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탑 키스 |
xx*** |
2015.08.31 |
39 |
사랑의 댓가가 폭력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누군가의 사랑을 자신만의 잣대로 규정짓고 판단하고 가치를 매기는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스탑키스는 일단 소재부터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하다. 동성애, 그 중에서도 보기 드문 여성 퀴어물. 그리고 이 점을 포스터에서부터 아름답게 표현해내는데, 그 색감은 붉은 계열로 확실히 강렬하다. 작중의 ''뜨겁고, 화끈하고, 끈적한 키스''가 괜히 나온 대사가 아니라는 듯.
이처럼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스토리를 읽다보면 이 연극은 성소수자 인권을 다룬 내용인가?라는 생각이 들만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성애자 폭행사건, 그 피해자들, 언론의 입방정, 거기서 고민하는 한 사람. 아 그러니까 이 시련을, 그 냉대의 시선을 다른 따뜻한 시선으로 이겨내는 이야기구나~ 하고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정리하게끔 된다.
그러나 실제로 극을 관람하게 되면 그 내용물은 딴판이다.
이 극은 특이한 연출방법을 지니고 있는데, 그 연출방법이 퍽 인상적이다. 1-1, 1-2, 2-1, 2-2... 이런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계속 오가며 분위기를 조절하고 사람들이 극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사건의 순서를 나름대로 정리하게 만들고 중간중간 n-2에서의 행동이 이 n-1의 과거 경험때문이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알게 모르게 작은 성취감도 들고는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참한 사건을 다루고 있기에 이 연출방법은 빛을 발한다.
기본적으로, 진지하고 무겁기만한 이야기를 즐겁게 보기는 힘든 법이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진지하지 않은 작품은 무언가를 이야기한다고 내걸기조차 힘들다. 특히나 이 작품은 성소수자들을 다루기에 이 부분에 있어 조심스러워야 할것이다.
이 작품은 이런 교차 연출을 택함으로, 그들의 사랑이 즐겁고,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혜연이 현재의 상황에서 고민에 휩싸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또한 이 극은 성소수자를 다룬 극이기도 하지만 한 인물의 내면적 성장을 다룬 극이기도 하다.
극 중 주인공이자 실제로 이야기의 대부분을 끌어가는 혜연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내 일은 단지 먹고살기 위한 일. 그러나 하고 싶은 일도 없어. 하고 싶은 일을 알고 싶지도 않아. 남들과 부딪히고 싶지도 않아. 그냥 내가 조금 피하면 되잖아.
실제로 이런 면모를 상당부분 가지고 있는 본인은 이런 혜연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비판을 하기가 망설여졌는데, 이 부분은 또다른 극의 중심인물인 은수가 분한다. 은수는 혜연과 다른 인물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그를 위해 노력하며, 잘못된 일을 명확히 인식하고 개선하고자 한다.
혜연은 그런 은수를 말리고, 피해가자 라고 이야기하지만 은수는 올곧다.
결국 다른 둘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특히 은수의 말. "혜연아,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야" 이 말은 혜연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그 모습은 혜연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던 본인에게 작은 대리만족을 줌과 동시에 극은 결말로 치닫는다.
극 시작전에 안내자들이 항상 되새겨주는 말이 있다.
이 극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바꿨다, 라고 생각할 만한 계기가 있다. 그것은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절대적이며 바꾼 이후에도 끊임없이 영향을 끼친다. 혜연에게는 그것이 은수였기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울리는 마지막 대사. 날 선택해. 혜연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울림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고, 그 이후의 라스트씬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모두가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
그 두려움에 숨는 사람도 있고 맞서는 사람이 있고 도망치는 사람이 있고
스탑키스안에는 그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항상 도망치기만 했던 혜연이 도망가고 싶지만 참고 마주한 현실은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배우들의 연기와 몰입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자리가 정말 불편했습니다 의자 심하게 불편
허리 아픕니당 ㅠㅠ
많이 만들어지고
많이 들려주고
많이 보여줘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특별하다 느끼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 현재 반복을 위하여 어쩔 수 없었지만 암전이 너무 많이 사용되고
2막에서는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 즈음이 되면 암전이 나오고 장면이 전환이 되어서 집중하는 것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혜연과 은수의 키스.
배우들에게 집중해야 할 장면에서 가운데 무대의 스크린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것이
어쩌면 아직까지도 두 여성의 키스 장면을 온전히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두려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 스크린 영상은 배우들 퇴장 후 여운으로 나와도 좋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봤습니다.
스탑키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아직은 두려움이 남은. 나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고, 당당하게 답을 주려고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이에게 밝히는 것에는 두려울 수 밖에 없는 혜연이와 닮아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언젠가 은수처럼 더 당당하게
아니 혜연이든 은수든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오겠지요?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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