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없이 갔는데 꽤 산뜻했습니다.

거평이를 보고 간다 서비스가 뮤지컬에만 강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면
그 오해를 확실히 바로잡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사실적으로 간다 시리즈 중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는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간다 서비스만의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등반을 하다 목숨을 잃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는 평범한 부모와 그의 자식들이 경험하는 어느 꽉막힌 고속도로에서의 하루를 재미있지만 눈물이 돌 만큼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거평이나 마스크 그리고 내마음의 안나푸르나까지 간다 서비스가 보여주는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따뜻한 애정이다. 특히 의료사고로 남모를 고통을 받고 있는 둘째아들을 진정시키는 철없는 며느리의 현명한 대처장면은 부부와 가족 구성원이 가지는 끈끈한 애정을 나타낸다.

지친 일상에 지쳐서 따뜻한 마음을 다시 찾고싶은 사람들이라면 추천하고픈 좋은 작품이다.

초반엔 사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적내용이라 생각되었으나,
중반으로 가면서 배우분들의 연기가 극에 달해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버렸다.
간만에 연극무대에 서신 배우분들의 연기...
박수를 보낸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의 공연을 처음으로 접했던 건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였습니다. 극단 이름만큼이나 참 독특한 작품이었던 "거평"이를 보면서 과장을 조금만 보태서 얘기하자면 정말 신세계를 만난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 세상에 이런 공연도 있구나~!! 이 사람들 도대체 정체가 뭘까~!! 하면서 말이죠. ^^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간다의 다른 작품 "마스크" 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공연을 같이 본 친구들과는 이런 대화를 나눴답니다. 사람이, 웃다가 죽을수도 있겠어 숨을 못 쉬어서. ( ') 그렇다고 마냥 웃기려고만 했던 공연은 아니었답니다. 보고나면 즐겁고 유쾌해지는, 그래서 그 좋은 기분을 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뭐 그런 공연이었다고나 할까요. 어느 순간부터 간다의 작품들은 완전 소중한 공연들이 되었고 간다의 배우들은 완전 소중한 배우들이 되었습니다. ^^

그리고 시간이 또 흘러 이번엔 "사실적으로 간다"고 공표하고 시작하는 간다의 또 다른 작품 "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입니다. ^^

때는 바야흐로 꽃 피고 봄이 온다는 3월이건만 왠일인지 갑자기 쏟아진 폭설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는 꼼짝을 못하게 됩니다. 차에는 아버지(우지훈)와 어머니(김지현), 의사인 아들(김영철)과 며느리(박보경), 만삭의 딸(구지선)과 사위(진선규)가 타고 있습니다. 이 한 무리의 식구들은 어머니의 아버지, 그러니까 외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에 모두 부산엘 가는 길이랍니다.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고속도로 위에 꼼짝없이 갇힌 이들은 차 안에서 이런저런 잔소리들과 이런저런 타박들을 나눕니다. 속 안에 쌓아놓았던 이야기들을 술의 힘을 빌어 내어 놓기도 하고 살짝 다른 식구들을 피해 차 밖에서 속내를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던와중에 보통 초산엔 예정일보다 늦게 아기가 나온다며 안심하고 있던 딸은 갑자기 진통을 시작하게 됩니다. 의사인 아들이 있기는 하지만 외과인데다가 피를 보면 토해버리고 게다가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어서 도대체가 무사히 아기를 받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모든 식구들은 아기의 무사 출산에만 온통 힘과 마음을 모으게 됩니다.

언뜻 평범하게만 보이는 식구들이지만 가만 보면 이 사람들, 성격 참 뚜렷합니다. 아직도 멋드러진 모자를 쓰고 다니시는 아버지(우지훈)는 아마도 소시적에 바람깨나 피우셨는지 어머니(김지현)의 말이라면 기를 못 펴십니다.

어머니(김지현)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지 이야기의 끝은 주여~로 끝날때가 많고, 소시적 아버지(우지훈)의 바람기가 평생의 한이 되신듯 합니다. 다른 이야기로 시작해도 바람 핀 이야기로 끝마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시기도 합니다. ( ') 술은 못하시지만 욱할땐 그 독한 양주를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강단(?)의 소유자이기도 하구요. ^^

의사인 아들(김영철)은 먼저 세상을 떠난 형에게 콤플렉스가 좀 있습니다. 의사도 되고 싶어서 된게 아니라 형 대신 되었다고 하는게 맞을겝니다. 피를 못 보는데도 외과 의사가 된걸보니 머리는 좋은데 주관은 약한듯 합니다. 왠지 늘 주눅이 들어 있는듯도 하고 말이죠.

며느리(박보경)는 애교는 많은데 눈치는 좀 없는 편입니다. ( ') 쌩뚱맞은 질문이나 대답으로 대화를 단절시키는 재주가 있구요. 그런데도 참 신기한건 이 귀여운 며느리,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집니다. ^^ 엉뚱하기도 하지만 정말 긴박하고 중요한 고비를 넘기게 하는 현명함도 가지고 있습니다.

만삭의 딸(구지선)은 뚜렷한 이유가 있는건 아닌데도 점점 오빠와 소원해져만 갑니다. 오빠와 부모님과의 사이를 좀 좋아지게 하려고 하는데도 입 밖에 내어져 나오는 말은 또 맘같지가 않습니다. 조금 퉁명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입니다.

사위(진선규)는 의사인 아들(김영철)과는 친구 사이이기도 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큰 아들과는 같은 산악반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먼저 보낸게 못내 가슴에 남아 마지막 그를 보냈던 안나푸르나에 오를 결심을 합니다, 만. ( ‘) 세상 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죠. 망설이다 아직 말을 못했는데 부인에게 걸려서 산고의 고통만큼의 고생을 하게 됩니다. ^^ 가족 가운데서는 중재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마음씨 좋은 사위이지요. ^^

그리고 각종 효과음과 문을 담당하는 환경전환수(조현식)가 있습니다. 놀랄만한 1인 2역을 펼치시는~! ^^

처음엔 조용조용하게 시작되던 가족들의 대화가 옛날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늘 가슴에 품고 있던 속상함들이 터져 나오면서, 그리고 결국은 차 안에서 아기를 받아야 되는 상황으로 흐르면서 이야기는 상당히 시끌벅적해집니다. 워낙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리를 질러대서 나중엔 도대체 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알아듣기 어려울때도 있지만, 사실 그런건 그렇게 중요한건 아닙니다. 잘 들리지 않아도, 이미 저들이 서로에 대해서 어떤 마음들인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잘 알 것만 같으니까요. 물론, 더 잘 들린다면 더더욱 좋겠지만요. ^^

전작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현실 세계로 많이 다가온 듯 하지만, 그래도 역시 묻어나는 “간다” 의 색깔은 이 현실의 이야기들을 조금은 동화스럽게 느껴지게도 합니다. 그런데 그 기분이 참 묘하게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중간에 칠갑수를 파는 동안 조금 맥이 끊기는 듯도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곧 일어날 거사를 위해 한 숨 돌릴 시간을 준 듯도 합니다. ( ‘)

신이 공평하다는 말은 다 거짓말입니다. 여기 이렇게나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여있다니 말이죠. ^^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말이죠. 휴~ ( ‘) 이번에도 공연 기간이 상당히 짧으니 아직 못 보셨다면 "간다"월드의 리얼 세상에 한 번 다녀오세요. 현실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 한 무리의 식구들이 반갑게 인사할겝니다. ^^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대학로 아트홀 스타시티 2007.07.4 ~ 7.15

작 : 박춘근
연출 : 민준호
출연 : 우지훈, 김영철, 진선규, 김지현, 박보경, 구지선, 조현식

제목만을 접했을 때는..
어떠한 선입견이 적용했는지..
어둡고.. 좀 무거운 내용일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직접 보고.. 호흡하고 온 지금은..
내용이 가볍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밝고.. 경쾌했다..

신나게 웃으면서 극장 문을 나왔지만..
내 머릿속에 남는 한마디...

"과연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는 멀까...?"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안나푸르나를 하나정도는 같고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