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을 가는 날은 항상 즐겁습니다. 공연도 즐겁지만 넓은 잔디밭에서 분수대 쇼도 보고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참 좋아요.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의 첫 공연이었던 '백조의 호수'의 좋은 반응과 소속 단원들의 '1박2일' 출연으로 이번 '심청' 공연은 어느때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심청'은 발레공연으로 태어난지 24년째이고 6년만의 재공연입니다. 사람으로치면 이제 성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겟네요. 그만큼 한층 숙성한 '심청'이 무대에 올려진다고 할 수 있겠어요.

어떤 작품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심청>은 작품을 보는 관점이나 차원에 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습니다. '심청'이라는 설화를 어려서부터 읽어온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스토리와 우리 민족 전통의 '효'라는 정서가 어우러져 발레를 한결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작을 기다리던 객석을 향하여 드리워진 막에는 '孝'라는 한자 크게 쓰여 있었습니다. 주제가 '효'라지만 예술은 너무 드러내는 것에서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고 굳이 한자를 크게 써서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25일 화요일 공연과 27일 목요일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한번은 1층 R석에서, 한번은 3층 중앙의 맨 앞줄에서 보았는데 무용수들의 세세한 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와 무대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가지게 되어 더할 수 없이 좋았어요.

심청 역에 총 5명의 발레리나가 캐스팅된 것도 특징입니다. 에이스 황혜민 님과 간판무용수 안지은, 강예나 님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강미선, 한서예 님이 나란히 캐스팅된 것이죠. 유니버설발레단이 다른 발레단의 공연과 차별되는 것은 웅장하고도 다이나믹한 군무와 더불어 솔리스트들의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심청은 저마다의 색깔로 관객들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1막은 크게 심청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공양미 삼백석에 선원들에게 제물로 팔리기 까지의 과정을 그린 '1장 도화동 심학규의집'과 팔려간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까지의 '2막 선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심청이 성장하는 과정을 5세와, 10세의 아역들을 등장시켜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나타내었다. 귀여운 모습의 두 아역은 객석으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어요. 심봉사가 스님으로부터 공양미 3백석을 부처님께 올리면 눈을 뜬다는 말을 듣고 심청이에게 그 말을 전할 때 손가락 세 개를 들어올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심봉사역의 '김현우'님은 노역이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발레리노신지 아니면 연극을 전공하신 분인지 궁금했어요. 유니버설발레단의 2010년 프로그램에는 김현우님이 보이지 않아서 더 궁금해졌어요. 선상에서 보여준 선원들의 군무는 무척이나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했어요. 특히 선장역의 카리스마 넘치는 춤과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진헌재'님과 '정위'님 두분 모두 굉장했어요.

2막은 '바다 속 용궁'. 이번에 새롭게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용궁에 들어가는 장면과 용궁에서 왕궁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수중영상으로 담아 스크린으로 보여 주는 시도를 하였어요. 1막과 2막을 그리고 2막과 3막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수중 씬 만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죠. 아쉬운 점은 1막과 2막 사이의 영상 씬이 지나치게 클로져업 장면으로 일관되어 있었고, CG처리한 열대어와 심청의 연기가 조화롭지 못하고 어설픈 감이 있었어요. 2막은 전체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무대입니다. 심청과 왕자가 함께 추는 아름다운 춤에 이어 심청을 환영하는 춤들이 이어집니다. 솔리스트의 멋진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왔어요. 열대어와 해파리의 화려한 모습은 좋은 볼거리를 보여주었지만 우리나라 바다만의 아름다움을 표현 할 방법은 없는지는 생객해 보아야 할 대목이었습니다. 함께 있기를 청하는 왕자.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걱정으로 육지로 보내 줄 것을 간청하는 심청. 왕자는 효심에 감동하여 연꽃에 심청을 태워 물 위로 올려 보내게 됩니다. 연꽃에 담겨 울라가는 장면을 사실적인 세트로 처리하여 주었습니다. 여기서 한번 더 수중 영상 장면이 등장하는데 내용상으로는 심청과 왕장의 아쉬운 이별이어야 하는데 두 사람의 표정 연기가 사랑하는 남녀의 얼굴로만 나타나 안타까웠습니다.

3막은 '왕궁'.왕비를 간택중인 와중에 발견된 연꽃 속의 심청. 단번에 왕의 마음을 사로잡고 둘은 달빛 아래 2인무를 춥니다. 심청이 왕비가 되고 심봉사를 찾기 위한 맹인잔치가 열리죠. 딸과 아버지의 만남 장면은 볼 때 마다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극적으로 심봉사가 눈을 뜨고 다른 봉사들의 눈을 모두 뜨게 해주는 장면에서 박수가 터집니다.

한국의 설화 '심청'을 발레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이 따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토리 위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발렐르 만들었기 때문에 발레의 테크닉외에 정극의 배우 못지 않은 연기력이 요구되었습니다. 무용수들은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손 동작 하나 발끝 하나에도 세심한 연기를 펼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음악도 아름다워 연기를 잘 받쳐주었어요. 왕과 심청의 만남의 장면과 수중 씬에서 나왔던 음악이 너무 감미로왔어요. 그러나 전반적인 멜로디가 서양 패턴이라 우리나라 국악의 접목을 좀더 적극적으로 시도하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심청 역의 '강예나님'은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였고 '강미선님'은 절제된 연기를 하신 것이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오프닝에서 '문훈숙' 단장님이 중년의 심청으로 까메오 출연을 하셨는데 오랜만의 무대에 서신 모습에 팬들의 환호가 대단했어요. 무용수 모두 한국적인 호흡을 가지고 한 번의 발디딤에도 전통의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려 애쓰는 것 같았습니다.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의 열정과 노력이 빛났던 것 만큼 객석의 반응도 뜨거웠어요. 화요일은 5번 목요일에는 무려 7번이나 커튼 콜에 응해 준 유니버설발레단 출연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황홀한 무대였어요. UBC를 아끼는 마음이 크다보니 옥의 티만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을 표현하기는 힘드네요. 참으로 멋진 밤이었습니다. 언제 또다시 '심청'이 무대에 오를지 모르겠네요. 전처럼 6년 후에야 '심청'을 또 볼 수 있을런지........ 또다시 '심청'이 무대에 오르는 날, 저는 또 한번 행복한 관객이 되겠습니다!

발레전공자가 보기에도 발레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만족스러운 공연이네요~
공연중간에 수중촬영화면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획기적인 연출방법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고전을 고전스럽지 않게 표현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무대도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였고, 조명이나 무대효과도 굉장히 좋았어요!
조금 아쉽다면 조금은 더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해도 좋을 것 같아요~
중간에 나오는 탈춤이나 심청이 왕비옷을 입고 조심스레 보여준 한국무용(?)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점점 더 발전하는 유니버셜 발레단이 되시길...

와우~~
깃털처럼 움직이며..정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시던...
모든 발레리나, 발레리노 분들~~~브라보!!!

심청이라는 고전을 어떻게 발레로 아름답게 표현했는지 너무 궁금해 공연을 보게 되었어요. 발레단원들의 춤은 아름다운 한복 속에서 더욱 빛이났습니다. 심청이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뱃사람들과 배를 타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자 무대에 있던 돛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마구 요동치고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격렬하게 울려퍼집니다. 정말 심청과 함께 배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 였답니다.심청이 뱃머리에 올라서 마침내 물속으로 몸을 던집니니다.그리고 막이 내립니다.그런데 그 막위로 심청이 물 속으로 가라앉는 영상이 나타납니다.참신한 아이디에 감동했지요.
막이 오르자 바닷 속 용궁이 나타나고 그곳에는 여러 물고기들과 용왕이 있었습니다.. 물고기들의 몸짓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간 심청이 왕비가 되어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춤을 춥니다. 이렇게 한복과 발레가 잘 어울릴 줄은 몰랐네요.춤 뿐만이 아니라 단원들의 표정 연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심청의 아버지가 심청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한국의 전통과 발레가 어울어진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발레란 보통 지겨울 것이란 선입견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심청은란 주제는 또 얼마나 많이 들어 지겨운가. 그러나 이번 윤버셜발레단의 공연은 그러한 편견을 말끔히 없애준 깔끔하게 정리된 공연이었다고 할수있다. 그렇기때문에,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만하며, 또 실제로 공연 마지막에 모두가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박수를 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엔 돈이 여유롭지 않아, 가장 먼 좌석에서 봤는데도, 너무 잘 보였고 표값에 엷에 상응하는 공연의 질을 누린 것 같아, 정말 더욱 벅차고 행복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올 수 있었다. 다음에 이 발레단의 또 다른 작품 주저하지 않고 고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