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체르 카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황했을 만하다.
그 어려운 내용에 관객을 위한 자막이 전혀 없다니 말이다.

불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참담한 상황에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에 제공한 책자를 다 읽고 난 후에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다양한 문학에서 추출해온 대사들의 낭독(나열)은 한편으로 주석처럼 느껴졌다
불어를 언어의 음악성으로 즐기면서,
모르는 것 또한 재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과 회화적 성향이 가득한 이 작품은
공간과 빛과 영상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어가 소통이 되지 않자,
미디어 아트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켰다.
연출가 프랑수아 탕기의 의도와는 다소 무관(?)하게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의 이미지와 음악성에 집중하게 되었다.

당황스럽고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해프닝이었다.
티켓 가격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강렬한 이미지극
다소 난해하기도 하지만
음악과 결합된 이미지에서 신선한 감동을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