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하다. 발랄하다. 웃기다. 뿌듯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아이고, 재미지다”.
우리 소리가 이렇게 흥겨울 줄은 몰랐다. 어르신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다. 판소리가 이처럼 맛깔지고 개운하다는 걸 새롭게 깨닫는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가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는 애플그린처럼 상큼하고 발랄한 이야기가 유쾌한 판소리를 입은 무대다. 짧은 세 편의 에피소드를 한 대 묶어 펼친 이번 공연에서는 세기의 로맨스를 기발한 발상으로 재구성한 ‘과자이야기’와 기존의 단편영화를 바탕으로 한 ‘조선 나이키’, 그리고 올해의 신작인 ‘스물셋 송희’를 만나볼 수 있다.

세상에 지진을 일으키는 것은 거대 괴물의 요동이 아니라 팔랑이는 나비의 날갯짓임을 실천한 무대라 더욱 반갑다. 새우깡, 오징어칩, 알새우칩 등으로 대변되는 바다과자와 감자깡, 고구마깡 등으로 일가를 꾸린 육지과자 사이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과자이이기’는 타루가 만든 과자 시리즈의 최신판. 작은 발상의 전환에 걷잡을 수 없는 상상력의 활개가 더하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 공연을 보고 나면 오징어땅콩을 ‘심심풀이 땅콩’쯤으로 먹을 수는 없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 ‘송이 이야기’는 조금 더 판소리의 맛을 살렸다. 주인공 송이의 비극적이고도 통쾌한 연애사가 엇모리로 시원히 물꼬를 트고 중중모리로 리듬을 타다 자진모리로 내 달린다. 주인공 송이로 등장한 배우 권송희는 20여 분의 시간을 쥐락펴락 하며 믿을 것 못 되는 남자친구에게 강력한 어퍼컷을 날린다. 여자 관객 뿐 아니라 남자 관객들에게서도 “어얼쑤, 잘한다!”가 터져나온다.

포근함이 느껴지는 무대 ‘조선 나이키’는 모두가 힘들고 어렵던 시절, 가진 것은 없어도 소박한 꿈 하나로도 마음이 넉넉해 지던 그 때의 서울 달동네로 안내한다. 전편에서 열심히 피리를 불던 연주자가 주인공 순돌이로 변신한다. 말 못하는 안타까움보다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에 모든 것을 거는 소년 순돌이가 한 없이 귀엽다. 여기 모두는, 오늘은 패자지만 내일은 찬란한 승자가 되기를 꿈꾼다. 승리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타루는 작지만 소중한 희망의 기쁨을 충분히 누려도 될 집단이다. 고루한 어르신네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겼던 판소리에 발랄한 젊음의 옷을 입힌 시도하며, 제법 ‘근사한 코디’를 해 낸 센스가 남다르다. 객석에 관객이 물밀 듯 넘쳐나지 않지만, 입소문으로 이들의 명성을 접한 이들의 추임새에 공연장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대금, 해금, 가야금, 피리 등 전통 악기들이 빚어내는 라이브 음악도 작품의 매력에 톡톡한 한 몫을 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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