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끝나고 바로 안부전화드렸어요. 반성 많이 하고있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30대입니다 엄마를 보여드리려 갔었는데 사실 기대를 하지는않았어요 혹시 눈물바다만 연출하는 연극아닌가했거든요 근데 시간이 그렇게 흐른지 전혀모르고 너무재밌게봤어요 너무 웃기고 너무 감동적이고 간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연극이었습니다

동치미~~~~~
공연이 끝나고 배우님들과 함께 사진 찍으면서 하는 말 "동치미~~~"
올 한 해 보았던 가장 가슴 따뜻하고 눈물나고 감동되는 최고의 공연입니다.

남편 김만복씨와 부인 정이분씨 그리고 1남 2녀의 자녀들의 가족이야기이다.
전형적인 가부장의 남편과 남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냥 혼자 참아내는 부인 그리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부모에게는 짐이었던 자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인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그 아픔을 못이겨 며칠 후 부인 곁으로 간 남편
아! 노부부이 사랑이 이런거였구나 싶다.

배우님들의 연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 연기에 감정이 북받쳐 후반전은 나도 모르게 흑흑거렸다.
노년을 함께 보내야 할 부부들이, 아니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부부들이 함께 보면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지 알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자녀들도 객관적으로 부모님의 사랑을 엿 볼 수 있어 부모님을 이해하는데도 좋을 것 같다.

이 연극이 많이 홍보되어 현재 부부갈등을 겪고 있거나, 또는 부부상담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람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비싼 약보다 최고의 치료가 될 것 같다.
배우님들!! 열정 쏟아내셔서 최고의 공연 보여주심에 머리숙여 감사드려요

2009년..여름..
아버지의 첫 기일이 얼마 지나지 않은 제 생일날 홀로 대학로를 찾았습니다..우연히 만난 동치미라는 공연..그렇게 만난 공연이 매년 아버지의 기일에 즈음하여 찾다보니 벌써 5번째네요..

엄한 아버지..순종적인 어머니..부모 마음도 모르는 자식들..(단 하나 다르다면 우리 아버지는 겉이나 속이 엄청 다정다감하셨습니다..)
본인은 맨손으로 시작해 말도 못하는 고생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셨기에 안정적인 직장..특히 공무원이 되길 원하셨던 연극속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그리고 조금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형과 저는 공무원..초등학교의 교사가 되었습니다..큰아들 작은 아들이 선생님이 되었다며 그렇게 좋아하시던 나의 아버지는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느 자식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떠나시고 난 빈자리가 어찌나 큰지..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2달 후 미리 정해진 형의 결혼과 분가..그로 인해 갑작스레 떠안은 가장이라는 자리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연히 접한 공연은 마음속에 고여있던 고름같던 눈물을 밖으로 나오게 해주었습니다..

특히..사업실패로 무릎꿇은 자식에게 "경원아.."라고 부르며 "애비가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오열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제 이름도 하필..경원이라서..)

자식들에게 그렇게 한없이 베푸시면서도 언제나 미안해하는 아버지..저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보니 그 마음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한 해..두 해..올해로 5번째..거듭 공연을 볼수록 첫 공연의 감정도 조금씩 사그러들어갑니다..하지만 그 감정의 사그러짐이 감동의 줄어듬이 아닌 제 마음의 치료가 되는 듯 합니다..

내년에는 어머니 그리고 형과 함께 보리라 다짐하지만 매년 그랬듯이 내년에도 저 혼자 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애 쓰셨습니다..고생하셨습니다..그리고 언제나 그립고 무엇보다 사랑합니다..아버지..아니..아빠..

P.S..지난 12일 공연을 봤습니다..배우분들..공연과 사진촬영이 끝났는데도 저 때문에 정리도 못하셔서..죄송할 따름입니다..올 해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관람하러 가겠습니다..아니면..또 내년에 찾아뵙겠습니다..좋은 공연에 감사드립니다..

요즘 연극, 영화, 드라마들은 가족과 사랑에대해 너무 빠르고 가볍게 표현해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동치미는 그에 반해 따뜻하고 묵직하며 오래갑니다.
이런 이야기가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녀노소 누가봐도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하고 진솔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