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해를 못하는건지 넘 졸렸습니다.

또 외국에서 공연할 준비를 하신건지..동서양이 묘하게 혼합된 비주얼로 치장된 무대와 의상,
마치 경극이나 노를 보는 둣한 배우들의 시선과 움직임..
새롭다는 말보단 낯설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마녀들의 어린 얼굴과 목소리는 마녀가 아닌 요정같은 모습이라
처음부터 원작 전체가 가지고 있는 무거움과 진지함은 사라지고..
골조만 새워진 동양의 단층짜리 궁전의 회랑이 세워진 무대에
맨발로 다니는 모든 인물들,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허공을 응시한다.
나이든 맥베스와 젋은 던컨왕,, 동네 아주머니같은 맥베스 부인의 어조와 톤..
5막부분의 맥베스 독백은 그것 하나만으로는 훌륭했지만
역시 극전체가 보여준 극장성으로 인해 그 진지함이 오히려 생소해 보였다.

그저 연출의도가 나라는 관객과는 소통하지 못했다고 할 수 밖에..

처음으로 셰익스피어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오해가 생길법한 연극이랄까..
군데 군데 전혀 우습지 않은 부분에서 터져나온 웃음소리는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을까,
물론 그런 것조차 다양한 관객이라는 논리로 해결하는 함정으로 빠진다면야 더 할말 없긴하다.

흔히 알다시피 .. 멕베드는 비극이다.
이것을 희극화시켜서. 색다르게 시도를 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연의 멕베쓰가 가지고 있는 비극적인 느낌은 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인간의 권력욕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해 자행된 일이라도 한 인간으로 괴로워하는 그 처절함과 고뇌함이 희극에 뭍혀서.. 잘 표현되지 못한 것 같아 .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와 한국적인 표현은 나름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오태석, 극단 목화, 모두 기대 많이 하게 하는 이름들이었는데
('로미오의 줄리엣'의 감동을 아직 잊지 않았다구!
박희순, 장영남, 황정민을 위시로 한 그 쟁쟁했던 공연... ㅠㅠ)

일단 티케팅부터 엉망이었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예약한 표 찾으러
왔다고 하는데도 한참 무시하고 다른 일을 하더니
"인터파크 손님은 저쪽에서 받으세요." 하고 다른 줄을 알려준다.
그쯤은 미리 써붙혀뒀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면서 일껏 다른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이 스태프 하는 말이 가관이다.

"예약하신 자리 드릴 수가 없어요. 다른 자리 드리면 안될까요?
전산 장애가 일어나서 예약하신 자리 못 드리겠어요."

이봐, 아가씨. 이럴 거면 왜 지정석 예약을 받은 거야?
우리는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 더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이럴 거면서 자기 담당(표 나눠주는데 그런 게 있나 싶지만)
아니라고 옆줄에 가보라는 사람이나,
자기들 전산 장애로 관객에게 명백한 피해를 입혀놓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사람이나.

왜 환불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의심하면서
여튼 그렇게 연극을 보기 시작했는데.

일단 엉성한 무대 장치.
'아냐, 오태석이니까 뭔가 멋지게 활용할 거야.' 라는 나의 기대를
한치의 어긋남 없이 배반해주는 이 센스하고는.

배우들의 동선도 엉망. 서로 부딪히거나 세트와 부딪히기까지.
조명도 음향도 수시로 틀려주시고. -_-
음악도 나오다 말아요, 그 엉성함이라니,
대학교 동아리 공연도 이것보단 낫잖아.

정말 마음에 안 든 건 캐스팅이었다.
일단 정진각 씨는 맥베스를 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
그래서 너무 굼뜨고, 너무 들뜬다.
맥베스 부인의 숨찬 발성법도 이유를 알기 어렵다.
마녀들의 연기도 미숙하고, 연습도 덜 된 티가 역력하다.
황정민이라는 대단한 카드를 겨우 그정도로 사용했다는 것도,
뭔가 이유는 있겠지만, 용서받기 힘들다. 까메오도 아니고.
배우들은 손발이 맞지 않아 곳곳에서 실수를 하고
그래서 관객은 종종 실소를 터뜨려줘야만 한다.

'이런 식으로밖엔 각색할 수 없었나' 하는 어설픈 각색 탓은
전적으로 오태석에게 돌려야 할 것 같다.
진지해야 할 순간에 절대 진지해질 수 없는 각본이었다.
내가 아는 오태석의 대사빨이 이게 아닌데,
이런 식으로 어이없이 관객을 웃게 만드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공연 중간중간 터져나온 웃음은 배우에게도 연출에게도
상처가 되었을 것이고, 또 마땅히 상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공연을 하면 안 된다.
이렇게 엉성하고, 이렇게 어설프고, 이렇게 미숙한 공연 -
고등학교 연극반 수준의 공연을 대극장에서 상연한다는 자체가
관객에 대한 기만이고 또 자신들의 알량한 실력에 대한 오만이다.

이 연극을 보고 나서, 한국에서는 셰익스피어극을
정극으로 공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좀 더 맛깔난 각색, 맛깔난 공연을 기대했는데
어설프게 원작 따르려다 아주 바보된 느낌이다.
오태석과 극단 목화에 대한 이 뼈아픈 배신감은
당분간 지우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