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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망도, 내 운명도 나의 것” 공연 속 당당한 매력의 여성 3인

작성일2019.07.19 조회수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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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 화제 속에 방영 중인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주인공 배타미(임수정 분)의 대사다. 일, 성공, 생존, 사랑을 둘러싼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행동하는 여성들, 과거의 전형적 여성상을 벗어난 입체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드라마, 영화 속에 더 많이 등장하며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공연계에도 물론 이런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있다. 지금 혹은 곧 만나볼 수 있는, 무대 위 당당하고 매력적인 여성들을 소개한다. 

 



“모두 마음속으로 생각만 할 때 난 그냥 행동할 뿐이야”
뮤지컬 ‘사의 찬미’의 윤심덕

최근 다섯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 ‘사의 찬미’(7.6~10.20 대학로 TOM 1관)는 1926년 현해탄을 건너는 배에서 함께 투신한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여성 성악가 윤심덕의 이야기를 재조명한 창작뮤지컬이다. 실제 윤심덕이 왜 김우진과의 죽음을 택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뮤지컬에서 그려진 윤심덕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인생관은 서늘하고 독특한 극의 분위기, 흡입력 있는 음악과 더불어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는 큰 이유일 것이다.

극중 가사처럼 “이지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자”인 윤심덕은 성악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도쿄로 건너가 당대 최신 문물과 사상을 두루 체험하는 신여성이며,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사랑과 욕망 앞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다. 거짓과 위선을 경멸하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오직 ‘찰나의 기쁨’이라 말하는 그녀는 “네 안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달라”며 남성을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날 배신하면 죽여버리겠다”며 자신의 삶을 함부로 흔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런 그녀 앞에선 그간 수많은 연인을 비극적인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정체불명의 사내 조차 매료당하며, 윤심덕은 끝내 생과 사의 기로에서 스스로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최고의 댄싱 퀸!”
뮤지컬 ‘맘마미아!’의 도나

런던 초연 20주년, 국내 초연 15주년을 맞아 돌아오는 뮤지컬 ‘맘마미아!’(7.14~9.14 LG아트센터)는 긴 역사를 가진 스테디셀러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지금 동시대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롤모델이 될 수 있을 만큼 주체적이고 현대적인 인물들이다.

주인공 도나부터가 그렇다. 도나는 혼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40세 독신여성이다. 일찍이 딸을 낳기 전부터 자신의 성적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누렸던 그녀는 그 결과 태어난 딸 소피를 20년간 혼자 키웠고, 삶을 잘 살아가는 데 반드시 남자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동 드릴로 문에 자물쇠를 다는 자잘한 일부터 모텔 경영까지 혼자 척척 해내는 그녀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결심한 딸에게 아쉬움을 느낄 만큼 독립적인 삶을 소중히 여긴다. 그런 도나의 딸 소피의 변화도 흥미롭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싶었던 소피는 엄마가 20년 전 하룻밤을 보냈던 세 명의 남자를 자신의 결혼식에 엄마 몰래 초대한다. 이렇게 해서 벌어진 소동극은 아바(ABBA)의 흥겨운 음악과 함께 유쾌하게 펼쳐지며, 난데없이 나타난 옛 연인들과 재회한 도나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지켜보던 소피는 흰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대신 자신을 더 알아가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나는 나예요. 나한테서 뭘 바래요?”
연극 ‘비너스 인 퍼’의 벤다

2017년 국내 초연에서 이어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올해 두 번째 무대로 돌아오는 연극 ‘비너스 인 퍼’(7.24~8.18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는 오스트리아 작가 자허마조흐의 소설 ‘비너스 인 퍼’를 각색한 2인극으로, 연출가와 배우, 갑과 을, 남과 여를 둘러싼 기존의 권력관계를 뒤집는 극이다.
 

이 극의 여주인공 벤다는 소설 ‘비너스 인 퍼’를 각색해 무대에 올리려는 연출가 토마스 앞에 나타난 무명의 배우다. 쓸만한 사람이 없다며 여성 배우들을 향해 모욕적인 험담을 내뱉는 토마스 앞에 나타난 그녀는 지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넉살 좋게 오디션 기회를 요구해 얻어내고, 연기를 하다가 토마스에게 자신의 상대역을 시키는가 하면, 급기야는 토마스가 쓴 대본이 포르노에 지나지 않는다며 거침없이 혹평을 늘어놓는다. 처음에는 그녀의 장단에 한번 맞춰주겠다는 듯 여유를 보이던 토마스는 점차 연기력도, 대본 해석 능력도,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도 너무나 뛰어난 그녀에게 압도되고 만다. 당당한 매력과 날카로운 화술로 무대를 장악하는 벤다의 모습, 그리고 “삶에서 경험할 수 없는 열정을 경험하려면 삶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등 그녀가 던지는 통렬한 대사는 보는 이에게 짜릿한 전복의 쾌감을 선사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네오프로덕션, 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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