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공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여러 번 본 적이 있어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연극처럼 구성된 무대와 해설, 그리고 한국어 가사를 통해 노래보다 극에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보통은 노래에 스토리가 따라가는 식으로 오페라를 관람하는데, 이번에는 스토리에 노래가 따라가는 듯한 관람을 했다. 굳이 사상의학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극의 구성과 한국어 번역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가 있는 시도였던 것 같다. 출연자들의 연기력도 관람을 훨씬 즐겁게 만들었다. 젊은 성악가들은 연기력도 뛰어난 것 같다. 오페라 소품을 이런 방식으로 소개한다면 오페라가 훨씬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

2021년도 오페라 페스티벌 작품 중 아이다 /토스카 /안나볼레나 관극했는데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내가 본 작품 중 유일하게 한국어로 진행되었고 역시 자막도 나왔다. 고전과 고전의 만남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시트콤 한 편을 보고 나온 것 같은 유쾌한 오페라였다. 포스터도 팝아트 스타일로 멋드러지게 나왔던데 엽서나 뱃지같은 MD 있었으면 당장 샀을텐데 아쉬웠다. 사랑의 묘약을 사상체질에 접목해 신박했다. 역시 조선시대부터 MBTI의 민족!! 고전은 별거아닌 상황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상황이나 대사가 나올 때도 종종 있는데 현대극 말투나 유행어도 많이 나와 재밌었다. 라이브방송을 하는 소양인 아디나와 그녀를 흠모하지만 소심한 소음인 네모리노와 화끈한 태양인 벨코레의 이야기를 잔네타가 중간중간 정리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벨코레가 와인은 1870이 최고라고 한다던가 약장수 태음인 돌카마라가 다있소 홈쇼핑으로 사랑의 묘약을 판매하고 샌드위치는 퀴즈노스라고 하는 부분이 특히 재밌었다. 오페라에도 PPL있나요?? 네모리노가 2층 발코니에서 부르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압권이었고 이 와중에 역대급 추레한 복장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오페라가 아닐까? 제발 그러고 있지 말고 옷도 좀 멋진 거 입고 좀 꾸미라고 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보고도 사랑에 빠지는 아디나를 보니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튼콜도 흥겨웠다.

공연 다 끝나고 큐알후기 작성 이벤트 참여하는데 배우님들 퇴근길도 보았다.

오페라는 너무 좋았는데 관객들 매너가 너무 형편없었다. 내 앞에 앉은 남녀는 계속 떠들고 휴대폰하고 심지어 공연장면을 버젓이 찍지를 않나 주의를 줬는데도 반성의 기미도 없었다. 3층에서 보니 아랫층에서도 계속 휴대폰 꼈다 껐다 너무 짜증이 났다.