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르텟 엑스와 함께하는 영화 음악의 거장들''​은 콰르텟 엑스가 자랑하는 시리즈 공연 중 하나라고 해요. 이 공연은 이날 하루만 하는 게 아니라 4회에 걸쳐서 히사이시 조, 월트 디즈니, 엔니오 모리꼬네, 존 윌리엄스의 주제로 열린다고 해요.

일단 이날 공연은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의 대가인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로 이루어졌어요.
사실 히사이시 조란 이름이 제겐 좀 생소한 이름이었는데요.
음악을 듣고 보니 유명한 애니메이션들의 주제곡이라 낯익은 멜로디들도 꽤 있더라구요.
이웃집 토토로의 메인 테마곡은 아이들 어렸을 때 워낙 많이 보고 듣던 곡이라 너무 친근했어요.
히사이시 조는 우리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친근해졌지요.
우리나라에서 몇 번의 내한 공연을 갖기도 했고, 드라마 ''태왕 사신기''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음악을 맡기도 했다네요.
전 개인적으로 히사이시 조라는 이름을 이날 처음 접했는데, 그동안 그의 음악은 많이 들어왔었더라구요. 그가 미야자키 하야오, 기타노 다케시와 함께 작업하게 되는 이야기, 그의 음악, 사상 등에 대해서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조윤범 님이 들려주신 히사이시 조가 했던 말 중에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똑같은 걸 봐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즉, 게임에 빠져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게임과 현실을 혼동해서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의미예요.
참 공감이 되더라구요.
그런 생각을 가진 그의 음악이라 그런지 더욱 순수하고, 더욱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콰르텟 엑스의 연주를 얘기해 볼까요?
조윤범 님의 파워 클래식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콰르텟 엑스의 공연은 조 윤범 님의 잘 준비된 PPT 자료를 봐가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는 해설이 곁들여진 공연이예요.
이번 공연도 다르지 않았는데요.
특별히 조윤범 님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셔서 설명하는데 사심(?)이 가득 담겨 더 신나게 하시더라구요. 전 워낙 콰르텟 엑스의 스타일을 잘 알기에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 설명 중간에 맨 앞자리의 관객 한분이 손을 들고 설명을 그만하고 빨리 연주를 해달라고 하셔서 한창 좋았던 분위기가 살짝 위험(?)해 지기도.... ㅠㅠ
하지만, 조 윤범 님이 재치있게 잘 대처해 주셔서 잘 지나가긴 했지만, 공연장에서 이런 매너는 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어요.

음악은... 연주는...
물론 너무 좋았지요. 전 콰르텟 엑스의 연주를 작은 무대에서, 예술의 전당과 같은 큰 무대에서 여러 번 봤는데, 매번 느낀 거지만 그들의 음악은 완벽하고 훌륭하답니다.
클래식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이날의 공연과 같은 애니메이션 음악들도 연주하고, 클래식 소품곡들도 자주 연주를 하지만, 모짜르트와 쇼스타코비치, 슈만,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실내악
전곡을 연주하는 공연도 가지는 등 정통 클래식 연주자로서도
매우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활동을 하고 있지요.
몇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메타포르젠''이란 신기한 연주회를 했는데, 현악 2중주부터 현악 8중주까지 모든 편성을 한곡씩 연주하는 것이었어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전석을 매진시켰던 그때의 그 강렬하고 특별했던 연주를 잊을 수가 없어요.

이날의 공연도 긴 설명이 덧붙여지긴 했지만, 곡마다 감성이 제대로 산 훌륭한 연주였어요.
덕분에 얼마나 행복한 아침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지....
최근 몇 년간의 제 삶 중에 가장 로맨틱하고 럭셔리한 아침이 아니었나 싶어요. ㅎ

''콰르텟 엑스와 함께하는 영화음악의 거장들''은 앞으로도 세 번의 공연이 더 남아 있어요.
다음 번 공연은 8월 1일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들로, 3번째 공연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들, 4번째 공연은 미국 영화음악의 역사를 이끈 존 윌리엄스의 음악들로 채워지게 된답니다.
전 개인적으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들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그 공연을 한번 또 가볼까 생각 중이예요. 앞으로도 시간이 넉넉하게 있으니 꼭 한번은 보러 가시라고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