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경제난으로 온 국민이 구조조정과 임금하락을 겪는 가운데, 올해 프린지는 시작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제도권 밖의 가난한 연극쟁이들은 경제가 어려워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듯 하다. 대형무대에 화려한 오페라와 발레, 세계적인 대형 연극무대를 선보이는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8.14-9.6)과는 달리 초대받지 않아도 누구나 참가하는 ‘열린’ 축제를 지향하는 에딘버러 프린지에는 트렁크 몇 개를 싸 들고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주변 연극인들이 올해도 여전히 기발함과 참신함을 내세우며 끈질긴 연극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색 공연장, 실감나게 즐겨봐!
올해는 특히 기존의 공연장을 벗어나 새로운 무대와 연극성을 시도하는 공연들이 눈에 띈다. 젬즈 오브 마젤(Gems of Mazal) 극단은 <베니스의 상인>의 무대를 그라스마켓 수영장에 차렸고, 메트라 극단(Metra Theatre)은 체홉의 <3자매>를 운하에 배를 띄워 선상공연으로 시도한다. <마술사, 코트론의 쓰디쓴 믿음(The Bitter Belief of Cotrone the Magician)>이라는 공연은 관객들을 미지의 작은 섬으로 데리고 가서 그야말로 판타지 공연을 시도하고, <돈키호테>는 관객들의 눈을 가리고 공연되며, <파우스트>는 작은 박스 안에서 팝음악과 손인형을 이용해 공연한다. 로열보타닉가든에서는 <파워 플랜트- 사운드와 조명의 특별한 경험(Power Plant - A Sound and Light Experience)>이라는 낭만적인 야외공연이 개최된다. 단 한 명의 관객만 박스 안에 가둬놓고 5분 동안 공연하는 <블랙 박스(Black Box)>라는 공연도 있다.


몰리에르의 코미디 <따르뛰프>는 공연장을 못 구해 건물 층계참에서 임시공연을 하는가 하면(물론 설정이다), 뉴타운의 건물 하나가 통째로 <호텔> 공연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특히 벨트업극단의 <따르뛰프 (8.5-31, C Soco)>는 극장 층계참에 낡은 매트리스와 소파를 놓고 관객들과 널브러져 앉아서 공연을 하는데, 배우들은 관객과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때로 극의 전개와 무관한 영화 매트릭스, 라이언 킹에 대한 농담을 늘어놓다가 연극의 내용을 살짝 건너뛰고, 빼먹어 가면서 대충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즉, 몰리에르의 <따르뛰프>는 연극 속의 연극인 셈이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벨트-업 극단의 <따르뛰프>는 일종의 메타연극인 셈이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이 무대에는 마임과 연극, 가부끼와 거리연극의 요소들이 모두 합해져 관객과 함께 제4의 벽을 무너뜨리는 한 판의 질펀한 연극판이 된다. 같은 극단의 카프카의 <심판 The Trial> 역시 같은 극장 씨소코(C Soco)에서 공연되며,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전화번호를 받아놓았다가 SMS로 비밀공연에 초청하기도 하므로, 꼭 연락처를 남기는 것이 좋다.


인비저블 돗(Invisible Dot) 극단의 <호텔 (The Hotel, 8.5-31, Assembly Rooms)>은 호텔 방문을 체험하게 하는 인터엑티브 공연이다. 관객은 호텔에 초대받은 손님이 되고, 가짜 호텔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 자기가 보고 싶은 방을 마음대로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는 크림 크래커 빨리 먹기 세계대회가 진행되고, 웰빙룸에서는 엉터리 체조 기록 갱신이 일어나고 있다. 회의실에서는 어떤 회사 면접이 진행되는 걸 엿볼 수 있고, 비즈니스 룸에서는 컴퓨터로 놀아도 좋은 공연이다. 호텔 곳곳에는 점쟁이, 마사지하는 사람, 카바레 연예인, 사무스태프 등으로 가장한 코미디 배우들이 즐비하다. 공연시간이 50분 밖에 되지 않으므로 쓸데없이 리셉션 스태프에 붙잡혀 신상기록이나 적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한다.


꿈과 희망의 메시지!
가족과 함께 방문한 관객을 위한 아기자기한 인형극과 어린이 공연들도 많이 보인다. 지난 며칠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을 들자면, 톨스토리즈씨어터(Tall Stories Theatre Company)의 <빗자루의 공간(Room on the Broom, 8.31까지, [19,20 공연없음], www.tallstories.org.uk/shows/room-on-the-broom), 앤디 로렌스의 인형극 <라푼젤과 운명의 타워(Rapunzel and the Tower of Doom)>를 꼽을 수 있다. <빗자루의 공간>은 맘씨 좋은 마녀 아줌마가 빗자루를 같이 탈 친구들을 너무 많이 초대해서 빗자루에 앉을 자리가 없어 곤란을 겪는다는 이야기로, 귀여운 소품과 탁월한 배우들이 노래를 곁들여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미나다. 재담가인 줄리아 도널드슨(Julia Donaldson)의 참신한 이야기들이 흥겨운 작품 (8.10-31 Pleasance Courtyard). 앤디 로렌스의 1인 인형극 공연인 <라푼젤…>은 귀여운 인형 주인공들과 함께 다양한 야채와 채소들이 대거 출연하는 상상력 만점의 어린이를 위한 소형 공연이다(8.10-30, Scottish Storytelling Centre).

3대 극장 - 어셈블리, 플레상스, 트레버스
에딘버러 프린지의 3대 주요 극장이라 할 수 있는 어셈블리, 플레상스, 트레버스를 중심으로 볼만한 공연들이 몰려있다.  

먼저 어셈블리극장(www.assemblyfestival.com/)에서는 현재의 암울한 경제난에 걸 맞는 전후 세대를 그린 작품으로,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희망과 미래가 낯선 단어이던 암흑기를 살아가던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 <간소한 수단의 여자들 (The Girls of Slender Means)>이 기대를 모으는 극작가, 주디스 아담스(Judith Adams)의 필치로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8.6-31). 또한 여류작가 린다 발로위(Linda Marlowe)가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하는 <세계의 아내(The World's Wife)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사와 소설 속의 인물들을 그 부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기발한 코미디로, 프로이드의 부인, 헤롯왕의 부인, 콰지모도의 아내 등 18명의 유명인의 아내가 등장인물로 출연하여 잘난 남편 흉을 보는 코믹 페미니즘 연극이다. 캐롤 앤 더피(Carol Ann Duffy)의 시집에 기초한 이 작품은 린다 발로위의 재담과 탁월한 연기가 더해져 크게 칭찬받고 있다. 이외에도 어셈블리극장에서 화제를 모으는 작품들은 힐튼호텔의 딸이자 세계의 스캔들 메이커인 파리스 힐튼을 소재로한 연극 <파리스 힐튼의 암살( Assessination of Paris Hilton)>, 달로 여행을 떠난 우주여행사들의 엽기적인 코미디 <작게 한 발짝(One Small Step)>, 영화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직접 연출하고 화제의 배우 밥 킹덤이 출연하는 일인극 <딜란 토마스의 귀향 여행(Dylan Thomas: Return Journey - Bob Kingdom)>등이 있다.


플레상스 극장( Pleasance, /www.pleasance.co.uk/edinburgh/)의 기대작으로는 디지털 카메라와 CGI 백 프로젝션, 애니매이션, 특이한 음향효과와 조명을 이용해 한 남자의 자살을 그의 아내와 목격자 부부가 되짚어가는 아날로그(Analogue) 극단의 디지털 신체연극 <비치헤드 (Beachhead) 8.5-30, Pleasance King Dome), 신체극단, 게코(Gecko)의 히트작 리바이벌, <오버코트(Overcoat)>, 라이브 연주와 즉흥연기로 아기자기한 삶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재주 많은 이야기꾼들, NIE 극단의 <개와 함께 한 내 인생(My Life with the Dogs)>, 집시가 아닌 자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는 집시들의 편견, 미신, 습성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파헤친 연극 <집시의 왕 ( King of the Gypsies)>, 루시 포스터라는 한 여인이 자기 침실에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더불어 사는 인간들을 사랑을 하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건강한 것인지를 유머 가득한 웅변으로 진행하는 야심작, 점블드극단(Jumbled)의 <오, 나의 초록색 비누상자(Oh, My Green Soap Box)>(8.31까지), 엽기 코드의 아코디언 음악과 코믹한 가사로 유명한 영국의 밴드, 타이거 릴리즈(Tiger Lillies)의 콘서트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딘버러의 ‘창작극 산실’로 불리는 트레버스극장(Traverse, www.traverse.co.uk)에서는 유명 영국 극작가들의 신작들이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노래가 있는 연극 <미드섬머 Midsummer>는 자기혐오에 빠진 인간들이 거리에 널린 그런 한여름 밤(다리가 불타고, 차 추격전이 벌어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녀가 숙취에 빠져 어느 한여름 밤 서로 눈이 맞는다는 코미디. 스코틀랜드 최고의 극작가 데이빗 그레그(david Greig)와 싱어송라이터 고든 맥킨타이어(Gordon McIntyre)가 호흡을 맞춘 노래가 있는 음악극이다 (8.30까지).

주디스 톰슨의 신작 <끝의 궁전 (Palace of the End)>은 감옥에서 죄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은 여자 군인, 세계적인 불명예를 대면한 UN의 무기감시관, 형을 집행 받은 이라크 여자 셋이 진실을 위해 싸우는 진지한 정치극이다. 엽기적 동화작가 에드워드 고리의 작품을 각색한 <의심스런 손님 (The Doubtful Guest)은 주교님 댁에 침범한 이상한 ‘놈’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쫓아낼 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생물체가 들어와 접시를 먹어 치우고, 거실에 식구들을 가둬놓고, 소중한 물건들을 연못에 던져버린다. 식구들은 이 '놈' 때문에 자기 집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생생한 연극성, 독특한 환타지, 소름 끼치는 코믹성으로 신선한 연극무대를 선사해 온 홀리폴로이 극단의 신작이 주목 받고 있다( 8.19-30).

그리고 최근 많은 연극상을 수상한 인기작가 사이먼 스티븐(Simon Stephens)의 신작 <바다벽 Sea Wall, 8.7-16>은 가족에 관한 진솔한 연극이다. 주인공 알렉스에게 인생은 괜찮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인생의 파괴적인 힘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이 일어난다. 또한 신체극단으로 유명한 클로드 앙상블(Clod Ensemble)의 <머스트: 인사이드 스토리 (Must: The Inside Story)>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우리에게 몸에 대한 시적인 해석으로, 뼈와 근육, 연골에 담긴 기억과 이미지에 대한 특이한 작품이다. <걸리버 여행기>, <엘레펀트 맨> 등에 영감을 받아 인간의 신체의 부위들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만든 작품이다.



놓치고 싶지 않아!
이외에도 300개가 넘는 공연장 중에 꼭 들러 볼 만한 특이한 공연장을 들자면, 비평가들의 인기를 얻으며 페미니즘 운동의 한 사건을 즉흥과 기억, 음악과 댄스로 풀어낸 신체극, <끔찍한 타운홀 (Town Bloody Hall)>, 도서관을 소재로 하여 책 속에서 파묻혀 사는 엽기적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공연 <도서관 (Library)>, 그리고 던덴댄스극단(Dudendance Theatre)의 무용공연 <스페이스맨(Spaceman)> 이렇게 세 작품이 공연되고 있는 세인트 스테판 교회에 위치한 아치즈 극장(Arches at St Stephen’s), 무료 쇼케이스 공연들이 종일 공연되는 포레스트 프린지(FOREST FRINGE,8.17-20, http://www.forestfringe.co.uk/)를 들 수 있다. 특히 포레스트 프린지는 최근 3년간 비평가들로부터 에딘버러 프린지 축제 속에 또 하나의 축제로 각광받고 있는데, 브리스토 홀(Bristo Hall)의 작은 공연장에서 각종 신예 작가들의 신작을 비롯하여 런던의 창작극 및 신체극의 산실이라 할 있는 BAC 극장의 짤막한 쇼케이스 공연들(8.22-29 1pm), 유명 신체극단인 임프로버블(Improbable) 극단에서 진행하는 넌스톱 수다방(Devoted & Disgruntled 8.26-27, 10am-2pm) 등이 선보인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전용관이라 할 수 있는 조지스퀘어극장(www.festivals.ed.ac.uk)에는 각종 뮤지컬콘서트와 창작 소형뮤지컬들이 선보이는데, 가장 기대를 모으는 공연으로는 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즉흥으로 즉석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쇼스타퍼(Showstopper)>, 패러디 오페라 스타일과 욕설이 낭자한 풍자뮤지컬 <제리 스프링거 오페라(Jerry Springer The Opera)>를 학생들이 선보이는 아마추어 프로덕션 등이 있다.

TIP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주요공연  

2009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조나단 밀스 예술감독의 3년차 프로그램으로 '귀향'을 화두로, 중세의 계몽주의를 주제로한 세계명작시리즈가 돋보인다. 정치성이 강하고 대형코러스의 앙상블이 화려한 루마니아시비우국립극단의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의 장엄한 신작 <파우스트(www.eif.co.uk/faust)>,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단의 대형 무대의 오페라, 바하의 <액터스 트라지쿠스(www.eif.co.uk/actustragicus)>, 남아프리카 핸드스프링인형극단의 세계적인 인형술을 자랑하는 오페라 <율리시스의 귀향(www.eif.co.uk/handspring)>, 안무가 마이클 클락이 70년대 팝음악을 배경으로 현대적 감각을 앞세운 현대무용 <마이클 클락 신작(www.eif.co.uk/michaelclark)> 이 눈길을 끈다.

연극	날짜, 시간	장소
옵티미즘 (OPTIMISM)	8.15~17, 20:00	로얄리시움 씨어터
디아스포라  (DIASPORA)	8.15~16, 20:00	에딘버러 플레이하우스
마지막 마녀  (The Last witch)	8.23~24,26~29 19:30	로얄리시움 씨어터
파우스트  (faust)	8.18~22, 19:30	롤런드홀
피터와 웬디  (Penter and Wendy)	9.2~5, 19:30	로얄리시움 씨어터

오페라	날짜, 시간	장소
마카베의 유다 (judas maccabaeus)	8.14, 19:00	어셔홀
맥베스(Macbeth)	8.21, 19:30	어셔홀
율리시스의 귀환  (Il ritorno d’Ulisse)	8.23,25~26, 20:00	킹즈씨어터
리날도(Rinaldo)	8.24, 19:00	어셔홀
아시스와 갈라테아(Acis&Galatea)	8.30, 20:00	어셔홀
더 페리 퀸 (The Fairy-Queen)	9.4, 20:00	어셔홀
액투스 트라지쿠스 (ACTUS TRAGICUS)	9.4~5, 19:15	에딘버러 페스티벌

무용	날짜, 시간	장소
Gelabert  Azzopardl	8.21~23, 20:00	에딘버러 플레이하우스
MICHAEL CLARK	8.28~31, 20:00	에딘버러 플레이하우스
SCOTTISH	9.4~5 14:30, 19:30	에딘버러 플레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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