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9계단> 이석준-박해수, 멋쟁이 해니로 돌아온다

작성일2009.02.19 조회수1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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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연습 셉니다. 시작할 때도 텐-텐(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이었고, 지금도 그렇고, 텐-일레븐이기도 하고(웃음).”
연습 준비를 마친 이석준의 얼굴이 한층 핼쑥해 보였다. 하루의 반 이상을 쏟는 연습시간을 듣자하니, 가히 상황이 짐작된다. 옆의 박해수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 밥을 잘 줘서 오는 게 너무 좋다”며 익살 가득히 웃는다. “이게 바로 박해수의 진짜 모습”이라며 금방 장난이 오고가는 두 사람, 연극 <39계단>의 주인공 해니로 돌아온 이석준과 박해수를 만났다.

플레이디비에 이석준씨 응원기대평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석준(이하 이) : 네, 봤습니다. ‘생각보다 얼굴이 작네’ 있었고, 제일 많았던 말이 ‘믿어요’. 고마운 일이죠. 사실은 제게, 가장 힘든 말이라는 걸 팬들은 알고 있어요. 배우한테 그 말처럼 무서운 말이 없다는 걸, ‘그 만큼 네 이름을 믿고 가니까 완성도 있게 만들어!’ 이런 뜻이잖아요.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무대로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입니다.
이 :
하하하하하. 무대에 대한 그리움은 되게 많았어요. 건방진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헤드윅> 이후 작품 하기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작품을 보고 공연을 결정하는 사람인데, 첫 리딩에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정이 잘 안가요. 당시 주어졌던 많은 작품이 신작보다는 앵콜, 삼콜…식으로 가는 것이었고, 그게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제가 참여했을 때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더 포만감을 느끼거든요. 요즘은 좋은 배우들이 많아서 그런지 공연의 완성도도 굉장히 높아졌고, 실질적으로 내가 참여해도 다른 배우가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쓸데 없는 욕심이 많아졌죠. 한편으로 전에 했던 공연에서 콜이 오면 좋아했던 작품이니까 거절하기도 좀 그랬고요. 또 제가 동시에 두 작품을 못하거든요. 하나 결정되면 그걸 하게 되는 거죠.

그럼 <39계단>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나요?
: 솔직히 작년 첫 공연을 못봤어요. 나중에 대본과 DVD공연 실황을 봤는데, “오~!”했죠. 완전 연극인 작품, 배우가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버라이어티를 다 보여줄 수 있는 말 그대로 연극, 연극은 이런거야! 하고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호기심이 생겼죠. 사실 이번에도 못할 뻔 했는데, 작품을 할 수 밖에 없는 여건으로 다 몰아가더라고요(웃음). 일도 다 떨어지고(웃음), 드라마도 시기적으로 마무리 될 때고, 그래서 ‘아, 이건 하라는 것이구나’했죠(웃음).

박해수씨는 작년 뮤지컬 <사춘기> 이후 첫 작품입니다. 여러 작품에서 러브콜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박해수(이하 박) : 없었습니다(웃음). 연극을 하고 싶었고, 뮤지컬 <사춘기>를 하면서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아직은 그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고, 메인으로서 스토리의 흐름을 타는 배역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 합류하게 되었죠.

같은 역할인데, 나이차가 좀 나네요.
: 저는 집에 가서 부모님께도 말해요, 지금 너무나 감사한 상황이라고요. 정말 많이 도와주세요. 제가 한참 동생이지만 더블이면 자기 욕심도 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안 되는 부분에 대해 끝까지 같이 해 주시고. 정말 감사하죠.
: 해수씨는 장점이 너무 많은 친구에요. 일단 본인한테는 마이너스로 생각하는 원숙해 보이는 이미지 부분이(웃음), 사실 이 친구를 향후 10년 동안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 줄 거에요. 그만큼 연기,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친구인 것 같고, 상당히 유들유들한 점이 참 좋아요. 무대 위에서 이런 코미디를 할 수 있는 건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고는 못하거든요. 해수씨는 타고난 천성이 착하고 유들유들해요.

유들유들하다는 게 좋게 볼 수도, 나쁘게 볼 수도 있잖아요.
: 너무 유들유들해서 무대 위에서 자기를 보여주려는 욕심도 없게 착한 경우가 많은데 해수씨는 그것보다는 좀 집요해요. 욕심이 있는데 유들유들하니까 이번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리죠. 몇 장면은 제가 따라갈 수 없어서 포기한 게 있어요, 그래서 해수씨한테 “형이 미안한데,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 그 장면은 네 것이니까 발전시켜라”하고 말한 적도 있어요. 기회가 되면 정말 더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해요.

지난 해 한국 초연 당시, 너무 영국 색채가 강해 공감을 못 느끼겠다는 관객들이 있었습니다.
: 100%를 만족시키는 공연이 대한민국에 있을까요? 그런 작품은 존재하지 않고요, 뭔가 좋은 게 있다면 나쁜 것도 있겠죠. 이 작품은 히치콕의 영화를 기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영국 냄새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껏 봤던 것이 리얼버라이어티 쇼에서 볼 수 있는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개그를 봤다면, 이것은 스탠딩 코미디를 영국식 스타일의 말로 푸는 것이에요. 폭소가 터지길 바라는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상황, 배우들의 움직임, 그 타이밍에 옷을 갈아입고 천연덕스러워하는 것에 기막혀 하다가 나중에 객석 문을 열고 나갈 때 ‘이런 게 연극이구나! 진짜 신기하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저희로서는 대박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연극으로, 다른 장르가 가져오는 표현의 간극이 있을 수 있잖아요.
: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고 싶을 때 또 다른 무언가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은데, 이 작품의 강점은 줄였다는 거죠. 빼고, 배서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연극의 묘미는 말 그대로 관객들에게 주는 상상력이거든요. 히치콕 영화에서 버라이어티 한 추격장면을 다 볼 수 있었다면, 한정적인 무대 위에서는 그걸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가 저희들의 관건입니다. 영화 속 스치는 장면도 우리는 연극에서 부딪히는 상황적 코미디로 만드는 거죠. 내용과 스토리, 대사는 같지만 전혀 다른 작품이에요. 영화 <39계단>과 연극 <39계단>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보시면 되요.

이석준씨는 목소리도 쉬었고, 모든 배우들이 쉼 없이 움직이는 작품이잖아요. 체력관리를 따로 하시나요?
: 해니가 중간에 호흡을 놓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긴장의 연속이죠.
: 체력관리는 하나죠, 저희 팀 내기족구입니다(웃음).
: (웃음) 20대와 30대로 나눕니다.

30대가 불리하지 않을까요?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엄청 치열해요.
: 20대라고 그렇게 튼튼한 건 아니에요(웃음). 순발력은 뒤지지 않기 때문에 눌러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희가 당해가지고(웃음).
: 20대가 5연패를 했거든요. 30대 팀이 실망에 빠지고(웃음).
: 갑자기 독기를 품더니 체력전으로 밀기 시작하는 거죠. 3세트인데, 5세트 했다가, 이길 때까지 하고(웃음).

본 공연에서 두 분이 일주일에 3일씩 무대에 서시네요. 각 해니의 특징이 있다면요?
: 둘이 많이 다릅니다. 전 해수씨의 그 유한 면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저는 재미있긴 한데 조금 날카로운 느낌이 강하죠. 해수씨는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웃기는(웃음). 그래서 무대 위에서 해수씨의 표정연기들이 너무 리얼해요. 이번 때문에 <사춘기>가 궁금해졌어요,
: 저도 연구해 온다고 많이 해 오는데, 형님은 벌써 탁탁 튀세요. 뭔가가 있어요. 그 기발함과 상황에 대한 이해력은 정말 따라가기 힘들 것 같아요.

작년 초연 때 멀티맨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 솔직히 멀티맨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너무 어려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랑 띠 동갑인 친구도 있거든요.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배우들이 중후함, 무게감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멀티맨으로 활약하는데 우리는 열정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 이 친구들은 나이에 맞지 않게 정말 열심히 잘 해요. 움직임이 엄청나게 좋고, 사실 이 공연은 끝나면 멀티맨들이 박수 받습니다. 어느 한 분이 연극 <39계단>에서 해니는 공연의 집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멀티맨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고 했어요. 저희가 짜는 틀과 그 안의 이야기 많이 기대해 주세요.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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