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연극...
딸, 어머니, 또는 아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여자들이 해야할 그 무엇들...
지금은 참 좋아졌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는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쉽게 없어지지 않을것 같은 예감도 든다.
내 다음 세대 그 다음세대...또 그 다음세대에는
여자가 여자로 아니라 사람으로만 인식될 그날이 오겠지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죽음에 먼저 다가서 버린 여인...
죽어서 다시 만난 원혼들...
명절이면 다시 만나는 그들...
그리고 결국에 혼자 남겨진 작은딸 구니코...
여인네들의 이야기에 웃다 울다...
남겨진 작은딸을 굳이 말로 표현안해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
너무 많이 울어버린 연극...
여자로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봐야할 연극,
그리고 그 여인들과 살아가는 남자들은 더더욱 꼭 봐야할 연극...

불편한 옷과 자세로 두시간 동안 열연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보고싶당 ㅜㅜ

기대만발이욧!

연극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를 보고
2010년 1월 29일 토요일,
나는 엄마와 대학로의 한 작은 극장에서 연극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를 감상했다.
이 연극을 공연한 극단의 이름이 ‘극단 미연’ 인데, 극단의 대표가 바로 우리 아버지의 친구분이셨다. 그래서 일단은 의무적인 마음으로 감상을 하러 갔다.
포스터와 광고에 눈물, 감동, 웃음 쏙 뽑는 연극이라고 꽤 호평이 나 있었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살펴봐도 긍정적인 평이 대부분 이었다. 그래서 상당히 기대도 하였다.
보통 지나치게 기대를 하면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법인데,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는 기대에 못 미치지 않게 나에게 적절하면서도 짠한 감동을 남겨주었다.
이 공연의 핵심은 누구나 ‘세상은 인연이라는 그물로 얽히고 섥힌 것’ 이라는 것을 뽑을 것이다. 공연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히구찌 가문의 세 모녀 히구찌 다끼(어머니), 히구찌 나쓰꼬(첫째 딸), 히구찌 구니꼬(둘째 딸) 는 가난한 살림에 하루하루 어렵사리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추석만 되면 어김없이 예전에 다끼의 젖으로 키운, 또 한때는 어마어마한 부잣집 딸이었던 이나봐 고, 그리고 오빠와 함께 학교를 운영하는 나까노 야에가 찾아봐 추석을 함께 보낸다. 그러나 추석을 여러번 같이 맞이하면 맞이할수록 그들의 모습도 차츰 변해갔다. 처음엔 고와 야에 둘 다 돈을 빌리러 왔으나, 나중에 야에는 자신의 오빠를 감옥에서 죽게 한 판사와 결혼을 해서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고, 고는 남편의 사업이 계속 망해서 가난에 쪼들리다가 남평은 병이 나 죽고 결국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재혼해 또 다른 안정을 갖게 된다. 히구찌 가문은 여전히 가난하였고 소설을 쓰는 첫째 딸 히구찌 나쓰꼬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나쓰꼬에게는 특별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바로 ‘반딧꽃’ 이라는 이승에서 떠도는 원혼이다. 그녀는 자신을 죽게 한 사람을 찾아서 원수를 갚으려고 하나, 그들 모두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고 계속해서 그의 원한에 관계된 사람을 쫓고 쫓다 보니 결국 500번째에 지금까지 자신과 친하게 지내고, 또 추석마다 함께 인사를 나눈 나쓰꼬에게 원한을 갚으려고 한다. 그러나 역시 나쓰꼬에게도 변명거리는 있었고, 반딧꽃은 또 더 나쁜 사람을 찾아 떠난다. 이 때, 나쓰꼬는 세상이란 인연이라는 거대한 그물로 서로 얽히고 설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반딧꽃의 원한은 갚아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몇 년 뒤 추석, 야에는 판사를 두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다 그에게 사기를 당해 결국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되고, 나중에 알고 보니 고의 남편을 꼬신 뻔뻔한 기생으로 밝혀진다. 그래서 고는 남편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게 된다. 히구찌 가문은 다행히 나쓰꼬의 소설이 잘 팔려 점점 형편이 나아지지만, 주변 인물들이 망가져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결국 고가 야에의 가슴을 칼로 찌르고, 야에가 고의 몸을 부둥켜안고 강물로 떨어지는 바람에 둘 다 죽고 만다. 그리고 몇 년 뒤, 나쓰꼬 또한 급격한 건강 악화로 죽게 된다. 나쓰꼬의 죽음 이후 어머니 다끼도 노화로 세상을 떠나고,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막내딸 구니꼬는 어머니의 빛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언니의 출판을 담당했던 출판사장의 집으로 도망을 가게 된다.




정말 나는 이 공연을 보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장면 하나 하나가 암시하는 사실과 상황이 있었고, 그에 감춰진 사실 하나 하나가 모두 슬프고 절망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위를 보면 알겠지만 이 연극의 줄거리와 결말 또한 썩 유쾌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중간 중간 섞인 코미디와 상징적인 연출을 통해 그 점이 많이 가리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머리에 뚜렷이 남는데, 구니꼬가 이사 즉, 도망을 가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퇴장하는 장면이었다. 이 때 구니꼬가 등에 짊어진 것은 겉보기엔 단순한 불단이었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것은 구니꼬의 인생의 짐, 그리고 어머니가 남긴 빚이었다. 그래서 그 장면이 더욱 슬펐다. 아직 어리고 시집도 못간 구니꼬에게 그 불단은 한없이 크고 무거워 보였다. 그래서 어머니와 야에, 고, 그리고 나쓰꼬가 원혼의 모습으로 뒤에서 살짝 들어주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은 구니꼬의 눈엔 보이지 않았다.

난 이 공연을 보는 내내 이 연극은 꼭 부부가 함께 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공연이 ‘양성 평등’ 도 은근히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고의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은 주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가까운 히구찌 가문의 세 모녀와 야에도 고가 얘기를 하고 나서야 알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야에가 너무나 힘든 생활 때문에 남편의 직원 중 한명과 바람을 핀 사실은 온 마을에 빠르게 퍼진 소문이었다. 이때 야에는 ‘남자가 한 더럽고 야비한 짓은 세상이 쉬쉬하면서, 여자가 조그마한 일이라도 하면 부풀려져 세상에 알려진다’ 라고 한탄한다. 그리고 다끼도 연극 내내 ‘여자는 가만히 있는 게 아니야. 여자는 계속 일을 해야 해. 여자는 사회에서 너무 나서지도 말아야 하고. 안 그러면 사람들이 상식 밖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단 말이다.’ 라는 비슷한 내용의 대사를 계속 난발한다. 이 두 대사는 당시의 일본의 여성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그리고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
히구찌 가문에 모이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인데, 그들 모두 남편에 따라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되고, 남편이 아내에게 함부로 대해 아내의 눈엔 피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이러한 사실들이 약간의 패미니즘이 있는 나에게 분노와 눈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내가 이 공연에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연극에 나오는 히구찌 나쓰꼬라는 캐릭터는 실존 인물로, 본명은 ‘히구찌 이치요’로서 24살의 젊은 나이에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 오천 엔자리 지폐에 실리는 인물이다. 그녀는 나라를 구한 것도, 대단한 업적을 세운 것도 아니지만 당당한 여성 소설가로써 일본 문화를 대표한다.

사실 이 연극은 역사적인 사실과 배경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는 물론 몇몇 어른도 지루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정도 자신의 정신이 성숙하다고 느껴질 때쯤에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ps. 사실 이것은 감상평하고 별개일 수 있는 사실이나, 장면이 바뀔 때마다 흘러나왔던 ‘달 달 보름달 추석날밤에 뚜껑이 뚜껑이 열려, 지옥의 뚜껑이 열려. 지옥의 가마솥 뚜껑이 열려’ 라는 가사의 노래는 , 동요 자체의 분위기는 매우 밝으나 가사가 섬뜩해 공포감(?) 을 느꼈다.






이 후기는 중학교를 앞두고 얼마 안 남은 겨울방학을 즐기는, 13살과 14살의 문턱에 걸터앉아 있는 제 딸아이가 쓴 것이랍니다. 날 닮아서 성숙하군.. 후훗

감동과 눈물이 얼굴에.. 정말 범벅이 된답니다.
배우들의 열연,
정말 가슴 뭉클해지는 그런 연극입니다.
꼭 한번 보세요

친한 오빠가 괜찮은 연극이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3시로 예매를 했었는데 갑자기 제시간에 도착을 못한다는 오빠의 청천벽력같은말...
혹시나 하고 다음시간으로 변경가능하냐고 물었더니 흥쾌히 괜찮다고 하신다..(휴~다행이당 ^^)
다음시간은 7시...열심히 기다리고 기다렸다 ㅡ.ㅡ^
연극이 시작되기전 재밌는 퀴즈를 풀며 워밍업을 한후...짜잔~ 드뎌 연극관람...
역시 기대했던것처럼 처음부터 무대를 장악하며 관객을 빠지게 만듭니다.
중간중간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뭔가도 있고 그 속에서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모두의 탄탄한 연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의 어머님들이 살아오신것과 비슷한 내용이어서인지 연세가 많으신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모녀지간으로 같이 오신 분들도 꽤 계셨구요..
저도 엄마랑 같이 다시 한번 가고 싶어집니다..
망설이지 말고 예매하고 보고 오시면 좋을 연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