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들썩들썩 신나네!' 웰메이드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보이스>

작성일2014.01.28 조회수9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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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난 후 그룹 '포시즌스'의 다른 음악들을 더 찾아 듣고 싶어졌다. 지금 2, 30대 젊은이들에게는 이름도 낯설 수 있지만 무대에서 만난 중독성을 가진, 또는 익히 들어본 음악들은 이들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낳게 만든다. 여기에 등장 인물들의 귀여운 안무와 드라마틱한 이야기까지, 공연을 본 후 큰 여운을 남기며 오랜 시간 관객들을 사로잡는 것이 <저지보이스>의 매력이다.

1960년대 혜성처럼 등장해 팝 차트를 휩쓸었던 미국 그룹 '포시즌스'을 주인공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보이스> 내한 공연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이 국내 첫 소개인 만큼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면이 있으나, 2005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1,750만 명이 관람하고 약 1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흥행 랭킹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계 대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저지보이스>는 노래의 주인공인 그룹 포시즌스의 일대기를 충실히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구성을 기본으로 한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젊은 남자 네 명이 어떻게 만나 '포시즌스'라는 팀으로 결성되어 빅히트곡들을 낳게 되었는지 이들의 성공가도, 팀의 와해와 숨은 속사정, 그리고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르며 다시 목소리를 모으기까지의 이야기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에 빗대어 펼쳐진다.

특히 네 명의 멤버가 차례로 해설자로 등장해 자신만의 시선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은 같은 사건 속에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생각들을 보여주는 색다른 시도다. 네 가지 입장에서 차례로 빠르게 이어지는 전개로 극은 어느 하나의 시선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맞추며 관객들이 더욱 풍성한 묘미를 느끼게 해 준다.


그룹의 메인 보컬 프랭키 밸리 역을 맡은 그랜트 앨미럴의 독특한 목소리 또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무대 위에서 거의 퇴장 없이 서른 곡이 넘는 고음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 프랭키 밸리 역을 맡아 그는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팔세토(falsetto) 창법을 구사하며 3옥타브 반의 음역대를 소화했던 실존 인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프랭키 밸리 역을 맡기 위해선 <저지보이스>만의 독특한 오디션 제도인 '프랭키 밸리 캠프'의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데, 5피트(약 152cm)의 키, 9인치(약 230cm)의 발 사이즈에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출신의 외모를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프랑키 밸리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최종 '밸리'가 되는 건 프랭키 밸리의 높고, 날카로우면서도 고유의 특징이 살아있는 팔세토 창법을 소화할 수 있는 자 뿐이고, 이번 무대에서 만나는 그랜트 앨미럴 역시 그 최후의 뛰어난 1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포시즌즈만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화음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는 것도 <저지보이스>를 통해 반갑게 알 수 있다. 영화 <컨스피러시> 삽입곡 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캔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비롯해 '쉐리'(Sherry), '워크 라이크 어 맨'(Walk like a man) 등 '이 곡이 포시즌스의 노래였구나'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노래들이 릴레이로 이어진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유쾌한 음악에 맞춘 신나는 안무는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 팔다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온화한 성격의 멤버였다 갑자기 팀 탈퇴를 선언하는 드러머 닉 매시(임마누엘 커티스 분)가 "난 링고스타처럼 되긴 싫었거든요"라고 말할 때 폭소를 터트릴 수 있는 건, 그룹 비틀즈에서 다른 멤버들의 그림자에 가려 인지도가 덜했던 링고스타를 알 정도로 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든가 혹은 그 시대 문화에 익숙한 서양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문화와 시대 배경의 차이가 이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은 되지 않는다. 다수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노래의 인기에 편승해 어수룩한 이야기와 장치들로 쉽게 작품을 만들고 결국 박수 받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 대신, <저지보이스>는 노래와 그 주인공들을 함께 무대에 올리는 동시에 해설자를 등장시켜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로 구성해내는 영리함을 발휘하고 있다. "이 또한 다 지나간다"는 말처럼 불행 후에 행복이, 행복 후에 불행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매 순간 무대와 함께 노래하고 그들에 몰두했다면 당신은 <저지보이스>를 제대로 만끽한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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