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님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닿는 극이었어요 한예극장도 처음이었고 전부 처음 접하는 배우분들이었는데 내용도 구성도 신선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각자의 인생에서 짊어진 코뿔소를 회상 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배우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공연이어서 더욱더 집중해서 볼 수있었고,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계속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있었는데 모두 공감 가능한 내용인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극을 보면 질문이 생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코뿔소와 인간이 다른 것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것은 이족 보행하며 두 팔과 머리를 가진 ''외형''이 아니기에, 코뿔소의 외형이 인간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만이 인간과 짐승의 간격을 정밀하게 구분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막이 오르고 시작하면 객석보다 높은 무대에 지친 남자가 등장한다. 무대 공간은 장치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순식간에 지하철로 변하고, 역할들은 마치 불협 같이 들리는 러프하게 구분된 피치를 사용한다. 그런 음가들이 주는 분위기가 있다. 금속, 로봇, 일반적이지 않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달되는 언어의 의미. 초반의 이런 분위기는 극 전반에 채색된 ''부조리''의 훌륭한 밑바탕이 되어준다.

극의 말미에 본 관람자는 생각하였다. 인간 앞에 놓여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것. 자유가 있으나 한계가 있다는 것. 사랑이 있으나 사랑으로 모든걸 해결 할 수 없다는 것. 사랑을 행위하는 인간이 연약하기 때문에. 사랑은 인간이 만든 발명품인가? 사랑은 인간에게서 비롯된 것인가? 사랑은 인간의 일부, 그러나 부조리한 인간은 그 일부를 전부로 만들 수 없다.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하는 누구든 보시라.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을 마주한 당신이라면, 더더욱 보시라.

본 공연은 찾아온 관객에게 볼거리를 주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생각할 거리를 준다.

즐거웠고, 고마웠다. 인간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코뿔소 19

미리 말하자면, 호불호 갈린다(같이 보러 간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호, 다른 사람은 불호였음). 하지만 그 호불호 여하랑 별개로 강추하고 싶은 연극이다. <코뿔소-19>는 프랑스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1909~1994)의 희곡 <코뿔소>를 ''프로젝트 코뿔소''가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오네스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유럽을 휩쓸던 나치즘의 집단 본능에 대한 맹렬한 풍자를 담고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코뿔소를 2회차로 보고 나서 커튼콜 즈음, 맨 처음 든 생각은 엉뚱하게도 단테의 <신곡>이었다. 정확히는 지옥 편에서 지옥의 문에 섰을 때 나오는 대목인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가 떠올랐다. 이 구절이 먼저 떠오른 이유는 첫 번째로 무대의 주요 장치 중 하나인 ''문''이 강렬게 느껴져서였다. 지옥의 문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그 문은 거대하고 어둡게 느껴졌으며, 코뿔소의 피부마냥 두껍고 단단해 보였다. 두 번째는 ''오정태''가 문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극중에서 그가 문 너머로 넘어가는 장면은 드물다. 마치 그는 문 앞에서 좌절하거나, 거부당하는 역할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설사 문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그 경우는 주로 절망하는 경우였다. 친구 박철의 변신을 두고 울부짖는 1막의 마지막 부분에서조차 그는 문에 먹히고 말지, 자의로 문 안에 들어가진 않는다. 이런 연출적 장치들로 인해 이 연극에 대해 내가 처음 떠올린 이미지는 신곡 속 지옥의 문이다.

그 지옥문을 앞두고 오정태가 좌절하지 않는 장면은 (내 기억이 맞다면) 맨 마지막 장면뿐이었다. "…그렇다면 좋아. 난 저들 모두에게 대항하겠다. 싸우는 거야. 싸울 거야. 난 날 지키겠어. 저들 모두에게 대항해서 나를 지키겠어. 난 마지막까지 인간으로 남겠다. 난 절대 굴복하지 않아." 이 결연한 대사를 남긴 뒤에 그는 저항하기 위함인 양 문을 열고 그 문속으로 들어간다 - 모든 사람들이 코뿔소가 된 곳, 그 홀로 인간인 곳으로. 이로써 오정태는 마지막 인간성을 지킨 존재로 남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연극은(그리고 희곡은)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인간찬가적인 작품으로 느껴진다. 모두가 자신의 욕망에 취해 코뿔소가 되어가는 가운데서도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모습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며, 흔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오네스크가 그린 베랑제(오정태)는 영웅보다는 불완전적인 존재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영웅적인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소시민에 불과하다. 이 코뿔소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그는 사회적 부적응자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첫 장면부터 머리는 산발에 면도도 안 했으며, 넥타이는 잃어버린 채 구겨진 옷과 더러운 셔츠를 입고 있었다(희곡이나 공연이나 모두 그렇다). 그랬던 그가 극의 마무리에 가서 영웅이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급한 해석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왜 이오네스크는 이런 소시민 베랑제(오정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일까? 우선 부조리적인 상황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일 수 있겠다. 하지만 베랑제(오정태)가 마지막까지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물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는 윤수연(데이지)에게 설득을 시도하면서 끊임없이 도덕이나 인간 존재를 역설한다. 그리고 윤수연(데이지)의 말마따마 "그 병적인 감정, 남자의 허약성 그리고 여자의 허약성"의 증명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을 논한다. 그것을 모욕하는 윤수연(데이지)에 분노를 느껴 폭력을 사용해 미숙한 성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그 가치 체계나 신념을 폭력까지 불사할 정도로 신뢰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에선 인정받지 못하지만, 정작 그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가치를 마지막까지 수호하는 인물. 그만큼 모순적이고 부조리적이며, 연극 주인공에 걸맞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 속에서 공연을 봤기 때문에 나는 커튼콜 맨 마지막 장면도 굉장히 의미가 깊게 느껴졌다. 배우분들이 모두 문으로 들어가고, 오정태를 제외한 나머지는 코뿔소 복장의 후드를 쓴다. 오정태만이 양복을 입은 채 마지막까지 인간 행색을 하고 있다. 그 장면은 마치 코뿔소들 사이에서 버티거나, 혹은 저항하며 살게 될 오정태의 단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공연장을 나서기 직전까지 여러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 2회차임에도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정태의 김수원 배우님, 윤수연의 강이담 배우님, 박철의 윤준호 배우님, 조부장, 교수 등 이기복 배우님, 박차장의 손승명 배우님, 나대리 등 김다형 배우님, 부인 등 박소은 배우님, 이준석 등 김기범 배우님, 코뿔소의 박인혁 배우님까지, 배우 개개인의 연기는 1회차 관극 때도 느꼈지만 이번에도 매끄럽게 극을 조율해준다. 특히 이번에는 C열에서 관람을 했는데(원래 A열이었지만 역시 시야가 영 좋지 않아 데스크에 가서 자리를 바꿨다), 특C열에 앉아 배우를 마냥 올려다 봐야 했던 1회차와 달리 공연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커튼콜도 이번에는 편안하게 찍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야말로 최적의 자리. 만일 공연을 보러 간다면 C열을 추천하고 싶다. 다른 관극 일정이 없었다면 3회차까지 달리고 싶은 공연이다.

"코뿔소다!"

군중이 지닌 힘은 강력하다. 그리고 우리 인류의 역사도 군중으로 부터 문명이 형성되었다.

고대 그리스 소피스트이자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기억으로는 그의 저서 ''정치학''에서 위 말을 사용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인간은 서로의 상호작용과 관계형성을 통하여 사회를 구성한다는 시사점은 21세기에도 동일하게 통용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류가 모여 만들어진 ''군중''은 변화를 주도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역사속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 역사를 주도한 사례가 존재하기도 하다.

오늘 작성할 후기는 연극 <코뿔소-19>이다. 연극 <코뿔소-19>는 현대 부조리극의 아버지로 알려진 외젠 이오네스코 작품이다.

그의 대표작은 처녀작인 ''대머리 여가수''가 대표적인 작가이다. 연극 <코뿔소-19>는 그의 작품 ''코뿔소''를 바탕으로 현대에 맞추어 구성된 연극이다.

원작은 소도시에 나타난 코뿔소로 인하여 소동이 일어나는데 이후 사람이 코뿔소로 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주인공은 인간이기를 유지하기 위해 저항한다는 이야기이다.

연극 <코뿔소-19>는 현대의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고정태라는 인물이 주변에 인물들이 코뿔소 변해가는 와중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저항하는 내용이다.

연극 <코뿔소-19>를 보면 영화적인 연출과 다양한 움직임 그리고 감각적인 무대 구성이 인상깊은 극이다.

코뿔소의 생동감을 무대와 배우의 움직임으로 긴장감을 만드며, 극의 핵심 주제인 ''군중심리''를 보여주는 오프닝 움직임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극에서는 현대 설정에 맞게 ''코로나''라는 소재를 대입하여 갈등을 야기한다. 당시 코로나때 겪은 사회적 고립과 갈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음모론, 본질에 벗어난 선동, 여론몰이를 적나라하게 보여구며 이에 귀속되는 무관심한 대중, 선동되는 자들, 대세를 따르는 자들의 모습의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과거 나치즘을 따른 독일 대중은 정신적으로나 지능적으로나 병적으로 어떤 질환이 있지 않았다. 단지 군중 속에 들어가 코뿔소와 같이 나아갔을 뿐이다.

이후 50년이상이 지나 우리는 그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오네스코는 당시 나치즘을 보면서 그들을 성난 코뿔소로 표현했다.

그리고 연극 <코뿔소-19>에서는 자신의 욕구를 해당하여 인간성을 상실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연극 <코뿔로-19>는 최근 넷플릭스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나 ''부산행''과 같은 디스토피아 영화같은 재미가 있는 극이다.

단, 이 극에는 서사와 드라마를 찾는다면 추천드리지 않는다. 극의 실험성과 감각적인 극을 찾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나. 기존 극의 형식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감명이 크지 않다.

실제 같이 본 일행은 한명은 별로라는 평이 있듯이 취향을 매우 강하게 타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작성자는 취향이 맞아 잘 보았기에 추천을 드리는 바이다.

결과적으로 저번에 놓쳐 보지 못한 내가 다시금 비탄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이 아쉬움과 강렬함을 전하고자 후기를 두번째 쓴다.

모든 극을 볼 수는 없기에, 한정된 공연중에 보신다면 적어도 실패는 없는 극이라고 소개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