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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리뷰] 악한걸까, 약한걸까? 인간에 대한 물음표 연극 ‘Q’

작성일2016.06.15 조회수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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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으로 만든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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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형을 위한 매듭이 창 밖에 한개, 안쪽 공간에 한 개 매달려 있다. 작품 속 상황은 살인현장에서 범죄자와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설정됐다. 계단으로 이어진 낡은 벽돌 욕조에는 빛바랜 핏자국이 묻어 있다. 범인은 쇠사슬에 묶인 채로 중앙 의자에 앉아 있고 검사만 그 주변을 맴돌며 취조한다. 욕조의 계단은 정적으로 연출될 수 있었던 장면을 극복하는 장치로 배우들은 계단을 활용해 무대에서의 동선이 좀 더 다양해질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범인 ‘싱페이’는 계단 위와 무대를 뛰어다니며 광적인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관객석 우측에는 변기가 위치해있고 그 위에 돌아가는 환풍기의 그림자가 무대 왼쪽 벽에 떨어진다. PD는 범인 ‘싱페이’가 방송에 비협조적이자, 물과 키를 변기에 버리며 그를 협박한다. 변기는 극적 상황을 표현하는 데에 아주 효과인 장치로 사용됐다. 수차례 물을 달라는 범인 ‘싱페이’의 요구를 들어줄 듯 하다가 무시하며 물을 변기 안에 부어 버리는 PD의 여유로운 모습과 화를 내는 ‘싱페이’의 대조적인 모습은 관객을 긴장하게 만든다.

 

연극 ‘Q’ 무대에서 가장 특징이 되는 스크린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공들인 설치다. 생방송으로 범인 ‘싱페이’의 인터뷰 과정을 방송한다는 설정 때문에 무대와 객석에는 7대의 카메라와 4대의 모니터가 설치됐다. 각기 다른 각도로 설치된 카메라는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촬영한다. 관객들은 무대 위 배우들과 모니터 속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연출된 모습의 모니터'와 모니터 밖 '진실 된 무대'를 본다. 같은 상황이지만 두 개의 다른 모습을 보고 한때 논란이 됐던 ‘악마의 편집’이 생각났다. ‘모니터 화면만 보고 있는 관객이라면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주요 무대인 욕조 안으로 들어오는 문에 복도식 입구를 설치했는데 PD가 이 곳에서 대사를 하며 등장하는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 실제로 이 공간은 무대 뒤지만 관객들에게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간 활용이 뛰어났다.

지극히 대한민국적인 이야기

 

이 작품의 원작은 2014년 멤피스에서 ‘Everybody wants him dead’란 제목으로 공연됐다. 작·연출가인 요세프 케이는 2년 전 뉴욕에서 올렸던 쇼케이스 대본을 한국 공연을 위해 재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수정·보완했다. 작품 속에는 한국에서 실제 일어날 법한 일들로 가득하다. 최근 뉴스에 자주 방송되어 국민의 불안감을 상승시켰던 납치, 토막살인 사건, 묻지마 살인, 연쇄살인, 중국으로의 장기매매 이야기는 실제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캐릭터 또한 현실에서 있을 법하다. 관심에 목마른 연쇄살인범 ‘싱페이’는 살인 그 자체를 즐긴다. 실제 뉴스에 나온 연쇄 살인 사건 범인들이 주로 하는 말은 ‘그냥 죽였다’, ‘관심 받고 싶었다’이다. 극중 생방송을 준비하는 PD의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잖아. 대한민국에서는 익숙하지’라는 대사에서 씁쓸함을 느낌과 동시에 공감이 간다. 뇌물수수로 위신이 추락한 젊은 스타검사가 재도약을 위해 방송에 협조한다는 설정과 대기업의 뇌물을 받기로 하고 방송을 조작하는 PD, 자극적인 것을 위해 방송을 연출하는 상황 설정은 ‘악마의 편집’과 함께 부상했던 대한민국 방송의 비판 여론을 떠오르게 한다.

인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솔직하면서 불편한 연극

 

인간은 모두 악하지만 동시에 약하다. 연극 ‘Q'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설정해 관객들에게 이 점을 전달한다. 캐릭터들은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이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로 입장이 바뀐다. 연출자가 이 점을 노린 것이라면 표현이 잘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교도관장은 살인마를 데려와 방송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방송에 비협조적이었지만 PD에게 3억을 받기로 하자 방송을 내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다시 딸의 납치 소식을 접한 후 살인마 ‘싱페이’에게 협조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딸이 살아 돌아올 확률은 적다는 것과 딸이 사라진 것은 아빠로서의 짐을 던 것이라는 PD의 설득으로 20억을 받기로 하고 방송에 다시 협조한다. 교도관장은 일부러 ‘싱페이’를 자극시켜 딸을 죽이게 하는 쇼를 하지만 결국 쇼가 끝나기도 전에 좌절을 맛보고 자살한다.

 

연극 ‘Q’는 악역들만 등장하는 작품이다. 프로그램을 기획·연출·진행하며 나머지 세 인물을 쥐락펴락하려는 PD, 명예욕으로 시작했지만 가족 문제로 얽혀버린 검사, 돈 욕심에 합류했지만 딸 문제가 터지며 약자가 돼 버린 교도소장 그리고 악역인 연쇄살인마 ‘싱페이’ 모두 악하지만 약한 인간이다. 그들은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욕망 앞에 약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그 욕망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엔 인간은 너무 약하다. 이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인다.

 

등장인물들은 잊을만하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묻는다. 이에 대해 요세프 연출은 “결국 연극 ‘Q’는 네 사람의 파워게임이다. PD에서 검사로, 검사에서 ‘싱페이’로 오가며 힘의 구조가 바뀔 때마다 원하는 것들이 달라지곤 한다”며 “이 같은 파워게임 속에서 관객과 같이 호흡을 해야 하니 상황을 한 번씩 찍어주는(상기시키는) 장치다. 더불어 주도권이 이리저리 옮아가면서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주지’ 라는 협상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문소현 관객리뷰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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