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사이로 댄서들이 뛰어들자 탄성과 환호가 곳곳에서 터진다. 댄서와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뻗고, 라이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한다. 락 콘서트 장이 아니다. 세계투어 중인  <번더플로어>(Burn The Floor)의 일본 공연 모습이다.

<번더플로어>는 1999년 초연 이후 미국, 유럽, 호주 등 74개 도시와 30개국 이상에서 공연된 볼륨댄스 공연. 호주, 미국, 영구,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댄스의 영재들이 모여 살사에서 룸바, 탱고까지 13가지 댄스들이 2시간 동안 지루할 새 없이 펼치는 무대로 10년간 사랑받아왔다.

세계 투어를 통해 호주에 이어 일본에서 펼친 이 볼륨댄스 공연은 일본 특유의 팬덤 문화와 만나 그 열기를 더해 가고 있었다. 지난 2002년 <번더플로어> 오사카 공연이 티켓오픈 5시간 만에 모두 매진 시켜버린 열기는 전혀 식지 않은 듯, 오사카 중심부에 위치한 코세이 냉킨 카이칸 홀(Kosei Nabkin Kaikan Hall)은 중년여성관객을 중심으로 남녀노소 관객들로 빈 틈 없이 들어찼다.

무대는 힘이 넘치는 각종 라틴 댄스와 재즈, 블루스, 로큰롤 등으로 이뤄진 라이브 음악, 노래로 하나씩 채워졌다. 섹시한 의상을 입은 남녀 댄서의 차차로 공연은 시작된다. 빠르지만 리드미컬하게, 섹시하지만 흐트러짐 없는 프로 댄서들의 움직임에 탄성을 내기도 전에 룸바, 살사와 삼바, 탱고가 쉴 틈 없이 몰아친다. 화려한 테크닉과 의상에 눈이 무뎌질 때 즘이면 남녀 보컬리스트들의 노래가 주인공이 돼 무대를 채우고 비운다. 

남성 보컬리스트 ‘미그 아이사’는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은 인물. 지난 2008년 내한공연 했던 뮤지컬 <위윌락유>의 주인공 ‘갈릴레오’를 연기한 배우다. 여성 보컬리스트 ‘레베카 타피아’는 디즈니 뮤지컬 <하이스쿨뮤지컬>에서 가브릴라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들은 댄스를 받쳐주기도 하고, 무대 전면에 나서기도 하면서 팝과 R&B, 라틴팝과 로큰롤 등 영어와 스페인어를 넘나들며 25곡을 소화한다.


하지만 테크닉과 화려함을 절정을 보여주는 댄스가 이 무대의 백미 중 백미. 각종 댄스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로댄서들이 선보이는 춤은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교차한 진행 속에 지루함 없는 2시간을 선사한다. 무대가 끝나면 땀에 흠뻑 젖은 댄서들이 객석으로 뛰어나와 그 열기를 이어간다. 일본 관객은 얌전하다는 편견을 여지 없이 무너뜨리는 열띤 반응은 놀랍기까지 하다. 몸의 언어가 주는 열정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주는 무대임은 틀림없다.

호주와 일본(오사카, 도쿄) 공연을 마친 <번더플로어>는 오는 4월 2일부터 7일까지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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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번더플로어> 프로듀서 할리 메드카프(Harley Medcalf)
“세계 어디서나 열광, 한국 관객은 좀 더 특별해”

공연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에 볼륨댄스는 약간 구시대적인 취미라고 생각하고 했다. 이 공연은 그런 볼륨댄스를 새롭게 조명하고, 재창조하는 것이다. 마치 할머니의 보석상자에서 발견한 보석을 가공해서 더 아름답게 만드는 작업과 똑 같다. 우리는 역사와 전통을 존경한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댄스를 추구하기도 한다.

일본관객의 반응이 무척 열광적이다.
어디를 가든 관객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매번 다른 나라의 관객들을 만나지만, 한국에서 했던 공연을 반추해 봤을 때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좀 더 열광적이었다. 2006년 공연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한국 관객들은 너무 조용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공연이 시작하자 모두 일어서서 열광적으로 공연을 즐겼다. 2007년 공연도 똑같았다. 우리는 한국 관객을 사랑한다.(웃음)

일본 관객들의 반응보가 더 했단 말인가.
그렇다. 시끄러울 정도로(웃음).

<번더플로어>의 댄서들은 여러 나라에서 모여들었다. 어떻게 이들은 하나로 모아 공연을 만들어가나. 
지난 10년간 공연을 해오면서  이 공연은 매우 강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댄서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많은 작업을 한다. 쇼가 시작되기 전엔 다 같이 모여 박수를 치는 작은 의식으로 긴장을 풀기도 하고. 물론 여러 나라의 댄서들을 모인 건 우연에 불과하다. 우리는 단지 최고의 댄서를 찾을 뿐이었다.


각 나라의 댄서는 어떤 방식으로 선발하나.
항상 오디션을 한다. 세계 투어 중에도 해당 나라에서 오디션을 하고 젊은 댄서들을 오디션에 초청하기도 한다. 안무가 제이슨 길키슨는 여러 댄스 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실력 있는 댄서를 뽑기도 한다.

댄서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번더플로어>의 모든 댄서들이 테크닉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인하다. 많은 작업량에 대해서도 기꺼이 참여하고 소화한다. 공연에 대한 소신은 간단하다. 프로듀서로서 댄서들이 ‘이렇게 해도 되나’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대신 그들이 너무 나아갔을 때 경계를 이야기 해주는 방식이다. 댄서들이 자신의 한계를 미리 긋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무대는 엑스레이와 똑같다. 댄서들의 테크닉, 마음가짐, 정신 등 모든 게 관객 앞에 노출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자신의 최고점을 향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밀어 주어야 한다.

많은 댄서들이 춤에 대해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 명을 꼽는다면.
음..어려운 질문이다. 한 명만 고르긴 쉽지 않다. 아마, 킴 존슨일 것이다. 1999년 초연부터 2004년까지 공연을 함께 한 댄서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TV프로그램인 ‘댄싱위드스타즈’라는 쇼로 굉장히 유명해졌다. 이번 2009년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함께 한, 매우 특별한 댄서이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무대를 갖는다. 한국에서 지난 2007년 공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버전은 2008~2009년 브로드웨이 버전이다. 의상, 음악, 그 모든 게 바뀌었다. 지난 공연보다 발전한 무대로, 이번 무대가 최고의 기량으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일 것이다.

글: 일본 오사카/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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