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부분에서 반전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무엇이 반전이었는지 모르겠다-_-;;
"희한하게 생각하면 희한하고 희한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희한하지않은..."
양면성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 같다.

원작이 상당히 특이한 거 같아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지 않은 전개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연기는 너무 힘이 들어가서 어색하고,
불필요한 노출과 쓸데없이 무대장치에만 돈을 들인 것 같더군요.
보는 내내 지루해서 졸릴 지경이었습니다.

열정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이나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과 다른 결말로 인해 극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원작에서 느껴지는 고뇌와 치밀함, 가슴을 울리는 충격은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초현실주의적인 수법으로 인간 소외, 정체성 상실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 작품들을 남겼으며, 현대 일본문학의 국제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아베 코보의 모래 여자를 보고 왔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래처럼 역동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누가 뭐라 해도 제가 좋아할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연극 초반에 남자가 치는 두줄 대사가 이 작품의 느낌을 간략하게나마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희한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희한하지 않은데 희한하게 생각하면 희한한 게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희한한 이야기를 들으면 대개는 “진짜?”라고 되묻는다고 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니 설명해 달란 얘기겠지요. 지금부터 시작할 희한한 이야기에 진짜라고 되묻지 말아주십시오. 당신을 납득하게끔 설명할 재주가 저에게 없음에 드리는 말입니다. 그저 궁금하시거든 모래여자 보러 오십시오. 그렇다고 저에게 돌아오는 이익 전혀 없음을 강조하며 계속 글을 쓰겠습니다.

처음엔 누군가의 계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선택은 남자가 했으니 남자의 책임일지도 모르지요. 쇠길앞잡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벌레를 잡으러 왔던 남자는 호텔을 안내해주겠다는 노인을 따라 이리저리 헤맨 끝에 사다리 없이는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는 모래집에 감금당하게 됩니다. 들어 올때는 자신의 의지로 들어왔으나 나갈때는 자신의 의지가 적용되지 않음을 의미하는 말이지요.

그리고 많은 시간 그간에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을 버리기 위한 남자의 원맨쇼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할매라고 불리우지만 전혀 할매스럽지 않은 여자가 등장을 해서는 모래집에서 사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아주 묘한 느낌의 배우였습니다. 극을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이끌면서 극의 몰입을 사실적으로 도왔달까요. 깊은 모래집 속에 갇힌 남자와 쉴 새 없이 모래를 퍼 나르는 여자 그들의 묘한 분위기 속에서 저도 모르게 극 속으로 점점 몰입되었습니다.

물론 머릿속에는 물음표 열개가 왜?왜?왜?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지껄이고 있었지만 잠자코 지켜 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과 이유와 설명의 3박자가 너무나 완벽하게 어우러지면서 남자의 저항이 무의미해 보이고, 할매와 노인의 행동에 현실감이 더해지는 겁니다. 배우 3분의 꽉찬 내공의 연기력이 무대 위에 빛을 발휘하였기에 가능했던 일일겝니다. 어쨌든 처음엔 남자의 시선에 따라 참으로 희한하고 멍청하다 싶은 여자의 행동이 점차 그럴 수도 있겠다는 식으로 이해되는 겁니다. 어느 순간 말이죠. 그리고 차차 모래집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할매같은 여자가, 이런 모래집이, 우리나라 어느 매에 이런 동네 없을까 싶어지는 거죠. 그 순간 모래집은 허상이었음을 보여주는 겝니다.

“산 것과 죽은 것, 움직이는 것과 멈춘 것,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같다.”

수수께끼 같은 말이지요. 그런데 이해가 되더란 말입니다. 신비롭기까지 하던 그 빛이 비추는 순간 말이죠.

보는 내내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극속의 남자처럼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작 꿈을 깨고 보니 현실이 아니어서 안도감이 들었다기 보다는 실망이 드는건 왜일까요? 아직두 꿈을 꾸는 듯 몽롱한 제 머리를 어렵게 달래며 겨우 모래집을 빠져나왔습니다.

김대희라는 희극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것도 그렇고

음향도 듣기 거북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