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작,연출:손톱달 촬영:MK 필름, FIC 필름 출연:박영권, 조지형, 한홍규, 한지인, 송은지, 최원준, 유현주, 홍지현, 송지민, 유민수, 오광희, 송진우 제작:극단 풍류 극장:후암스테이지 별점:★★☆☆☆) 2023년 제4회 딜레마 극장 두 번쨰 작품이다. 2021년도에 "그 날, 게스트하우스" 를 봤었던 극단 풍류 공연이다. 어느 고등학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일진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재희'' 와 ''재희'' 를 마음에 두고 있으나 말하지 못하는 ''영모'' 사소한 계기로 일진의 눈에 띄어서 일생일대의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 ''아영'' 그리고 성적비관에 지친 ''연수'' 까지 그들은 그들의 약점을 알고 접근한 ''범석'' 의 유혹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게되는데... 과연 ''자살'' 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티켓팅을 하면서 포스터를 보는데, ''가장 현실적인 청소년 비극'' 이라는 문구를 보고 급실망... 젊은 배우들을 응원하며 별점 1개 추가!
아쉽지만 어떠한 특징을 찾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학교 폭력’은 이미 대중에서 너무 많이 다루어진 주제죠. 이를 연극이라는 소재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내기는, 적어도 ‘비상구’에서는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성소수자, 할머니를 여읜 소녀, 음악을 하고 싶지만 학업을 강요받는 소녀. 몇 년, 아니 몇 십 년 전부터 이미 너무 많이 봐온 캐릭터입니다. 가해자 역할도 그리 했습니다. 욕하고 폭력을 하고, 씨발 씨발. 피해자들은 울고, 결국 설마 설마 했는데 결말에서 예상한 그런 선택까지. 이야기를 보면서, 뭔가 있겠지, 뭔가 있겠지 다소 조마조마 하는 심정으로 봤습니다. 그러다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다분히 표면적인 캐릭터 설정 때문에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돋보이지 못한 기분입니다. 이는 배우 개개인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부여받은 캐릭터가 애초에 너무 평면적이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습니다. 보편적인 학교 폭력 피해자, 가해자가 아니라 통념 속에서, 으레 누구라도 생각할 법한. 지극히 단순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혹 누군가는 학교폭력과 이에 대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줬다고 했을지도 모르겠지요. 피해자들은 결국 비극을 맞이하고, 가해자들은 결국 잘 살고. 다만 앞서 말했듯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최근 ‘더 글로리’라는 작품에서도 그렇고, 현실 역시 대개 그렇죠. 그래서 피해자가 불쌍하다, 가해자가 어쩜 저럴 수 있지? 싶은 생각도 들지 않더라고요.
이야기를 위해 몇 날 며칠을 머리 싸매고, 또 그에 맞춰 장소를 섭외하고, 배우를 구하고, 대본을 달달 외워가며 몇 십 명 앞에서 하나의 작품을 올린다는 건. 감히 제가 가늠할 수도 없는 고귀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과정이 아닌 결과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보는 건 무대 위의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러기엔 ‘비상구’는 아쉬움뿐이었습니다.
이미 수도 없이 다뤄진 학폭이라는 소재, 다만 수도 없이 다뤄진 것을 변함없이 답습하는 듯한 클리셰한 설정, 별 수 없이 그에 맞춰 연기하고 움직이는 배우들까지. 제가 볼 수 없는, 보지 못한 과정에는 박수를 쳐드리고 싶으나, 무대에서의 이야기를 보고는 전연 그리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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