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기간중인 오후의 따뜻했던 햇빛과 한적한 대학로의 여유를 만끽하며, 창크리에이티브의 연극 <하느님의 나라>를 관람하였습니다. 항아리 공동생활 가정을 운영하는 신부님과 재활지도교사, 신앙을 초월하여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는 전도사 커플, 그리고 중증 뇌병변 장애인들이 한곳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드러나는 갈등과 반목이 시종일관 무겁게 그려지며 시선을 피하고 싶음에도 끝까지 몰입하며 관람하게 만드는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연극이었습니다.

몸이 부자유해도 정상인들과 다름없이 희노애락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장애인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과 그들이 욕망을 가슴속에 숨겨야만 하는 열등감과 비뚤어진 負의 감정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독립하여 자유로운 생활과 여성과의 관계를 절실히 갈망하는 장애인들과 그들의 비뚤어진 욕망에 점차 지쳐가는 전도사 커플, 자신의 딸을 위해 항아리 공동시설을 이용하는 자산가, 자신을 향한 욕망에찬 사랑에 몸서리치는 재활지도교사, 그리고 이모든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희생하려고 하는 신부님등 생생히 살아숨쉬는 캐릭터를 통해서 뜻대로 되는 것이 없는 녹록치 않은 이 나라의 현실과 빛과 어둠/순수와 욕망/정상과 비정상의 대비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속에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배려와 편견없는 열린 마음이 아닐까요? 반면에 장애인들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며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알겠지만, 지나치게 어둡고 적나라한 이야기에 담담한 위로란 것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배우님들의 사실적인 장애인 연기와 호흡은 눈물나게 좋았습니다. 설연휴 기간중임에도 최고의 무대를 위해서 열정을 쏟아붓는 노력이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기간동안의 연극이지만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하고자한 연극 하느님의 나라가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진한 감동과 여운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