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 할인 받고 예매해서, 큰 기대 품지않고 즐거운 산책하는 기분으로 갔는데 배우들이 빈틈없는 열정으로 보여줘서 생각보다 감동이 있었어요.연극의 비쥬얼적인 느낌 때문에 연극이 좋아서 뮤지컬 보단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이런 정통 연극이 좀더 활발하고 접하기 쉬운 곳에 있다면 더 좋겠죠. 주연이든 조연이든 다들 멋져부렸어요.

고래상어는 거대한 덩치로 바다 세상을 헤엄쳐 다니지만 결국 길을 잃고 헤매다 땅 끝으로 올라와 죽어 간다. 이러한 고래상어의 이미지는 육지에서의 삶의 괴로움 속에서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과 닮아있다. 우리를 대변하는 등장인물들은 스스로의 삶 앞에서 허우적대면서 평온을 꿈꾸는데 현실극복의 이상향이 ‘바다’라는 공간으로 대변된다.

연극의 무대는 시신의 상처를 씻기는 영안실이다. 돈 때문에 아내를 먼저 보냈다는 죄책감의 고통에서 살아가는 김씨, 아내와 자식의 외면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박씨, 어린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살아가는 청년. 이 세명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얽매는 상처 속에서 아픔을 삭이며 살아간다. 이들에게 ‘염’이라는 일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왜 하필 무대는 병원 안치실(시신보관실)을 택한 것일까. 시신을 냉장고에서 꺼내 침대 위에 눕히고 시신의 구석구석 조심스럽게 닦는 모습. 그것이 왜 필요했던 것일까.

염장이, 중국집 배달원으로 축약되는 등장인물의 삶은 세상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삶이다. 비루한 일상의 등장인물의 삶은, 지구상에서 몸집이 가장 큰 물고기인 고래상어가 바다에서 군림한 삶과는 정반대이다. 고래상어는 바다가 아닌 ‘뭍’을 꿈꾸고, 우리는 ‘바다’를 꿈꾼다. 어쩔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함. 우리에게 바다는 고래상어가 꿈꾸는 ‘죽음’ 너머의 어떠한 이상향일 수 있는 것일까?

　상처의 치유에 관한 연극이라는 카피처럼, 공연이 끝났을 때 나에게는 많은 생각들이 남았다. 그 생각이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상처에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비루한 삶의 연속에서 내 가치는 뭍에서의 제왕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하고픈 것도 아니다. 시체가 잠시 머무르는 시체 안치소에서 내 죽은 몸을 조심스럽게 닦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그 순간을 만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다로의 죽음을 준비하는 나에게, 오늘의 삶을 견디게 하는 무엇, 바다 너머에 있는 어떤 가치있는 것은 아닐런지.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군더더기 없는 극본과 작품을 빛내는 연출력. 모든 것이 훌륭한 연극이었다. 코메디에 물든 대학로에 거센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빌어본다.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연기 속에

간간히 좋은 대사들이 많았다.


살길, 갈길~

속도, 빛의 속도로 가기에 우주인이 젊은 거래 ㅋㅋㅋ

고래뱃속에 사는 기분, 고래 밖에서 산 기분은 어떤가?

고용히 흘러가는 일상에서 그냥 마치 한 편의 우리네 인생기를 들여다본 기분이다.


바다,

나도 넘실대는 푸른 바다 보고 싶어졌다.

갑자기,

정말 바쁘게, 무던히, 앞만 보며 지내온 시간,

가진 것이 적었지만 행복했던 내가 떠올랐다.

하다못해 정신의 허기짐이 있었기에,

참 여러 공연도 보고, 영화도 보고, 무엇이든 가고 보고~

다 주워 담으려 노력했던 그때.

내게 필요한 건 빨리 가는 내가 아니라,

느리더라도 나.답.게. 사는 내가 되고 싶다.

아직까지도 내 심장은 이렇게 서서히 뛰고 있고,

난 살아 있으니까.

소박한 배우들의 말투와 몸짓, 그리고 공연장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나도, 정말이지 오랜만에 바다로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