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교양 따윈 집어 던진 두 부부의 진흙탕 설전 <대학살의 신>

작성일2017.06.23 조회수3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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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배우 네 명이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연극 <대학살의 신>이 연습현장에 관객들을 초대해 작품을 공개했다.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 네 배우는 암전도 퇴장도 없이 촘촘하게 대사를 치고 받으며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대학살의 신>은 교양이란 가면을 벗어던진 현대인들의 민낯을 시원하게 폭로하는 코미디 연극이다. 친구를 때린 아이의 부모와 맞은 아이의 부모, 합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두 부부는 우아한 미소를 띄며 대화를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험악한 속내를 드러내며 진흙탕 싸움을 펼친다. 시연을 선보인 배우들은 실감나게 감정을 발산해냈다. 맞은 아이의 엄마 ‘베로니끄’ 역을 맡은 배우 이지하는 연습을 진행할수록 배역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처음엔 대본 보고 제 배역이 굉장히 재수없게 느껴졌어요. 포기를 모르고 물고 늘어지는 게 사람 질리게 하잖아요. 근데 연기를 하면서 점점 베로니끄 말이 맞는 거 같아요.(웃음)”
 



네 배우는 배역의 특징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호탕한 듯하지만 남성적 허세가 몸에 밴 미셀과 깐깐한 부인 베로니끄는 말꼬리를 붙잡으며 진정성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때린 아이의 아빠 알랭은 사과를 위해 미셀 부부의 집을 방문했지만 무례하게도 업무상 통화를 쉴 새 없이 이어간다. 그의 부인 아네뜨는 남의 집 거실에 구토를 한다. 알랭 역을 맡은 남경주는 “일에 있어서는 프로지만 남하고 소통할 줄 모르고 자기 생각을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알랭이에요. 계속 문제를 만들 수밖에 없죠”라며 자신의 배역을 소개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측은 공연명 <대학살의 신>에서 풍기는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2011년 재연 당시 홍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이 제목이 작품의 핵심메시지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김태훈 연출은 “두 부부는 인격적으로, 성별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학살을 자행합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만 옳다고 생각하며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죠. 이 두 부부처럼 우리들도 서로에 대해서 인격적인 학살을 계속하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 <나는 너다> 이후 3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송일국은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쳐 관객들을 폭소케했다. “연출님이 뭘 만들려 하지 말고 제 안에 있는 미셀을 끌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가둬 뒀던 저를 드러내려 노력했어요” 그간의 연습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는 최정원은 “극 중에 '사람은 찰흙같아야 한다'는 대사가 있어요. 송일국 씨도 찰흙같아서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연기하는 것 같아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연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는 배우들의 연기비법이 공개되기도 했다. 탄탄한 호흡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남경주는 “상대배우의 말을 들으려고 노력해요. 연기하다보면 내 대사만 생각하게 되기 쉽거든요. 상대의 말을 들어야 제 감정도 같이 뜨거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잘 들으려고 노력합니다”라며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최정원은 “전 배역이 원캐스트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 네 명이 서로 리액션도 잘해주고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좋은 극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연출, 오세혁 드라마투르그 등 실력있는 제작진과 베테랑 배우들이 힘을 합쳐 탄탄하게 빚어낸 연극 <대학살의 신>은 6월 24일부터 7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남경호(skarud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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