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뉴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대담] 뮤직 페스티벌을 다니는 이유

작성일2016.08.23 조회수2732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이전글 다음글 목록



지난 주말,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열린 송도 달빛축제공원은 하나의 거대한 찜질방 같았다. 한 발짝 뗄 때마다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으로 햇볕을 가리고 연신 부채질을 했다. 그러나 얼굴을 찌푸리고 짜증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 더운 날씨에도 웃고 뛰게 하는 것일까. 음악이 좋다면 시원한 실내에서 이어폰을 꽂아도 된다. 현장이 좋다면 실내 콘서트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 여름, ‘굳이’ 해가 내리쬐는 야외로 뮤직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이유를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참가자에게 들어보았다.

 

대담 일시 : 2016년 8월 13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

대담자 : 김현범(서울, 30, 이하 ‘김’), 이수정(서울, 27, 이하 ‘이’), 홍연희(서울, 26, 이하 ‘홍’)

Q. 언제부터 페스티벌에 관심을 가졌나? 

 

홍 :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올해로 10년 차다.

이 : 그렇게 오래됐나?

홍 : (이 씨에게) 그쪽도 그리 짧지 않다.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났는데,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지 않았나.

이 : 아니다. 그것은 콘서트였다. 내가 페스티벌에 입문한 시기는 2013년이다. 그 전에는 특정 가수를 잠깐 좋아해 그 가수가 나오는 콘서트나 페스티벌을 다녔을 뿐, 페스티벌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김 : 2013년이면 나와 입문 시기가 비슷하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부터 페스티벌을 다니기 시작했다.

 

Q. 그동안 어떤 종류의 페스티벌을 다녔나?

 

홍 : 거의 락 페스티벌만 다녔다. 오늘 열린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포함해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을 특히 많이 다녔다. 이 두 페스티벌이 한국 락 페스티벌의 양대산맥이다.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도 갔다. 특정 페스티벌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좋아하는 밴드가 나오는 페스티벌을 간다.

김 : 나는 입문 이후로 울트라뮤직페스티벌 코리아(이하 ‘UMF’)를 매년 갔다. 특별히 EDM 장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단지 재밌게 놀 수 있으면 간다.

이 : 나도 UMF를 좋아한다. 그런데 작년에는 메르스 때문에 못 갔고, 재작년에는 졸업 시험 때문에 못 갔다. 2년 모두 정말 좋아하는 라인업이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올해는 벼르고 별러서 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DJ가 헤드라이너라 안 갈 수 없었다.

홍 : 나도 이번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그랬다. ‘Weezer’가 나왔기 때문에 안 올 수 없었다.

김 : 페스티벌 자체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뮤지션의 등장 유무도 페스티벌을 가고 안 가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홍 : 장르가 제일 중요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곧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니까. 나는 브릿팝, 인디 팝 같은 얼터너티브 락을 좋아한다. 펑크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라디오헤드, 마룬5, 위저, 뮤즈 등이다.

김 : 나는 신나는 노래면 다 좋다. 그래서 재즈를 별로 안 좋아한다. 또 페스티벌 내내 긴 시간 동안 듣기 때문에 헤비메탈처럼 너무 강한 노래는 귀가 아파서 좋아하지 않는다.

이 : 나는 EDM을 좋아해서 이외 음악은 별로 들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와서 인디밴드와 얼터너티브 락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니 이것도 아주 좋다. 페스티벌은 내가 듣지 않던 장르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되는 것 같다.

 

Q.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많은 ‘대상’ 중 왜 ‘페스티벌’, 그것도 ‘야외 페스티벌’인가? 

 

홍 : 음악이든 분위기든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김 : 야외에서 노래들으면서 맥주 마실 수 있어서다.

이 : 김 씨가 정답이다.

홍 : 맞다. 그것은 실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똑같은 음악을 똑같은 맥주를 마시면서 들어도 그 느낌이 안 난다.

김 : 오늘처럼 피부가 익을 것처럼 햇볕이 따갑더라도 야외가 좋다. 다 함께 땀을 흘리고 다 함께 하늘을 보고 다 함께 몸을 흔들다 보면 나를 가두던 문이 열리는 느낌이다.

홍 : 오늘처럼 더울 수도 있지만, 비가 폭포처럼 쏟아질 때도 있다. 몇 년 전 페스티벌에 갔는데 정말 비가 억수같이 왔다. 우비를 입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땅은 진흙탕이었다. 그래도 그 비바람을 뚫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그만큼 시원했던 때도 없다. 물론 지금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지만.

 

Q. 일명 ‘솔플’이라고 불리는 ‘혼자 페스티벌 가기’에 대한 생각은?

 

홍 : 밥도 혼자 먹고 영화도 혼자 보지만 페스티벌은 혼자 못 다니겠다. 페스티벌은 혼자 오면 재미가 없다.

김 : 공감할 사람이 없어서 재미없을 것 같다.

이 : 나는 9월에 열리는 ‘아카디아 코리아 2016’에 혼자 갈 예정이다. 예전에 콘서트를 혼자 가봤는데 별로 좋고 싫고가 없었다. 동행이 있으면 오갈 때나 중간에 쉴 때, 무얼 먹을 때 심심하지 않고, 음악에 대한 감상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지만 혼자 가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과 더 어울릴 수 있다는 것 등이다.

홍 : 그것도 그렇다. 그리고 정작 음악에 맞춰 춤출 때는 혼자 있거나 동행이 있거나 별 차이가 없다. 다들 경계 없이 신나게 몸을 흔드니까. 그 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 모두를 동행으로, 친구로 만드는 것 같다.

Q. 국내 페스티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김 : 해외 페스티벌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가기 편하다는 것 아닐까. 일단 비행기를 탈 일이 없으니까.

홍 : 그중에서도 서울 도심에서 하는 페스티벌은 특히 좋다. 교통편이 편한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만 해도 다닐 만 하다. 하지만 국내 페스티벌도 교통편이 엉망인 곳이 많다.

이 : 라인업도 좀 아쉽다. 티켓값을 생각했을 때 해외 페스티벌이 국내 페스티벌보다 라인업이 좋은 편이다. 물론 비행기값을 생각하면 감지덕지지만. UMF 유럽이나 투모로우랜드를 보면 ‘이게 가능한 라인업인가’ 싶을 정도로 라인업이 좋아서 늘 부럽다.

김 : 페스티벌마다 입장 규칙이 까다로운 것도 좀 더 편하게 바뀌면 좋겠다. 개인이 지참할 수 있는 물품에 대한 제한이 많은데 가방 맡기는 곳은 혼잡해서 이용하기 힘들다. 페스티벌 장 내의 푸드트럭만 이용해야하는 것도 불만이다. 좀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페스티벌 매니아로서 한 마디.

 

홍 : 올해도 신나게 놀다 가고 싶다.

김 : 더 늦기 전에 놀고 싶다. 놀 수 있는 마지노선이 3년 정도 남았다.

홍 :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에 마지노선은 없다고 생각한다.

김 : 홍 씨는 마흔 되서도 다닐 것 같다.

이 : 여러분과 함께 할 날이 아직도 많이 남은 듯해 기분이 좋다.

 

그들은 무더운 여름을 짜증의 대상이 아닌 ‘뜨거운 해방’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다음주에도 또 다른 페스티벌에 참가한다고 한다. 그들의 여름을 응원한다.



이수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