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연극 <얼음>, 장진 연출 “관객들이 만든 범인이 궁금하다”

작성일2016.02.18 조회수6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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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수현재씨어터에서 장진이 쓰고 연출한 연극 <얼음>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 작품은 잔인하게 살해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열 여덟 살 소년과 그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형사의 이야기다. 형사 역을 맡은 두 배우만이 등장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배우와 관객이 만들어내는 집요한 심리전이 관람포인트이다.

인자한 듯 보이면서도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형사 1은 뮤지컬과 연극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인 박호산과 브라운관에서 악역 전문으로 자주 모습을 비친 이철민이, 겉으로 보기에는 터프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형사 2는 오랜만에 대학로 무대에 복귀하는 김무열과 김대령이 캐스팅됐다.


스사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시작하는 <얼음>에서는 용의자로 잡혀온 소년을 취조하는 형사들이 조사한 내용을 통해 사건의 모습이 점점 구체화된다.

하지만 소년 역은 실제 배우가 등장하지 않고, 배우들이 무대에 소년이 실재하는 것처럼 연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 장을 통해 결말이 밝혀지긴 하지만, 관객들은 저마다 만들어 놓은 소년의 이미지 때문에 극이 끝나고 무언가 찜찜함과 동시에 의문을 품게 되는 작품이다.

장진 연출은 시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2014년 연말에 쓴 작품이다. 사무실에 들어가 며칠 동안 연락을 끊고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작업이었다. 예전에는 공연 날짜도 미리 잡아놓고 목적이 분명한 희곡들을 썼다면 이 작품은 그런 것 없이 그저 쓰고 싶어서 썼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벅차고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의 특징 때문일까? 다른 때보다 연출에 대한 질문들이 많이 쏟아졌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추려 정리해보았다.
 
Q 제목 <얼음>의 의미는?
처음에는 물이었고, 형체도 없던 것이 '얼음'이다. 곧 녹아서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을 '물'과는 다른 형질로 이야기한다. 단순히 추워서 얼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얼음’이라고 지칭한다.

이 작품에 빗대어 말하면 소년을 통해서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소년이 어떤 모습이고 무슨 말을 했는지는 관객들 각자가 만들어내며, 그 모습은 다 다르다. 그런 ‘얼음’같은 환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Q 관객들이 범인이 누구인지 헷갈려 할 것 같다.
우리는 범인이 누구라고 분명히 밝힌다. 하지만 관객들이 만들어 놓은 소년의 모습 때문에 관객들이 생각한 이야기의 결말과 범인이 다를 수 있다. 관객 분들이 연극 안에서 또 다른 창작을 해주고, 나름대로의 결말을 가져가시면 될 것 같다.

Q 극 중에 형사 2가 따라 부르는 소년의 노래 어떤 의미인가?
‘소년이 살인을 저질렸다’는 물리적인 사실이 무대에서 펼쳐졌을 때, 소년을 좀 더 특이하고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루시아라는 뮤지션에게 부탁해 멜로디를 받았고, 멜로디가 좋아 완성된 곡으로 만들었다. 커튼콜 때 나오는 음악이 바로 그 음악이다.
 
마지막으로 장진 연출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50억짜리 대작 영화보다 긴장이 된다. 살면서 이런 순간이 있다는 것이 즐겁다. 본의 아니게 요즘 대학로에 예전 내가 쓴 공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무얼 할 수 있는, 지금 쓸 수 있는 작품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는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극 <얼음>은 3월 20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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