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관심을 가져했던 연극. 평소같음 그 시간에 퇴근을 못하는 남편이 시작 시간 겨우겨우 맞춰서 도착했다.

처음 갈 땐 안중근 역의 배우가 최수종이 아니라 좀 아쉬웠다. 최수종이 연극을 잘 한다거나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거나 그렇진 않지만 한 번쯤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하지만 오늘 열연한 배우의 연기, 괜찮았다.

막상 안중근에 대해 보려고하니 그에 대해 아는게 없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는 것, 단지동맹...그 외엔 기억나는게 없길래 아이들의 위인전을 읽어보고 갔다. 극의 처음 내용은 위인전과 거의 흡사했다. 하지만 긴장감있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는 장면부터 뜨아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다른 이야기도 없이 이토 히로부미가 기차에서 내려 손 흔드는데 갑자기 나타나 "탕! 탕! 탕!" 극의 중반부를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체포된 후부터 사형까지의 이야기인데, 너무 종교에 치우쳐서 원래 본질적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잠시 잊어버릴 정도였다. 안중근의 인간적인 삶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객의 기대는 배려하지 않은듯했다. 영웅은 남들과 달리 영웅적인 모습으로 행동하고 죽는 순간까지도 헐리우드식 영웅이길 바럤던 것일까? 종교적인 부분만 좀 정리되어도 긴박감있으면서도 안중근의 뜻과 그를 조명해보는 후세의 입장이 떠오를듯했는데...아무래도 아쉬웠다.

많은 아이들이 지루함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아이들용 연극은 분명 아니었고 대사가 길었다. 난 남자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너무 좋았다. 그간 곱고 귀여운 여자 배우들이 아이역할, 여성역할은 물론, 남성의 역할까지 다 하는 극들에 조금 질려있었는지...중저음의 안정된 목소리와 발성의 연기자들로 인해, 정말 연극을 내가 보고 있구나..싶었다. 여성들의 연극이 연극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가족극으로 만들어진 연극과의 차이점을 나름 그렇게 표현해본 것뿐이다.

종교에 너무 치우친 아쉬움은 있었으나 나쁘지 않게 봤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갈수록 강경해서 보는 입장에서 너무나 불편하고 내 땅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에 대해 슬픔이 느껴질 때라 그런지...안중근을 보는 마음이 더 착찹했다.

극중의 안중근...그는 영웅이 아니었다. 그는 그냥...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