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뉴욕의 공연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이벤트 중 하나인 브로드웨이 플리 마켓(The Broadway Flea Market). 제 22회 브로드웨이 플리 마켓이 지난 9월 21일 뉴욕 맨하탄의 44번가 슈버트 앨리(Shubert Alley)에서 개최되었다.

에이즈 기금 마련을 위한 공연 행사

브로드웨이 플리 마켓은 브로드웨이 케어즈 에쿼티 파이트 에이즈(Broadway Cares/Equity Fights AIDS, 이하 BC/EFA)라는 에이즈 기금 마련 비영리 재단에서 주최하는 연간 이벤트로 상당수의 브로드웨이 작품들과 공연 관계사들이 참여하는 브로드웨이의 일일 장터와 같은 이벤트다. BC/EFA는 에이즈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가 보탬이 되고자 했던 시어터 커뮤니티의 작은 노력으로 설립되었다.
1988년 설립된 이 단체는 매년 9월 개최되는 브로드웨이 플리마켓과 브로드웨이 베어(브로드웨이 작품의 의상들로 특별 제작된 테디 베어)의 제작과 경매를 통한 판매, 집시 오브 더 이어 경연대회(The Gypsy of the Year Competition,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의 코러스 배우들이 경합을 벌이는 공연) 등의 이벤트를 통한 수익금을 에이즈 바이러스 관련 질병을 위해 기부해왔다. 현재까지 총 1천 5백억원($140 million)이 모금되었다.

벼룩시장, 경매, 사인 등으로 활기

2008 브로드웨이 플리 마켓은 그 어느해보다 화창했던 뉴욕의 가을 날씨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는 플리 마켓은 미리 참가를 신청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들과 관계사들이 다양한 물건들을 자유롭게 판매하는 벼룩시장 이외에도 경매 프로그램(grand auction)과 유명 배우들의 사인을 직접 받거나(celebrity tables)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VIP photo booths)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최측은 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배우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약 2만 7천원($25),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최소 1만 1천원($10) 이상의 기부를 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해마다 많은 배우들이 기꺼이 이 자선행사에 동참하는데, 올해에는 <집시>(Gypay)의 로라 버난티 (Laura Benanti),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의 새로운 엘 우즈 베일리 행크스(Bailey Hanks, <재너두>(Xanadu)의 케리 버틀러(Kerry Butler), 그리고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와 <타이틀 오브 쇼>(title of show)의 출연진 등 수많은 배우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함께 나누는 축제의 장으로 각광

매년 브로드웨이 플리 마켓에서는 수많은 프로덕션들이 그들의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브로드웨이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고자 여러 상품들을 기부하는 동시에 일반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관련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올해에도 <위키드>(Wicked), <헤어스프레이>(Hairspray), <라이온 킹>(The Lion King) 등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작품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비영리 단체나 공연 관련 업체들의 부스를 찬찬히 살피다보면 운 좋게도 이미 막을 내린 작품들의 프로그램이나 배우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오래된 플레이빌(Playbill, 브로드웨이 개별 작품마다 배부되는 공연 안내 책자)을 구할 수도 있다. 오랜 음반이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연극 대본 등 공연과 관련된 자료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브로드웨이 새로운 시즌 작품들은 대부분 10월-12월 사이 개막하기 때문에 브로드웨이 플리 마켓은 새로운 작품들이 미리 공연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44번가 한블럭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이지만, 천천히 모든 부스를 둘러보자면 하루도 모자랄 지경이다.

2008 브로드웨이 플리 마켓에는 총 70여개의 작품과 업체들이 참여했으며, 총 5억원($496,380)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가장 많은 수익금을 거둬들인 작품은 <위키드>로 총약1천 2백만원 ($11,474) 의 판매 수익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사일런트 옥션과 그랜드 옥션 등 행사의 일부로 진행된 크고, 작은 이벤트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BC/EFA의 기금으로 소중하게 사용된다.

브로드웨이 플리 마켓은 공연팬들은 물론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뉴욕 공연계가 함께 어우러지고 나누는 축제의 장이다. 지난 4년간 봉사자로, 또는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 매년 참여해온 행사이지만 늘 가장 기다려지는 브로드웨이 이벤트 중 하나이다. 하루 종일 슈버트 앨리를 가득 메운 공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열기를 느끼고 있자니, 이 에너지가 바로 브로드웨이를 이끌어가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