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 진가는 콘서트에서 발휘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십센치의 콘서트가 대구로 온다고 했을 때, 그들의 음악을 잘 몰라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콘서트를 가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그들의 노래는, ''아메리카노''와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안아줘요''의 후렴구, 티비에서 다른 가수들과 부른 유명한 몇몇곡들을 들어 본 것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아무리 내가 내 돈 주고 보는 공연이긴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고 가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뒤늦게 서울, 부산 콘서트의 후기를 찾아 보고, 앨범 구입도 했다. 구매한 앨범을 들어 보기 전에 콘서트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 함정이긴 했지만.
''새벽4시''라는 곡으로 그들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설렘을 대변하는 함성으로 그들을 반겼고, 매력있는 제이와이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녹였다. 보컬 특유의 ''야한'' 목소리에 심취해 가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아쉬움이었다. 듣고 있으니 좋은데, 내용을 모르니 더 좋을 수가 없다는, 이 안타까운 아쉬움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대부분의 노래를 모르다 보니, 신나는 음악에 가볍게 흥은 맞추고, 간단한 후렴구 정도는 정열의 지도(?)로 따라할 수 있었지만, 정신을 놓고 놀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1부 내내 미안해했다. ''더 크게 불러 주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요. 지금 스탠딩으로 뛰고 싶은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ㅠ ㅠ''
그러나 2부가 시작되면서 이런 마음도 사라졌다. 객석에서 나타난 십센치와 시,파파 연주자들이 자연스럽게 객석을 일으켜 세웠고, 망토를 두른 뜻밖의 귀여움이 정신을 놓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정열이 노래하고, 철종은 고개를 숙인채 수줍은 표정으로 기타를 쳤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정열의 부모님이 객석에 와 계시지만, ''오예'',''오늘 밤에'' 등으로 더 없이 후끈하게 객석을 흔들어 놓았고, "남자 분들은 저랑 눈 마주치지 마요. 눈 마주쳐도 웃지 마세요."하는 정열의 재치있는 입담과 열심히 하는데도 재미있는 철종의 율동은 잠시도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정열을 따라 관객들도 좁은 객석에서 종횡무진했다. 투철한 스타일 인식으로, 1부 때는 날이 더워도 자켓을 벗지 않겠다던 정열이 2부 때에는 아예 반팔 차림으로 나와 옷이 땀으로 홀랑 젖을 정도로 뛰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어서 기쁘다는 철종의 ''지금 이 순간'' 라이브와 기타 이벤트도 객석의 함성의 부러움을 이끌어 내었고, 난 그 와중에 혹시라도 공중을 날아 다니는 저 피크를 하나 얻을 수 있을까 궁리를 했다. "공연 끝나고 기타 케이스 받으러 오세요." 하는 목소리가 어찌나 부럽던지.
그렇게 좋아하다가, 부러워하다가 또 좋아하면서, 순식간에 지나간 공연. 콘서트 타이틀이기도 한, ''Fine Thank You And You?''를 끝으로 2부도 막이 내렸다. 그러나 이미 앵콜 공연의 이벤트를 후기로 접해서 알고 있었던 나는 그들이 다시 나오길 기다렸고, 무대에 긴 의자와 함께 나온 정열의 선택이 시작되었다. 객석의 모든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선택받은 여성분은 두 남자 사이에서 ''죽겠네''를 들었다. 정열이 여자친구 대하듯 손도 잡고, 무릎에 다리도 올리고, 무릎 베개도 했다. 철종이 옆에서 살짝 살짝 어깨를 빌리며 모든 여성 관객들의 부러움 잔뜩 산 무대는, 정열의 "죄송합니다" 하는 멘트로 끝이 났다. 알고 보니, 무대 아래서 여성분의 남자친구가 마중을 나왔다는 재미있는 상황까지 연출되어 관객석의 웃음 폭발!!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한 번 더 하지뭐."하며 다른 여성분을 한 번 더 초대한 앵콜 무대! 리쌍 ''TV를 껐네"를 부르고, 이 노래가 좋아도 자신들에게 특별히 득이 될 것은 없다며, 멘트를 날려주는 센스!
노래를 잘 몰라도 재미있게 놀 수 있게 만드는 이들의 능력에 진정으로 매력을 느꼈다. 이래서 요즘 다들 "십센치, 십센치" 하는 구나..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이들의 노래를 다 알고 공연에 가면 더 재미있을 것이란 확신이 200% 들었기에, 그들의 앨범을 열심히 듣고 있다. 다음 공연에서는 더 즐거울 것이란 기대를 안고.
아,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콘서트의 마지막. 빡빡하게 채운 두 시간 공연 후에 많이 피곤했을 텐데도, 찾아 준 모든 관객들에게 약속했던 대로 사인을 해 준 십센치. 정말 멋있었다. 공연 시간과 맞먹는 시간 동안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해 주며, 웃는 얼굴로 사인을 해 주는 모습에 공연의 마지막이 참 따뜻하고 즐거웠다. 역시, 가수의 진가는 콘서트가 말해주는 것이 진리다.

대박!

평소에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콘서트를 다녔는데 정말 여태 다녀본 공연중 제일 재미나게 참여하고 놀고 온 공연입니다. ㅎㅎ
평소에 십센치음악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 공연은 평소 기타치며 앉아 노래하는 십센치가 아닌
진짜 붕붕 날라다니는 아주 역동적인 공연이었어요.
특히 권정열보컬 아주 그리고 윤철종기타씨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서어서 또 보고싶어요 빨리 공연 준비해주세요 ㅎㅎ

기대하고 기대하던 10cm 콘서트!!
약 3시간의 조울증스러운 콘서트, 너무 재미있었어요>_<
생각했던것보다 더 달달하고 또 그러면서도 신났던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사인회 소식에 기뻤지만.. 너무 많이 기다려야해서 포기하고 왔네요ㅜㅜ
다음에 또 갈꺼예요!!!

‘10cm(십센치)’ 2집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대구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