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변함없이 기발하고 잔인하다, 1년 만에 돌아온 연극 <필로우맨>

작성일2013.11.21 조회수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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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잔인한 상상력으로 빚어진 연극 <필로우맨>이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필로우맨> 제작진은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작가 겸 영화감독인 마틴 맥도너가 쓴 <필로우맨>은 아이들을 소재로 잔혹한 동화를 쓰는 작가 카투리안과 그를 아동살해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궁하는 두 명의 형사, 그리고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 사이에서 벌어지는 진실공방을 담은 연극이다.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지난해 5년 만에 무대에 올라 전석 매진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올해 무대에 오른 네 명의 배우 중 김준원·손종학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필로우맨>에 출연한다. <쉬어매드니스><날 보러와요> 등에서 활약해온 김준원은 잔인한 동화를 쓰는 작가 카투리안을,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목란언니>의 손종학은 카투리안을 심문하는 형사 투폴스키를 맡았다.

마이클 역의 홍우진과 에리얼 역의 정태민은 이번 공연에 새로 합류했다. 그간 <나와 할아버지><나쁜자석> 등에 출연해온 홍우진이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로, <쉬어매드니스><짬뽕>의 정태민이 다혈질의 형사 에리얼로 분한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준원, 손종학, 홍우진, 정태민

연극은 카투리안이 영문도 모른 채 취조실로 붙잡혀와 형사 투폴스키와 에리얼로부터 심문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침착해지려 애쓰던 카투리안은 옆방에서 귀에 익은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점차 이성을 잃는다. 비명소리의 주인공은 카투리안의 형인 마이클. 취조가 진행될수록 이들 형제의 어두운 어린 시절이 드러나고, 참혹한 아동살해사건의 전모도 함께 밝혀진다. 이지적이고 냉혹한 형사 투폴스키와 그의 부하 에리얼이 펼치는 심리전도 긴장감을 더한다.


지난해 소극장에서 공연됐던 이 작품은 올해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변정주 연출은 "이번 공연장이 3면의 객석으로 둘러 쌓인 돌출형 무대여서, 최대한 많은 관객이 무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중간중간 활용된 영상과 강렬한 조명도 상상력을 자극한다.

네 등장인물의 이야기 외에도 '사거리의 세 사형대' '작은 초록돼지' 등 작가의 번뜩이는 상상력이 빛나는 동화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카투리안·마이클 등이 생생한 표정과 몸짓을 더해가며 들려주는 이 동화는 고통으로 얼룩진 삶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제목 '필로우맨' 역시 카투리안이 집필한 동화의 주인공이다. 온 몸이 핑크색 베개로 만들어진 필로우맨은 어린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비참한 삶과 대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미리 목숨을 끊도록 돕는다. 어두운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일그러진 세계관을 갖게 된 카투리안과 마이클의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이 작품은 '이야기'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연출의 말도 곱씹어 볼만하다. <필로우맨>은 12월 15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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