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빈티지 뮤지컬 [뒷골목 스토리]

작성일2006.01.06 조회수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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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에 담겨진 동화 같은..
아련한 추억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이야기


요즘 흔하디 흔한 것이 ‘사랑’이라는 주제의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할 것 없이 모두 다 주제이고 소재이다. 그러나 ‘사랑’도 여러 형태인데 [뒷골목 스토리]는 흔하디 흔한 ‘사랑’이라는 주제에 ‘가족’이라는 훌륭한 소재를 체택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마다 보는 관점이 달라서 ‘사랑’이라는 것에 모두 포함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색다른 사랑을 전하여 준다.

진부한 내용의 진부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던가. 우리네 어린 시절에 놀았던 그 뒷골목의 이야기가 진부하다면 말의 서두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았던 집을 나서면 코앞에 맞딱드리는 직사각형의 골목이다. 그 골목에는 이웃집 형, 누나, 친구, 동생 할 것 없이 술래잡기와 말뚝박기, 망까기, 고무줄 놀이, 구슬치기로 북적거린다. 우리 어릴 적 그 안에서도 [뒷골목 스토리]에 나오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는 앞집 영희네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오셨는데 찬 내 놓을게 변변히 없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옆집 철이네에서 반찬 몇 가지, 영수네에서도 몇 가지 가져다 주는 그런 인심 좋은 동네가 한 둘이 아니었거늘. 그런 ‘인심’과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던 유일한 곳이 ‘뒷골목’이라는 곳이다.

[뒷골목 스토리]는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훈훈한 정이 담긴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뒷골목 스토리의 프롤로그는 대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나이가 아버지가 관리하고 있는 예전에 살던 집을 찾으러 산동네 골목길을 찾는 데에서 시작한다. 조용한 뒷골목에서 기억 저편에 있는 추억들을 하나 둘씩 꺼내어 놓는다. 시끄럽고 북적대던 뒷골목에서의 이야기들을 말이다. 새우젓 아줌마와 살집 아저씨의 사랑 이야기, 사건으로 인해 바빠 집에도 잘 오지도 못하는 아기엄마와 장형사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할아버지들의 배틀, 남편과 함께 했던 그 때를 추억하는 할머니, 자신이 고양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맛이 간 아저씨, 아들을 위해 헌신적인 어머니와 학원도 필요없이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효자 아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이야기,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두 다 알게 되는 뒷골목들의 이야기, 남편의 생일날 케잌을 사러 가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아내를 그리며 슬픈 날을 이야기하는 아빠와 아빠의 생일과 엄마를 만나는 날이라고 기쁜 날임을 말하는 딸의 이야기, 내일이면 시집가는 친구를 보내는 우정 어린 이야기,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 몸을 못가누면서도 족발에 집착하는 임산부 이야기, 헤어졌던 연인들이 우연히 서로의 옆에 누군가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묘한 감정에 쌓이게 되는 좋아보여의 이야기 등이 펼쳐 진다. 이야기는 다시 대성에게 맞추어져 집을 팔려고 했던 것을 묻어두고 다시 돌아간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구성에 있어서 확실한 단추 채우기가 잘못된 느낌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향수어린 옛 추억을 담은 이야기들이 공감대를 형성시켰다는 점과 극 안에서의 다양한 볼거리로 인해 지루할 틈이 없는 무대가 선보인다. 소재 자체의 감동뿐만 아니라 재미와 신선함을 전달하고있다. 4명의 배우들이 크지 않은 무대 위에서 6-7개의 배역을 소화해 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었지만 무리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 보이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보기 좋았던 무대이기도 하다. 극의 소재와 주제보다 조금은 세련된 음악과 약간은 어설픈 군무가 그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내세우며 살고 있는 도시 속에서 차가운 시선과 무관심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공연시간 동안만이라도 잠시 잊게 하고 있었다. ‘지금’ , ‘현재’는 차단된 벽을 치고 살고 있지만 ‘과거’, ‘어느 날’에는 정을 주고 살고 있다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따뜻함을 손에 손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알과 핵 작은 소극장에서 나눠주고 있는 것 같다.

진부한 이야기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평범한 우리네들 이야기가 음악과 분장, 소품 등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무대를 채우고 있다. 그 중에 차정화는 단연코 개성이 강한 캐릭터로 무대를 장악한다. 담벼락 더러워짐을 한탄하는 순악질 여사 같은 아줌마에서 형사의 아내로,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로 발굴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홍관표도 초등학생에서 해병대 출신 쌀집 아저씨로 할아버지로 중학생 아들로, 헤어진 연인으로 또 한 번 경악한 완벽한 아줌마로 변신이 이채롭고, 모든 배역을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움직임 등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었다. 배근영은 천역덕스러운 할머니의 역할과 새우젓 아줌마의 능청미, 엄마의 제삿날을 엄마 만나러 가는 길이라면서 천진한 눈망울을 보여주는 배근영에게는 혀를 내둘러야 하는 입장이 된다. 김용호는 극중 프롤로그와 엔딩을 정리해주는 대성이의 역할을 잘 이끌어 준다. 장형사, 백수, 시집 보내는 아버지, 미친 고양이 등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드는 건 [뒷골목 스토리] 배우라면 다 할 수 있는 능력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머니 속의 돌]과는 조금 다르지만 한 배우가 몇 가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요즈음 연극이나 뮤지컬의 추세인 듯 하다.

골목길의 추억들. 그런 추억들을 생각하며 들여다 보면 아기자기하고 옹기종기 모여 모닥불을 쬐는 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이다. 물론 초연이기 때문에, 제작자의 말마따나 쇼케이스이기 때문일지 몰라도 수정작업을 분명히 거친다면 [렌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옴니버스 [렌트]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바램을 가져 본다. 개인적인 바램은 바램일 뿐. 소극장에서 올려지는 일련의 뮤지컬들이 내실을 탄탄히 다져 알찬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내 기억 저편에 있던 뒷골목의 아련한 기억들을 꺼내어 준 [뒷골목 스토리]에게 고맙다. 시간이 지나 [뒷골목 스토리]를 다시 떠올릴 때 잔잔한 추억과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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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고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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