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1일 금요일 저녁. 평촌아트홀에서 알바로 삐에리의 공연이 있었다.

사실 나는 피에리를 잘 모른다.
현재 건국대 클래식기타동아리 1년차인 24살의 클래식 초짜.
삐에리와 연이 닿는 계기는 몇년전. 내가 군입대하기 전에있던
연주회때 선배의 Verano Porteno 를 들은것이 전부였다.

몇달전 제대하고 새 곡을 찾다가 그때의 피아졸라 곡이 생각났다.
그래서 기타매니아 에서 피에리가 연주한 피아졸라의 곡을 듣게되었다.
멀리서 항구의 뱃사람이 그물을 던지는 모습이 떠오르고, 리플에는
`역시 삐에리 사마 등등..` 의 찬사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리고 당연히 나도 삐에리 사마의 팬이 되었다.

그후 몇달뒤 피에리 내한 소식을 듣고 뒤늦게 예약해서 서울공연은
매진으로 놓치고 안양공연을 예매하게 되었다.

공연당일. 일을 마치고 30분 일찍 출발했지만
복잡한 교통탓에, 그리고 동반한 무거운 클래식 기타 탓에
첫번째곡을 놓치고 두번째 곡에서야 보게되었다.
아직 손이 덜 풀렸는지 삑사리가 나긴 했지만 개의치 않고 연주한다.
프로그램대로 월든과 그외 몇곡 연주뒤 휴식시간.

그뒤 기다렸던 피아졸라의 소품집!! 빠르지만 간결하고 깔끔한 음색.
거기에 열정적인 피아졸라의 곡이 더해진다. '아 삐에리 사마! 역시 멋지십니다!'
마지막에 히나스테라를 포함한 소나타가 나오고 그의 열정적인 연주에
2개의 앵콜이 더 청해진 뒤 공연이 마무리 지어졌다.

물론 그후의 사인회에도 필히 동참했다. 무겁게 끌고왔던
기타도 이때문, 집에서 천대받던 클래식 기타에 그의
사인을 받는 영광을 누리고자 함이었다.
사실 사인회를 안 하거나 안해줄지도 몰라 걱정했었는데,
역시 우리의 삐에리 사마.
처음엔 악기를 소중히 다루는 맘 때문에 안 해주겠단다.
그러는 걸 멀리서 가지고 왔다. 이것은 원래 아버지의 기타인데
꼭 당신의 사인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그가 대단한 영광이라면서
흔쾌히 사인을 해주었다. 다음에 한국에 다시올때 보자는 나의말에
`다음은 네 차례` 란다.. 글쎄.. 평생을 쳐도 당신만큼은 못 칠거 같은데..
아무튼 사인회를 끝으로 그날 알바로 피에리의 내한은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으로 마무리 되었다.

다만,
피에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게 조금 안타까웠다.
영어도 악센트가 세서 알아듣기 힘들었고, 웃어야 할 대목에서
같이 웃지 못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는가?
연주자와 관객의 소통이 음악이 주가 되긴 해야겠지만,
나같은 문외한을 위해서 통역사라던가 뒤에 스크린이라도 설치했으면
더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맘에 꼭 드는 기타리스트..
곡은 어려웠지만 정말 기타 소리가 맑고 예뻤다.

피에리 선생님께서 곡 중간중간마다 친절하게 해설 덧붙여 주시고

환상적인 연주까지!!

타임머신 타고 되돌아가고 싶었던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