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기념 위촉곡 금어기행 서곡으로 시작. 금어기행 서곡의 인트로는 좋았던 것 같은데, 뒤로 가면서 민요 멜로디가 섞이며 중구난방 같았다. 작곡가도 오셨는데.

메인은 한수진. 더블스톱 속주는 좀 불안했다. 자신이 원하는 독주 파트에서 템포 굉장히 천천히 가져가면서도 실수 없어서 듣기 편했다. 2악장 후반부터 만년필로 흰 종이에 살짝 긁는 듯한 예쁜 보잉이 나오더니 이내 3악장에서는 행복한 것처럼 자신 페이스로 연주해 나가기 시작했다. 제일 많이 틀린 3악장이지만 그 행복함이 관객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좋았는데, 찰현 느낌이 안 날 만큼 상당히 가볍고 리드미컬한 연주가 특징인 듯하다. 끈적함은 없지만 대신 음의 피치에 특히 민감해 귀에 음이 딱딱 꽂힌다. 명료하다. 하지만 엔딩 쪽에선 약음기를 낀듯 힘에 부치는 모습도 좀 보였다. 무자비하게 오케 소리가 그땐 컸으니까. 자신이 페이스 이끌고 나갈 땐 좋았는데. 아마 통틀어 그때가 가장 좋은 순간 아니었나 한다. 지휘자가 따로 있었네. 아, 앵콜의 바흐에선 또 다른 모습. 적어 둔 것들은 바이올린 협주곡 이야기이다.

오케는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와 트럼펫은 괜찮고 트럼본도 괜찮았고. 관악기는 나머지 다 듣기 힘들었다. 그럼 남는 게 바순이랑 호른인가. 바순은 원래 셋 이상 편성해야 할 텐데 겨우 둘이었다. 그마저도 부족했던 것이지. 바이올린은 평범했고 3악장에선 듣기 싫은 치찰음이 자주 났다. 관악 파트 2악장은 시작부터 너무 틀리더라. 바이올리니스트는 분명 당황했을 거야. 오케의 바이올린 파트를 왕창 들으며 시작한 오프닝도 솔로를 들으니 그제서야 귀가 트였다. 내가 뭘 듣던 거지 하고.

교향곡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2, 3악장이 특히 편안하고 실수도 적었다. 끝나고는 예고생처럼 보이는 둘이 버스정류장에서 오케를 비난하는 걸 들었는데 한심하긴 했지만 웃기는 면도 있었다.

아내와 9살 딸과 함께
태어나 처음
생생한 운명 교향곡과
조우했다.

MP3, 레코드로 듣던 음악과는 색다른 느낌
선율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저 깊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며, 둥둥 떠다니는 기분
선율의 롤러코스터

2020.6.10.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밤으로 기억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