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KBS교향악단의 송년음악회에 간 적이 있다.

물론 그 때도 이 악단의 전통에 따라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연주했고, 지휘자 역시 이번과 같이 오트마 마가였다.

13년전과 비슷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오히려 변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였던 것 같다.

카라얀 같은 지휘자의 녹음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상대적으로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13년 전 그의 연주에 저항감을 많이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에도 눈 뜨게 되고, 오히려 오트마 마가의 해석이 사실은 악보상의 템포에 더 충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듣기에 좋은" 측면으로 따지자면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합창교향곡 4악장에서 테너 독창과, 뒤따르는 남성 합창이 있은 뒤 오케스트라가 감정을 고조시켜 가는 빠른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빠르게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

나 개인적으로는 앞서 있었던 테너 독창과 남성 합창의 힘찬 단합이 있은 뒤 그 느낌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쾌속하게 몰아붙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국내 교향악단의 연주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오트마 마가는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능수능란하게 그것을 해보이고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빠르게 몰아친 뒤 잠시 폭풍 전야의 고요함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합창단이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불꽃이여..."를 부르는데 이 합창 부분의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라도 앞서 오케스트라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전체적으로 이번 연주회는 독일인다운 정밀함과 지휘자 특유의 절제가 잘 살아난 연주라고 볼 수 있겠다.

연주는 좋았으나 성악가들의 노래실력이 영 못미쳤던 공연..

가족의 연례행사 금년에도 크게 성공 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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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