞았어요. 김상진 선생님부터 해서 각자 악기를 대표하는 젊은 연주자들이기 때문에 하는 일 모든 것이 클래식 알리기에 앞장서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말하는 활동이나 학교에서 강의하는 것이 우리를 알리는 효과도 있지만, 결국에는 클래식을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깝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죠.”


반 발짝만 앞서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클래식이 곧 이지 클래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MIK 앙상블에게도 언제나 어려운 과제이지만 확신해 마지 않는 한 가지가 바로 ‘반 발짝 앞선’이다.

“저마다 생각하는 대상 관객은 다르기 마련이에요. 모두를 충족시키기는 더욱 힘들고요. 하지만 저희는 대중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정말 좋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이 차이가 있다는 것은, 순수 예술이 대중을 끌고 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에요. 당시에는 대중들이 다소 어려워하더라도 앞장서서 끌고 나가서 시간이 흐르면 대중들이 어느새 앞에 나와 있겠죠. 다이아몬드 형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뾰족한 면으로 갈 수록 덜 대중적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넓은 중간 부분이 어느새 앞으로 전진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 거죠.”(김상진)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어떤 곡을 선보일까는 분명한 고충이에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좀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분명히 있고요. 소수의 수준 높은 마니아들의 원하는 것을 들려줘야 되기도 하지만, 그 밖의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을 들려주기도 해야 되요. 그래서 저희들도 앞으로는 좀 더 특수한 컨셉을 가진 연주회로 한 층에 국한되지 않으면서도 크게 봤을 때는 대중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김정원)

내년 조금 더 부드러운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는 이들이, 오는 9월 중순부터 성남, 서울, 대구에서 선보일 연주회의 테마는 ‘낭만’이다. 일명 ‘둠키(Dumky)’로 불리는 ‘드보르작 피아노 3중주 제4번 작품번호 90’은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족적 색채가 짙은 작품으로, 슬프고도 정열적인 선율의 교차가 으뜸으로 꼽힌다. ‘슈만의 피아노 5중주 작품번호 44’는 슈만이 자신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클라라의 연주기술이 더욱 돋보이도록 한 화려한 피아노부, 이와 환상적인 조합을 이뤄내는 현악이 일품이다. 현재 서울시향 부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웨인린의 협연도 준비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는 굉장히 어렵게 보이지만 정말 지루한 순간이 없는 익사이팅 한 곡들이에요. 음악을 전혀 모르고, 또 슈만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고 오셔도 정말 재미있다고 느끼시게 연주 할 걸요, 아마?(웃음)”(김정원)


“우리가 항상 지키고자 하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좋은 작곡가 선정, 연주하는 목적, 그리고 좋은 사람과 연주하자는 것이죠. 이걸 잘 지키면 관객들도 우리의 의도를 진심으로 전달 받아요. 여러 단체가 각자의 색에 맞춰 연주하는 것, 다양성은 참 좋은 거잖아요. 정말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그걸 관중이 알아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아닌가요?”(송영훈)

MIK가 많이 알려진 것처럼 ‘Made in Korea’일 수도 있겠지만, 저마다 노래를 잘 한다 하여 ‘Man in Karaoke’일 수도, 혹은 인터파크 플레이디비를 넣어보면 어떻겠냐는 기자의 농에 ‘Man InterparK’가 되기도 한다며 이들은 격의 없는 호탕한 웃음을 쏟아낸다. 생소했던 실내악의 맛을 허울 없이 선사하기 위해 중심을 잃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자신들과 모두에게 더욱 풍부함을 주고 싶다는 이들. 음악이 하나의 정의가 아닌 세계의 언어로 통하는 것처럼, 무엇이든 MIK의 이름으로 녹아들 것을 기대하기에, 굳이 MIK에 하나의 명명만을 허용하는 어리석음은 접어두기로 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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