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노력이 어울어진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 2007년 초연 당시 공연평입니다 -

지난 22일 국립중앙박물관 내 용극장으로 국수호 춤에 중독된 매니아들이 기습작전을 펴듯 몰려들었다. 춤꾼들은 기대치를 훨씬 능가하는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두 대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는 섬세한 춤 동작의 해설을 돕고 있었다.

뛰고 날고 흐느끼고 평온을 애기하고,분노를 토하고, 미추를 연기해내는 과정은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관객들은 숨죽이며 가공할 국수호의 상상에 몰입했다. 사도(이영일)처럼 아버지가 아들을 처형하는 형상은 아직 진형형이다.

혜경궁 홍씨(이윤경), 영조(백형민), 정조(오영훈)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의 고난도 연기를 보여주었다. 여진이 아련히 남아있는 『사도』의 흥분은 난세에 영혼의 울림을 전하는 안무가 국수호의 화해의 메시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역사적 테마와 당대의 사회적 이슈들을 춤창작하며 신화를 만들어온 국수호는 과감하게 음악을 무대위에 세우고 춤 음악극을 만들어버린다. 그의 장기는 춤과 음악을 동시에 무대에 세우면서도 어느 쪽에 함몰되지 않게 만드는 점이다.

디딤무용단의 2007 정기공연이자 전 세계 초연인 『사도』(The Prince Sado)는 국수호의 브랜드 작품으로 백홍천과 같은 해외 팬들을 몰고 왔다. 연극보다 더 극적인 연희, 모던댄스와 발레를 능가하는 컨템퍼러리 춤, 연주회 보다 더 진지한 클래식으로 무장한 『사도』는 애비가 자식을 죽여야 하는 운명을 처연하게 그려내고 있다.

두 대의 피아노에 ‘사도'의 전체 내용이 실려 있고, 죽임의 절규와 사랑의 아름다움, 죽음의 부름, 침전되는 영혼, 영가가 사람 목소리로 해설되며, 인생의 바람(바이올린)이 첨가되어 네 명의 춤꾼이 80분에 연기해내는 깔끔하고 정제된 작품 『사도』는 차별화된다.

완벽한 테크닉으로 순간과 영혼을 조합하면서 춤 철학의 승급과 예술로서의 승화를 시도한 『사도』는 분노의 영혼을 잠재우는 ‘물의 의식'을 보여준다. 작품의 상징성을 심화시키는 무대 중앙 앞부분의 ‘뒤주'는 죽임, 사도의 영혼이 씻겨져 나신으로 나타날 때 까지 신비감을 준다.

국선생의 『사도』에 동참한 열한명의 아티스트들은 핏빛 선연한 처절한 처형의 실체와 캐릭터에 맞는 심리묘사와 디테일을 재현해내는데 성공하였다. 늦었지만 사도세자를 위한 신성한 연민의 제(祭)를 제주 국수호의 지휘로 용산벌에서 단촐하지만 정의롭게 올렸다. 깊은 감동과 울림은 ‘깨어있는 우리'를 만들어 주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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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용 2007-02-23 13: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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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우는 법을 처음 터득한 사람처럼
엉엉 울었습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슬프고...

다시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다만 캐스팅이... 적어도 사도만이라도 조재혁씨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영일씨도 멋있지만..+ㅆ+
작년엔 시간이 안 돼서 영일씨 캐스팅을 못봤더니...
영일씨 공연으로는 또 어떤 감동을 받을 수 있을 지 궁금하네요.

한 가지 기쁜 건...
작년보다 가격이 1/2로 내렸다는 거예요...
정말 부담이 장난이 아니었거든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