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클래식이 지루하단 편견은 잊어주세요" 노부스콰르텟&손열음

작성일2016.08.23 조회수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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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의 평균 나이 만 스물 여덟. 흡사 아이돌이 떠오르는 곱상한 외모 탓에 설익은 연주를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이미 각자 세계 콩쿠르를 휩쓴 국가대표 급 경력의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현악 4중주 ‘노부스콰르텟’이 한 무대에서 만났다. 쇼스타코비치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의 곡인 현악4중주 6번과 8번, 그리고 피아노5중주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다. 전국 투어중인 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손열음
국내파 출신의 대한민국의 피아니스트.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쿨 준우승, 2011년 제 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준우승 등을 차지한 바 있다. 2016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부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노부스콰르텟
대한민국의 서양 고전 음악 그룹으로, 비올라와 바이올린, 첼로의 현악 사중주로 구성된 그룹이다. 멤버로는 바이올린에 김재영, 김영욱, 비올라에 이승원, 첼로에 문웅휘가 있다. 2014년 모차르트 콩쿠르를 우승한 뒤,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인 지멘아우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손열음 & 노부스콰르텟 함께 처음으로 호흡
시대상 반영한 쇼스타코비치 곡 매력


Q. 클래식 계에서는 두 팀이 모두 주목받고 있는 뛰어난 연주자 분들인데, 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되셨어요. 어떻게 함께 공연을 하게 되셨나요?

(손열음) 저희는 원래 승원 군 빼고는 넷 다 같은 학교를 나왔거든요.(손열음과 김재영, 김영욱, 문웅휘는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제가 02학번, 나머지가 03, 06, 07 학번이었어요. 특히 오빠(김재영)와 저는 학교를 같이 다녔고요. 노부스 콰르텟이 만들어지면서 언제 연주를 같이 할 수 있을까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야 성사가 됐어요.

Q. 이미 대전에서 공연을 치르셨는데, 두 팀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손열음) 사실 노부스 콰르텟과는 처음 연주를 해보는건데,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월하게 잘됐고, 워낙 친한 친구들이라 그런지 맞추고 말고 할 것이 없을 정도로 편했어요.

(김재영) 함께 공연준비를 하다 보면 리허설 방식이 다른 사람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워낙 오래 알기도 했고, 연습하는 방향도 비슷하고 해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곡에 적응해서 무대를 편하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Q. 서로의 장점을 뽑아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손열음) 우리나라는 사실 실내악이 미개척지 같은 곳이었거든요. 정말 잘 하는 실내악단은 제가 엄청 나이가 들었을 때나 되어야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벌써 세계적으로 활동하게 된 노부스콰르텟이 생겨서 한국인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자부심도 많이 느끼고요. 사실 실내악단 같은 경우는 나이, 연차도 그렇고 솔리스트랑 다르게 수명이 긴 편이거든요. 그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팀이에요.

(김재영) 손열음은 말할 필요가 없는 피아니스트죠.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잖아요. 10년넘게 지켜봐 왔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계속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대단한 친구인 거 같아요. 저희가 따로 이 사람에 대해 평가하고 정의 내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고, 그냥 손열음이라는 세계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Q. 이번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 곡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손열음) 쇼스타코비치는 둘러서 말하는 거 없이 직접적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사람이고 음악이 통렬한 맛이 있어요. 아주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매력이 있거든요. 또 쇼스타코비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지금에 가장 가까운 역사를 산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져서 선택하게 됐어요.

(이승원) 저희는 퀸텟(5명이 연주하는 실내악)을 쇼스타코비치 곡으로 정하고 나서, 콰르텟(4명이 연주하는 실내악) 곡을 정하게 됐는데요. 쇼스타코비치 곡이 다른 곡들보다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있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쇼스타코비치의 콰르텟 곡 15개 중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8번 곡과, 저희가 연주했던 적이 있는 6번 곡을 선정하게 됐죠.

(김재영) 쇼스타코비치의 매력은 시대를 극명하게 반영한 사람이라는데 있거든요. 정치적인 문제까지 아주 풍자적으로 음악에 직접 반영한 사람이에요. 아마 그런 배경을 알면 저희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가슴으로 빠르게 느낄 수 있으실 거에요.
 



‘인내’로 다져진 콰르텟의 호흡
아이돌 수식어는 콰르텟과 안 어울려


Q. 노부스콰르텟은 벌써 팀을 결성한 지 9년이 됐어요. 팀을 잘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재영) 사실 콰르텟은 인내라는 단어를 빼고는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저희는 팀을 결성하고 2~3년 정도 됐을 때 가장 힘들었는데요. 서로를 너무 많이 알게 되다 보니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최대한 예민한 부분들은 피하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처음 가진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비결인 것 같아요.

(문웅휘) 각자 성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콰르텟에 대한 진지함, 목표의식이 굉장히 강하다는게 비결인 것 같아요. 팀에 대한 책임감, 사명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는 것 같아요.

Q. 일하다보면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진 않아요? 노부스콰르텟은 개개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김재영) 다들 솔리스트로 빛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이제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한 단어 안에서 활동하는 것에 동의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비율을 몇 퍼센트씩 하자고 얘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하는 일이 음악 아래 있으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웅휘) 가끔 힘든 여정이 있거나 혼자 있을 때 그런 상상을 하거든요. 만약에 콰르텟을 안 한다면? 이라고요. 근데 콰르텟이 없는 삶이라는 게 상상이 안 가더라고요.

(김영욱) 스트레스? (웃음) 농담이고요. 가족보다 더한 존재죠. 살면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으니깐요. 진부할 수도 있지만, 가족 같은 존재에요.
 



Q.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젊고 훈훈한 외모의 팀이라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그런 수식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세요?

(김재영) 사실 아이돌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에서는 회사 틀 안에서 훈련된 가수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희는 연주를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팀을 회사가 짜준 것도 아닌데...... 처음엔 속상했어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콰르텟이란 분야가 잘 안 알려지다 보니, 그런 식으로든 대중들에게 한 번이라도 조금 알려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돌과 콰르텟이란 단어 자체가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김영욱) 저는 그렇게라도 알아주시고 직접 와서 보시면 생각이 바뀔 거라는 걸 믿어요. 저희 음악을 듣고 나면 저희의 진심을 느끼실 거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천재 피아니스트’ 수식어 부담 안 느껴
관심 있는 건 오직 음악뿐


Q. 한편 손열음 씨는 ‘국내파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 ‘피아노 계의 김연아’ 이런 얘기가 있어요. 그런 수식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손열음) 크게 부담감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누가 저를 어떤 식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라서요.

Q. 본인 성격은 어떤 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 해외로 콩쿨대회도 나가고 한 걸 보면 대범한 면이 있을 것 같은데……

(손열음) 대범한 면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소심한 면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 눈치를 엄청 보거든요. 남한테 피해주는 거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혹시나 늦을 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Q. 이전 기사들을 찾아보니깐 글도 종종 쓰셨더라구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손열음) 저는 음악 말고는 관심사도 재주도 없는 편이에요. 음악말고 할 줄 아는 건 글쓰는 거 한 개? 잘 해야 관심을 갖는데 저는 잡기에 능한 편은 아니에요.
 



클래식은 상상할 수 있는 음악, 지루하단 편견 억울
연주자로서 순수한 열정 지키고 싶어


Q. 클래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클래식이 재미없다, 고루하다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손열음) 클래식을 들어보지도 않았는데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긴 해요. 선입견 때문에 들을 기회조차 막아버리는 건 서로에게 불공평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비싸고 어렵고 지루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억울해요. 그런데 사실 클래식 음악의 특성상 알던 사람만 알고 싶어하고, 듣던 사람만 듣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긴 하잖아요.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요즘 음악회는 어떤 틀이 있잖아요. 조명 켜면 아무 말 없이 나와서 연주하고 들어가고, 이런 게 고착화 돼 버렸는데, 클래식 음악회의 틀은 100년 밖에 안된 문화이거든요. 모차르트가 살던 시절에는 악장 중간에 박수 치기도 하고 자유로운 문화였는데, 요즘은 너무 경직화된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멀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음악 내용을 바꾸기 보다는 포장을 유연하게 바꿔서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게 친근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김재영) 저도 취향의 차이는 존중해요. 제가 굳이 싫다는 걸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한 번도 안 들어보고 클래식 지겹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은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아티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개인이 가진 매력으로 관객들이 공연장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야말로 대중화의 길이라 생각해요.

Q. 그렇다면, 클래식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손열음) 클래식이 사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악은 아니잖아요. 요즘 음악은 산업화가 돼서 패턴에 의해 찍어내는 음악들이 많잖아요. 바로 몸이 반응할 수 있는 음악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클래식은 한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도 많다 보니, 듣는 사람도 사유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한번 더 생각하다 보면 여운을 느끼게 되거든요. 또 가사가 없다 보니 상상하는 대로 들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김재영)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마찬가지로 생각해요. 요즘은 가사, 리듬, 비트 같은 걸로 몸이 반응해야 히트를 하는데, 클래식은 작곡가 개인의 이야기, 순간의 감정을 멜로디로 녹여서 듣는 사람들로 생각하게끔 만들거든요. 가슴에 더욱 오래 남죠.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김재영) 긴 계획은 음악을 계속 열심히 하고 싶어요. 순수한 열정을 지키는 게 굉장히 어렵거든요. 나만의 음악이 아닌,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계속 작곡가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음악도 공부하고, 악기도 공부하고 늙을 때까지 계속 발전해 가고 싶어요. 콰르텟으로서는 유럽에서 활동을 하곤 있지만 아직 신인이니깐 커리어를 찬찬히 쌓아가고 싶어요. 더불어 한국도 많이 알렸으면 좋겠고요. 언젠가 조금 먼저 활동한 사람으로서 나중에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손열음) 저도 늘 꾸준히 열심히 하는게 쉬울 줄 알았어요. 음악을 너무 좋아하니깐요. 근데 초심을 지키면서 꾸준히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사실 혼자 연습하는 과정은 매우 지루하거든요. 그래도 앞으로도 제 분야에서 열심히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싶어요.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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