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적인 작품이고, 마지막 장면은 시에 가까웠습니다

연극은 짧았지만 결코 작은 공연은 아니다.
작고 좁아터진 내 마음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듯한 느낌.
그리고
계란이 깨어 터질 때 내 눈물도 나왔다.
연극은 어느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무대에 걸린 3점의 그림을 향해...

부화하여 병아리가 되거나, 누군가의 식탁에 요리가 되는 달걀의 운명에 시간을 비유하여 의미가 되지 못하는 시간과 사건이 되지 못하고 잊혀지는 사고를 고찰하고자 한 시도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벼가 자랄 수 있는 2주의 시간, 가족내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시간을 대하는 차이, 부부가 서로가 공유하는 시간이 어긋나는 순간, 과거와 현재의 세대간 불통과 오해 등 여러가지 옴니버스 스토리가 60분간 펼쳐지며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코믹한 해학과 날카로운 풍자로 바라보고자 한 시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연극을 관람하는 내내 [시간이란 무엇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해서 사색해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하여 무언가를 창조해 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간의 흐름을 크게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서글퍼 졌습니다. 시간은 참으로 야속한 것 같습니다. 나이듦은 지혜와 경험을 선사해 주지만, 너무나 행복해서 특정한 순간에 멈추어 있고 싶다고 생각해도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빼앗아 가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망각이야말로 시간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자 의미이겠지요.

여러가지 사건 사고를 겪으며 어떻게 슬픔을 이고 시간의 흐름에 대처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가는 많은 생명을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달걀처럼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나의 일처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픔을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절실한 요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어렵게 다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으며, 작품의 성장과 한결같은 모습을 확인한 것 만으로도 힘들게 찾아간 보람을 느꼈습니다. 연극과 시간은 찰나의 순간 사라져 버리는 것이기에 [연극이 없으면 우리의 인생도 없을 것]이며, 슬픔을 이고 걷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성이나 영광이 아니라, 실은 인내력]이라는 체홉의 <갈매기>속 대사를 최고의 찬사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시간을 사색하며 공감할 수 있는 연극으로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