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이 있는 연극이었습니다. 배우분들의 열연은 좋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심심할수도 있는 연극이었다는 부분이 있네요.

타조소년들

앵콜공연

연극<타조소년들>은 ''로스의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블레이크, 씸, 케니 세 소년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는 많다. <타조소년들>이 내게 좀 더 특별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그 과정을 채우는 사소한 선택과 행동들이 성장의 일부고, 우리 삶이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 드라마틱한 순간들로 편집된 삶이 아니라, 그 드라마를 뒷받침하는 사소함들을 최대한 붙잡는다. ''지금'' 소년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 ''지금'' 소년들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

아직 죽임이 무엇인지 (상대적으로) 실감하기 어려운 나이, 10대. 소년들에게 친구 ''로스''의 죽음은 (그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일생일대의 ''사건''과 같다. 자신의 삶을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꺾어버리는 사건. ''로스를 로스로 데려가''자는 계획을 짜는 순간부터 이들에게 삶은 백지로 나타난다.

로스로 가는 여정 속에서 소년들은 서로 대화하면서, 로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어떤 사람일 수도 있는지 알아간다. 쉴 새 없는 재잘거림과 좌충우돌. 이성적으로 상황을 관리해보려고 해도(블레이크), 때론 엉뚱하고(케니) 때론 투박한(씸) 일들도 생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이야기가 꼭 10대의 속도감을 보여준 것 같다. 또 빠르게 사진 앨범을 넘겨보듯, 사이사이 소년들의 기억이 플래시백 되는 연출도 환상적이었다. 소년들이 극 안에서 ''역할극''라는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과거의 장면을 들려주는 방법도 재미있었고, 로스의 사고 장면을 묘사하는 안무들도 인상적이었다.

연출에서 좋았던 또 하나는, 로스가 계속해서 소년들 곁에 머문다는 것. 관객들에겐 보이지만 극 중 소년들에겐 보이지 않는 로스는 유령이나 트라우마가 아닌, 징검다리를 놓기 위한 돌멩이 같았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기 위한 디딤돌. 그런 디딤돌들이 앞으로 소년들에게 하나하나 늘어가면서 삶을 그려나가는 거라 생각하니 "정말 끝내준다." 디딤돌 하나로 인생이 당장 뒤바뀌는 건 아니지만, 케니 말대로 언젠가 "내 인생을 통틀어서 제일 멋진 이야기"를 하게 될 보고를 갖는 것일테니.

10대에게 ''과거''라고 해봐야 ''현재''와 몇 년 차이 나지도 않는다. 그 짧디 짧은 시간들을 수없이 복기하고 되물으며, 일생일대의 사건인 ''로스의 죽음''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소년들. 또 ''로스의 죽음''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들을 보며 ''지금 움직이는 삶''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큰기대 없이 봤는데 나쁘진 안았어요 하지만 무언가 연기하는구나 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