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도 높은 공연을 관람한 것이 얼마만이던가. 블루스와 락의 거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러한 공연은 결코 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더구나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한국락을 이끌었던 전설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80년대 블루스 음악을 주도했던 엄인호, 그리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김목경이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추억이 있는 세대의 가슴을 설레이기에 충분했다. 락이나 블루스음악에 심취한 이들이라면 세대를 가릴 것도 없는 무대임은 굳이 증명하려 들 필요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뮤지션이 나이 들면서 만나는의 한계는 운지가 느려지고 리듬 감각이 떨어진다는 문제다. 거장들이 연주하는 블루스의 진중함은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다. 정말 대단한 무대였다. 락에서 블루스로 전향한 것인지 펑키한 락 연주를 어느새 집어 던진 최이철의 블루스 연주는 그가 얼마나 훌륭한 연주인인가르 여실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블루스를 한국에서 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갈채를 받을만한 엄인호의 업적은 결코 간과될 수 없고 아직도 무대에서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선 아우라가 난다. 계속해서 활동해 온 김목경의 기량은 최고의 경지라 할만하다. 블루스의 전설이라 불린다는 이경천이란 이름을 알게 된 것도 이 무대를 통해서였다면 나의 앎이 너무 짧은 것인가. 무대의 마지막은 네 뮤지션의 세션. 그야말로 감격적이다. 네 명의 즉각적인 잼 세션이 이렇도록 정리된 사운드를 보여준다는 것은 그들이 거장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종료되었음이 아쉽다. 젊은 애호가들의 앎의 기회와 즐김의 기회가 아쉽다.

대한민국의 블루스음악은 위대하다..
언제 어디서 블루스음악 4대거장의 무대를 한무대에서 또 볼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